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경기 연속 안타'에서 끝난 롯데 트레이드 복덩이의 도전, 적장도 찬사 보냈다 ''어린 선수들에게 꿈과 목표가 될 것''
입력 : 2024.06.2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고척=김동윤 기자]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손호영.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손호영.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KBO 최장 연속 경기 안타 기록에 도전했던 손호영(30·롯데 자이언츠)이 행보가 고척에서 끝났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에 많은 이가 박수를 보냈다. 마침내 구단 레전드 박정태(55)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31경기 연속 안타. 이제 손호영에게 남은 건 박종호(51)의 KBO 리그 최장 기록인 39경기 연속 안타뿐이다.

손호영은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키움 히어로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3번 및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1회 초 첫 타석에서 키움 선발 엔마누엘 헤이수스의 초구 체인지업을 건드려 우익수 뜬 공으로 물러난 손호영은 4회 초 두 번째 타석에서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했다. 6회 초에는 초구였던 시속 111㎞ 커브를 건드려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롯데가 8회 초까지 1-4로 끌려가면서 기회도 얼마 남지 않은 듯했다. 마지막 타석이 될 수 있는 8회 초 무사 1, 3루 찬스, 키움 필승조 김성민을 상대한 손호영은 공 두 개를 지켜본 뒤 체인지업을 걷어내면서 1B2S의 불리한 볼 카운트에 놓였다. 4구째 시속 136 투심 패스트볼을 건드렸고 타구는 2루수를 향해 갔다. 손호영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1루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몸을 날렸으나, 1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롯데의 비디오 판독 요청에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그 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타점을 올리는 데는 성공했다.

9회 초 키움 마무리 조상우가 흔들리면서 다시 한번 그 기회가 찾아오는 듯했다. 9회 초 1사에서 대타 이정훈이 우중간 2루타, 황성빈이 내야 안타에 이은 도루로 2사 2, 3루를 만들었고 타석에는 2번 타자 고승민, 대기 타석에는 손호영이 들어섰다. 고승민이 친 4구째 공이 왼쪽 파울 라인 근처 애매한 곳으로 향하면서 손호영에게 마지막 기회가 오는 듯했다. 그러나 키움 좌익수 로니 도슨이 몸을 사리지 않는 슬라이딩 캐치로 그 공을 잡아냈고, 거기서 손호영의 연속 경기 안타 도전도 끝났다.

이로써 손호영은 4월 17일 잠실 LG 트윈스전부터 이어진 연속 안타 행진을 '30경기'에서 마감했다. 그러면서 2018년 김재환(36·두산 베어스)과 함께 KBO 최장 연속 경기 안타 기록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부문 최장 기록은 2003~2004년 박종호가 두 시즌에 걸쳐 기록한 39경기 연속 안타다. 박종호는 현대 유니콘스 시절인 2003년 8월 29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부터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2004년 4월 21일 수원 현대전까지 39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2위는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KBO 2루수 전설이었던 박정태(55)가 1999년 5월 5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부터 6월 8일 마산 두산 베어스전까지 기록했던 31경기 연속 안타. 이 기록은 KBO 단일 시즌 최장 안타 기록이기도 했으나, 손호영은 아쉽게 그 기록을 마감했다.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T-롯데 경기가 1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롯데 손호영이 1회초 무사 1,3루에서 선제 1타점 적시 2루타를 날리고 2루에 안착한 후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T-롯데 경기가 1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롯데 손호영이 1회초 무사 1,3루에서 선제 1타점 적시 2루타를 날리고 2루에 안착한 후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비록 손호영의 연속 경기 안타 도전은 끝났지만, 선수의 드라마틱한 이야기와 극적인 도전 과정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손호영은 의왕부곡초-평촌중-충훈고 졸업 후 홍익대에 입학했다가 자퇴 후 미국 메이저리그(ML) 시카고 컵스로 향했다. 그곳에서 투수로 전향하는 등 시련을 겪고 귀국해 독립 구단 연천 미라클에 입단했고 2020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3순위로 LG 트윈스에 지명됐다.

만 26세의 나이로 뒤늦게 이룬 프로의 꿈도 순탄하지 않았다. LG에서 4시즌 동안 94경기 타율 0.253(158타수 40안타) 4홈런 23타점 32득점 7도루, 출루율 0.296 장타율 0.367 OPS(출루율+장타율) 0.663에 그쳤고 우강훈(22)과 일대일 트레이드로 롯데로 향했다. 이후 롯데 김태형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주전으로 올라섰고 4월부터 연일 맹타를 휘둘렀다. 짧은 시간에 팀에 녹아들어 타선을 이끄는 손호영에게 팬들은 복덩이라 불렀다.

연속 안타 도전 과정도 극적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손호영은 5월 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약 3주간의 공백이 있었음에도 6월 2일 부산 NC 다이노스전에 복귀해 멀티히트를 기록,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20일 수원 KT 위즈전은 하이라이트였다. 앞선 4번의 타석에서 범타로 삼진-뜬공-삼진-삼진으로 물러났던 손호영은 롯데가 5-6으로 뒤진 9회 초 1사에서 등장해 박영현에게 좌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자신의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는 홈런이자, 동점을 만드는 극적인 아치였다.

그렇게 많은 이의 기대 속에 진행됐던 도전은 2024년 4월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시작해 2024년 6월 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멈췄지만, 손호영의 이야기는 적장도 찬사를 보낼 만큼 충분히 눈부셨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다른 팀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타팀 선수이긴 하지만, 특히 눈물과 어려움이 많았던 선수들이 그런 대기록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KBO 리그 발전을 위해서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 간에 최선의 플레이를 펼쳐 기록이 나온다면 그건 좋은 일이라 여긴다. 또 다른 선수가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더라도 그 자체로 화제가 될 것이고, 그런 기록들이 나온다는 건 또 다른 어린 선수들의 꿈과 목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방향이 될 거라 믿는다"고 소신을 밝혔다.



고척=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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