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3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박진만 감독은 부임 2년 차 시즌에 왕조 재건의 신호탄을 쐈다.
삼성은 지난 12일 대전 한화전을 7-1로 승리했다. 3연승을 달리며 71승56패2무(승률 .559)가 된 2위 삼성은 잔여 10경기에 관계없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지난 5일 1위 KIA가 가장 먼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뒤 삼성이 일주일 만에 뒤를 따랐다.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며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던 2021년 이후 3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누구도 예상 못한 반전이다. 시즌 전만 해도 삼성을 5강 후보로 본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FA 시장에서 불펜투수 김재윤과 임창민을 영입했지만 지난 4년간 에이스로 활약한 데이비드 뷰캐넌이 떠나는 등 외국인 선수들이 전원 교체되며 물음표가 붙었다. 투타 전체적으로 전력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고, 3월말부터 8연패를 당하며 9위로 처져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삼성의 반전은 8연패를 끊고 시작됐다. 선발 마운드가 가장 큰 원천이었다. 코너 시볼드(11승)와 데니 레예스(10승)가 4월까지 기복 심한 모습을 보였지만 적응기를 끝낸 5월부터 실력을 발휘하며 9년 만에 삼성 외국인 투수 10승 듀오가 됐다. 토종 에이스 원태인은 다승 1위(14승)로 꾸준함을 보여주고 있고, 좌완 이승현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까지 6승을 거두며 선발로 성장하며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찼다.
선발진이 마운드의 중심을 잡은 가운데 지난해 최대 약점이었던 불펜도 김재윤과 임창민 영입 효과 속에 오승환의 8회 조기 등판이 줄면서 체계가 구축됐다. 올해 삼성은 팀 평균자책점 2위(4.44)로 마운드가 안정돼 있다. 리그 최소 실책(76개)으로 탄탄한 수비도 뒷받침됐다. 국민 유격수로 불린 박진만 감독 체제에서 강도 높은 수비 훈련이 빛을 발하고 있다.
타선에선 3년 차 주전 유격수 이재현이 어깨 부상으로 시즌 출발이 늦은 사이 동갑내기 거포 유망주 김영웅이 25홈런을 치며 잠재력을 터뜨렸다. 중견수로 포지션을 옮긴 김지찬도 수비 부담을 덜고 첫 3할대(.314) 타율에 40도루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1번 타자로 스텝업했다. 데뷔 첫 30홈런에 2개만 남겨두며 100타점을 넘긴 구자욱은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고, 포수 강민호는 나이를 잊은 맹타로 노익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부진했던 김헌곤과 이성규도 예상 밖 활약으로 힘을 불어넣었고, 윤정빈이라는 새로운 얼굴까지 두각을 나타냈다.
5월말 트레이드로 데려온 박병호도 ‘라팍 효과’ 속에 삼성 거포 군단에 날개를 달았다. KT에서 부진했던 박병호는 삼성에 와서 홈런 18개로 반등하며 찬스에 강한 해결사로 떠올랐다. 타자 친화적인 ‘라팍’에서 장타력을 최대한 살린 삼성은 팀 홈런 1위(167개)를 달리고 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이 현역으로 한 시즌 최다 56홈런을 터뜨린 2003년(213개) 이후 21년 만에 팀 홈런 1위로 거포 군단의 부활을 알렸다.
물론 고비도 있었다. 전반기 막판부터 마무리 오승환이 블론세이브를 남발하며 불펜이 흔들렸고,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맥키넌이 장타 가뭄 끝에 방출됐다. 대체 선수로 루벤 카데나스가 합류했지만 7경기 만에 허리 통증으로 태업 논란에 휩싸이며 최단기 방출됐다. 하지만 오승환이 2군에서 재정비를 하고 온 사이 마무리를 김재윤으로 교체하며 불펜 보직을 재정립 했고, 르윈 디아즈를 대체의 대체 외국인 타자로 발 빠르게 데려왔다.
크고 작은 일이 끊이지 않았던 8월을 1위(17승7패 승률 .708)로 마치며 ‘여름 삼성’다운 모습을 찾았다. 9월에도 6승2패로 기세를 이어간 삼성은 3위 LG와의 격차를 무려 6경기로 벌렸다. 지난해 우승팀 LG는 올해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시즌 전 5강 후보가 아니었던 삼성이 LG를 6경기나 제칠 줄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어느덧 2위 확보 매직넘버도 ‘5’로 줄였다. 남은 10경기에서 5승만 거두면 자력으로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보한다. 2위 자리를 거의 굳혔지만 박진만 감독은 12일 경기 전에도 순위 싸움에 대해 “아직 끝난 것 아니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해야 될 건 해야 한다”며 긴장을 풀지 않았다.
코너가 지난 11일 한화전에서 오른쪽 견갑 부위에 통증을 느껴 3⅓이닝 58구 만에 자진 강판하는 변수도 발생했다. 다행히 가벼운 담 증세로 밝혀졌지만 12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박 감독은 “이닝 수도 많았고, 휴식과 관리 차원에서 뺐다”며 “외국인 투수들도 그렇고 국내 투수들도 건강하게 시즌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 앞으로 또 큰 경기가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관리해주려 한다”고 말했다. 1위 KIA에도 6.5경기를 뒤져있어 굳이 따라잡기 위해 무리할 상황도 아니다. 3년 만에 가을야구를 확정한 삼성이 이제는 플레이오프 모드로 서서히 전환하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