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마추어 지역 예선전을 보러 야구장을 찾았다. 한 선수가 수비 도중 타구를 놓치고 말았다. 실책을 범한 선수는 덕아웃을 쳐다봤다. 코칭스태프에 혼날까 봐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충격이었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보니 강압적인 지도 방식을 고수하는 지도자들이 여전히 존재했다. 선수가 실책을 범할 경우, 혼날까 봐 지도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선수 입장에서는 이제 큰일 났다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서기 마련.
그럴수록 선수의 마음을 좀 더 헤아리는 건 어떨까. 지도자의 따듯한 한마디에 실책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더욱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야! 왜 그것도 못 잡아. 그러니까 안 되는 거야. 너 앞으로 시합 못 나가’ 대신 ‘괜찮아. 그렇게 하면서 성장하는 거야. 너무 위축되지 말고 다음에 멋진 플레이로 만회하자’는 말로 선수에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학창 시절 사소한 실책을 범하고 나서 지도자에게 호되게 질책을 당한 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게 봐왔다. 선수의 눈높이에서 선수가 자신의 생각을 밝힐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거다. 선수의 생각을 존중한 다음에 선수에게 지도자가 추구하는 방향을 제시하면 엄청난 효과를 낼 수 있다.
선수는 자신의 장점을 이야기해주면 마음을 열게 되고 지도자에 대해 신뢰하게 된다. 장점을 먼저 이야기한 다음 보완해야 할 부분을 이야기한다면 선수들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선수를 지도할 때 일단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무엇이 잘못된 지 지적하는 것보다 어떤 부분이 좋은지 물어보는 등 선수가 호기심을 가지고 먼저 마음을 열게끔 한 뒤 소통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결과가 좋으면 아무 말 안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모든 걸 부정하고 다 뜯어고치는 건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반드시 기억했으면 좋겠다.
일부 지도자는 필자처럼 지도한다면 선수의 버릇을 나쁘게 만들 수 있다고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역효과보다 순효과가 훨씬 더 큰 데 시도하지 않는 건 옳지 않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채태인 타격 연구소 대표
# 채태인 타격연구소 대표는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으로 KBO리그에 데뷔해 삼성, 넥센, 롯데, SK에서 뛰었다. 통산 1241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9푼8리 1162안타 127홈런 678타점 481득점을 기록했다. 현역 은퇴 후 아마추어 지도자를 거쳐 현재 부산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야구 교실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