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5강의 희망이 부풀 때가 엊그제다. 그런데 그 희망은 거품처럼 꺼졌다. 그래도 마지막 희망의 끈을 붙잡기 위해 최후의 일전을 벌인다. 이제 시리즈 싹쓸이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는 13~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3연전을 치른다. 8월 말, 양 팀 모두 한창 뜨거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을 때, 잔여경기 일정이 공개되자 가장 관심을 모았던 시리즈였다. 여기에 21~22일 대전에서 마지막 2연전 맞대결까지 예고되어 있다. 또한 기존에 편성된 사직 3연전까지 포함해 양 팀은 한 달 사이에 총 8번을 만나야 했다.
5위권을 한창 추격하던 상황에서 이 8번의 맞대결이 양 팀의 가을야구 운명을 결정지을 중대한 시리즈라고 모두가 내다봤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한화와의 맞대결이 많이 남은 것에 대해 “한쪽이 확 치고 올라가야 한다. 승패를 나눠 가지면 공멸이다”라고 양상을 예상하기도 했다. 일단 8월 27~29일 사직 3연전은 롯데가 2승1패 위닝시리즈를 거뒀다.
하지만 9월에 접어들면서 양 팀의 페이스는 완연하게 꺾였다. 한 여름의 뜨거웠던 기세가 사라졌다. ‘8치올’의 기세로 9월을 맞이했지만 9월 5~8일 KT-삼성-SSG 등과 치른 4경기에서 1무 3패를 거둔 게 다소 뼈아팠다. 특히 5강 경쟁 팀이었던 SSG를 상대로 1무1패에 머무르면서 5강 추격 동력이 확 꺾였다. 이후 2연승을 달렸지만 12일 선두 KIA전 0-10으로 대패를 당했다. 9월 4승 5패 1무의 성적이다.
‘푸른 한화’의 날개는 거칠 것 없이 펄럭였고 어디까지 비상할 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한화는 다시 힘을 잃었다. 7~12일까지 5연패 수렁에 빠졌다. 5연패 기간 마운드가 무너졌고 타선은 힘을 쓰지 못하는 투타 엇박자의 양상으로 기세가 확 꺾였다. 9월 성적은 3승6패.
롯데와 한화가 헤매는 사이, 5강 판도도 약간 변했다. 오랜 기간 5위에 머물고 있던 KT는 뒷심을 발휘하며 연전연승, 5할 승률과 두산을 넘어 4위로 올라섰다. 5위로 주저 앉은 두산과 승차는 어느덧 1.5경기 차이. 두산의 추락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8월 막바지 안 좋은 흐름이 이어졌지만 반등한 SSG가 따르고 있다. 6위 SSG는 또 두산과 1.5경기 차이다. 그리고 7위 롯데가 5위와 3.5경기 차이, 8위 한화가 4경기 차이다. 여전히 5위 두산과 격차가 크지 않지만, 잔여경기 숫자가 줄어든 상황에서 느끼는 체감은 더 멀게 느껴질 수 있다.
김태형 감독이 얘기했듯이 싹쓸이 아니면 정말 의미가 사라진 시리즈가 됐다. 롯데든 한화든 한 팀이 확 치고 올라가야 5강행의 마지막 불씨를 살릴 수 있다. 일단 한화는 선발 로테이션 조정을 펼치면서 롯데전에 사활을 걸었다. 대체선발이 연달아 들어가야 하는 사정도 고려했지만 롯데전에 포커스를 맞춘다고 볼 수 있는 조정이었다. 한화는 13일 선발 투수로 류현진을 예고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 26경기 9승 8패 평균자책점 3.80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한국 복귀 첫 시즌, 초반 부침을 겪었지만 에이스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한화의 가을야구 도전에 마지막 힘을 짜내고 있다. 롯데를 상대로는 올해 1경기 등판했는데 패전 투수가 됐다. 5월 8일 사직 경기에 나서서 5이닝 8피안타 7탈삼진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롯데는 한화전 트라우마가 있었던 박세웅이 선발 등판한다. 박세웅은 올 시즌 27경기 6승 9패 평균자책점 4.78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13차례의 퀄리티스타트로 안정감을 찾았다. 특히 최근 3경기 평균 자책점 0.44(20⅓이닝 1자책점)의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를 상대로는 8월 27일 한화전 7이닝 3피안타 2볼넷 1사구 6탈삼진 1실점 혼신투를 펼친 바 있다.
이번 시리즈 결과로 양 팀 모두 웃을 수 있는 일은 없다. 한 팀이 압도적인 페이스를 보여준다면 5강의 마지막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나머지 한 팀은 순위는 떨어질 것이고 또 다시 미래를 기약해야 하는 드래프트 순번에서만 앞서게 된다. 아니면 양 팀이 승패를 나눠 가지면서 모두 5강 희망이 사실상 소멸되고 양 팀 모두 드래프트 순번을 생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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