[OSEN=대전, 이상학 기자] 야구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르겠다. 최고 타자가 부상으로 빠진 자리에서 교체로 나온 선수가 결승타를 떄렸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3연승은 요나단 페라자 타석에 교체로 나온 최인호의 배트에서 나왔다. LG 트윈스는 마무리 유영찬의 8회 조기 투입 카드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충격의 3연패를 당했다.
한화는 2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LG와의 홈경기를 7-5 재역전승으로 장식했다. 7회 노시환의 동점 솔로 홈런에 이어 8회 최인호의 결승타가 나오면서 3연승에 성공했다. 19승28패1무로 승률 4할대(.404)를 회복한 한화는 9위에서 공동 8위로 한 계단 올랐다.
일진일퇴 공방전 끝에 승부가 갈린 건 8회말이었다. 1사 후 이도윤이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LG 구원 김유영의 보크가 나오면서 2루에 진루했다. 타석 중 투수가 박명근으로 바뀌었지만 최재훈은 볼넷을 골라내 1루에 걸어나갔다. 이어 김태연이 좌익수 뜬공 아웃된 뒤 좌타자 최인호 타석에 LG는 우완 마무리 유영찬을 올렸다.
염경엽 LG 감독은 5-5 동점 상황에서 8회 마무리를 조기 투입할 만큼 강력한 승리 의지를 보였다. 유영찬은 초구 볼 이후 2~3구 연속 스트라이크를 잡으며 유리한 카운트를 점했다. 하지만 최인호도 만만치 않았다. 4~5구 포크볼과 슬라이더가 낮게 떨어졌지만 배트를 내지 않고 풀카운트를 만들었다.
이어 6~7구 슬라이더를 연이어 파울로 커트하더니 8구째 가운데 낮게 몰린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았다. 제대로 끌어당겨친 타구가 우익수 앞에 빠졌고, 2루 주자 이도윤이 홈에 들어왔다. 한화는 계속된 2사 1,3루에서 노시환의 좌전 적시타까지 터지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사실 최인호 타석은 외국인 타자 페라자의 자리였다. 그러나 앞서 7회말 타석 때 초구 파울을 치고 난 뒤 오른쪽 손등 통증을 느낀 페라자는 그 타석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이어 8회 수비 때 대수비 최인호로 교체됐다. 아이싱을 한 페라자는 경과를 지켜본 뒤 병원 진료를 받기로 했다.
팀 내 최고 타자가 빠졌지만 이 자리에서 최인호가 해결사로 나섰다. 딱 한 번의 타석이었지만 LG 특급 마무리 유영찬을 공략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었다. 지난달 중순부터 1번 리드오프로 자리잡았으나 지난주를 기점으로 타격감이 떨어져 벤치에 앉은 최인호는 이날 한 방으로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경기 후 최인호는 “상대 투수가 다음 타자 (노)시환이까지 승부를 끌고 가지 않고 나와 승부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타석에 들어섰다. 직구를 하나도 안 던지길래 ‘변화구로 승부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기다렸는데 변화구가 들어와 안타를 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직구 구사 비율이 51.3%로 마무리답게 빠른 공이 기본인 유영찬이지만 슬라이더 6개, 포크볼 2개로 무려 8연속 변화구라는 집요한 승부를 펼쳤고, 최인호의 노림수가 마지막에 통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최인호가 오랜만의 출장이었지만 집중력을 발휘해 역전타를 뽑아냈다”고 승리 수훈갑으로 꼽았다. 최인호는 “잘 따라가고 뒤집으면서 결국 3연승을 했다. 오늘 승리로 분위기를 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분위기를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경기 후에도 최인호는 특타를 위해 배트를 챙겨 나갔다.
반면 LG는 마무리 유영찬을 소모하면서도 연패를 끊지 못한 충격이 크다. 유영찬은 지난 18일 수원 KT전에도 8회 1사 만루에 나와 연속 안타를 맞고 승계 주자 3명을 전부 홈으로 보낸 데 이어 9회 안타, 볼넷을 2개씩 주며 1실점한 뒤 교체된 바 있다. 당시 무사 만루에서 유영찬에게 마운드를 넘겨받은 김진성이 실점 없이 막고 슈퍼 세이브를 거둬 한숨 돌렸었다. 하지만 이날 한화전까지 유영찬이 2경기 연속 흔들렸다는 점에서 LG에는 여러모로 데미지가 큰 3연패가 됐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