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끝내기 기회를 4번이나 날렸다. 무려 17개의 잔루를 남기면서 무승부에 만족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의 개인 통산 900승 기록은 또 미뤄졌다.
한화는 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치러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를 연장 12회 접전 끝에 3-3 무승부로 마쳤다. 오후 5시 경기를 시작해 9시52분에 끝난 4시간52분의 헛심 공방이었다.
개인 통산 899승으로 KBO리그 역대 6번째 감독 900승에 1승만을 남겨둔 김경문 감독이지만 7~8일 대전 NC전에서 2연패를 당하더니 이날도 무승부로 마치면서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지난달 15일 대전 NC전(5-5)에 이어 양 팀 모두 시즌 두 번째 무승부. 6위 NC(30승32패2무 승률 .484), 7위 한화(27승34패2무 승률 .443)의 간격은 2.5경기 차이를 유지했다.
경기 초반은 한화 분위기였다. 2회말 NC 선발 카일 하트를 상대로 선두타자 채은성이 8구 승부 끝에 1루수 맞고 우측에 빠지는 안타를 치고 나간 뒤 최인호가 좌중간 2루타를 쳤다. 1루 주자 채은성이 무리하게 홈을 파고들다 홈에서 아웃됐고, 최인호도 우측 옆구리 통증으로 선수 보호 차원에서 장진혁으로 교체됐지만 최재훈의 몸에 맞는 볼, 이도윤의 1루 땅볼로 이어진 2사 2,3루에서 이원석이 해결사로 나섰다.
하트의 초구 한가운데 몰린 투심 패스트볼을 놓치지 않고 휘둘러 중전 안타로 연결했다. 2~3루 주자 모두 홈에 불러들인 이원석의 선제 적시타. 이어 황영묵도 하트의 2구째 바깥쪽 멀리 빠지는 슬라이더를 감각적으로 밀어쳐 좌전 안타로 장식했다. 그 사이 2루 주자 이원석이 빠르게 홈을 파고들어 한화가 3-0으로 달아나며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NC는 3회초 반격에 나섰다. 1~2회 한화 신인 선발 조동욱을 상대로 1회 1사 1,3루, 2회 2사 1,2루 기회를 놓쳤지만 3회초 박민우의 중전 안타, 박건우의 우전 안타로 이어진 1사 1,3루에서 맷 데이비슨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따라붙었다.
조동욱은 4이닝 5피안타 3볼넷 1사구 3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쳤지만 5회 시작과 함께 한화는 한승혁을 올리며 불펜을 가동했다. 3-1 리드 상황으로 선발승 요건까지 1이닝이 남았고, 투구수도 68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김 감독은 과감하게 ‘퀵후크’를 했다.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고, 4회에 제구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었다. 5회 NC가 3번 중심 타순부터 들어가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의 칼같은 투수 교체는 7회까지 성공적으로 흘러갔다. 5회 한승혁, 6회 김규연이 1이닝씩 실점 없이 막았다. 7회 올라온 박상원도 삼자범퇴로 정리한 뒤 8회 멀티 이닝에 나섰지만 1사 후 도태훈과 8구 승부 끝에 우전 안타를 맞았다. 그러자 김 감독은 마무리 주현상을 조기 투입했다. 올 시즌 5아웃 세이브가 없는 주현상을 과감하게 투입하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첫 타자 김형준을 커브로 루킹 삼진 돌려세운 주현상은 그러나 김주원에게 동점 투런 홈런을 맞았다. 주현상의 2구째 시속 147km 직구가 몸쪽에 들어왔지만 김주원이 제대로 받아친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비거리 115m, 시즌 5호 홈런. 주현상은 시즌 두 번째 블론세이브를 범했지만 9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막았다.
9회말 한화에 끝내기 기회가 왔다. 1사 후 유로결 타석에 대타로 나온 문현빈이 NC 필승조 김재열에게 우중간 가르는 2루타를 치고 나가면서 내기 주자가 됐다. 이어 노시환 타석에 1~3구 연속 볼이 되자 NC는 자동 고의4구로 1루를 채웠다. 그러나 1사 1,2루에서 채은성과 장진혁이 연속 삼진을 당해 끝내기 기회를 날렸다. NC 김재열은 채은성에게 몸쪽 낮게 걸치는 직구를 던져 루킹 삼진을 잡더니 장진혁에게 투볼에서 3연속 포크볼로 헛스윙 3개를 이끌어내며 끝내기 위기를 극복했다.
한화는 10회초 장시환이 안타와 볼넷을 1개씩 내줬지만 실점 없이 막은 뒤 10회말 끝내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NC 구원 한재승을 상대로 선두타자 최재훈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발 빠른 하주석이 대주자로 들어간 뒤 이도윤이 3루 땅볼을 쳤다. 풀카운트에서 스타트를 끊은 하주석이 2루에 들어가면서 진루타가 됐다.
득점권에 끝내기 주자가 위치한 한화는 이원석이 3루 땅볼을 쳤고, NC 3루수 김주원의 포구 실책으로 1사 1,2루 기회를 이어갔다. 타구가 빠르긴 했지만 정면으로 와서 못 잡을 타구가 아니었다. 실책으로 기회를 연결한 한화는 그러나 황영묵이 헛스윙 삼진, 김태연이 3루 땅볼로 물러나며 또 한 번 끝내기 기회를 무산시켰다.
하지만 11회초 장시환이 2사 1,2루 위기에서 데이비슨을 유격수 땅볼 처리하며 2이닝 무실점으로 막은 뒤 11회말 다시 끝내기 기회를 잡았다. NC 구원 배재환을 상대로 선두타자 문현빈이 볼넷으로 출루하며 다시 끝내기 주자가 나갔다. 노시환이 중견수 뜬공 아웃됐지만 문현빈이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이어 채은성의 자동 고의4구로 이어진 1사 1,2루에서 장진혁이 1루 땅볼로 물러났지만 계속된 2사 2,3루에서 박상언이 루킹 삼진을 당해 이닝이 끝났다.
12회초 한화는 좌완 김범수가 유격수 이도윤의 포구 실책으로 이어진 2사 1,2루 위기에서 김주원을 9구 승부 끝에 유격수 내야 뜬공 처리하며 실점 없이 막았다. 패배 가능성을 지운 한화는 12회말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선두타자 이도윤이 볼넷으로 1루에 나간 뒤 이원석의 희생번트로 연결된 1사 2루. 황영묵이 헛스윙 삼진을 당하더니 김태연이 중견수 뜬공으로 잡히면서 4시간52분 승부가 끝났다.
같은 무승부이지만 잔루만 무려 17개를 남긴 한화가 더 아쉬운 경기였다. 황영묵이 3안타, 안치홍, 채은성, 이원석이 2안타씩 터뜨리는 등 13안타 7사사구로 20번이나 출루하고도 3득점에 그쳤다. NC 역시 박건우가 3안타, 박민우와 도태훈이 2안타씩 기록하는 등 11안타 8볼넷으로 얻고도 3득점에 그쳤다. 잔루 15개로 응집력 부재가 아쉬웠다./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