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트레이드와 포지션 재전향이 그들의 인생을 바꿨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내야진 리빌딩의 핵심인 손호영(30)과 고승민(24)이 세계야구소프트볼협회(WBSC) 프리미어 12 국가대표 예비명단에 포함, 태극마크를 달 기회가 생겼다.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12일, ‘WBSC에 2024 프리미어12 ‘팀 코리아’ 예비 명단 60명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28 LA 올림픽에서 활약을 기대하는 20대 중심의 젊은 선수들로 예비 명단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최종엔트리 제출(10월 11일)까지 예비엔트리 60명의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은 면밀히 살피면서 최종 엔트리를 확정한다’고 설명했다.
투수 29명, 포수 4명, 내야수 17명, 외야수 10명이 선발됐다. 구단 별로는 삼성이 가장 많은 8명의 선수가 발탁됐다. LG, 두산, KIA, 롯데가 그 뒤를 이어서 7명의 선수가 뽑혔다. KT, SSG, NC가 5명씩, 한화와 키움은 4명의 선수가 뽑혔다. 상무에서는 1명이 선발됐다.
롯데는 투수 1명(김진욱)을 제외하면 모두 야수들이 뽑혔다. 포수 손성빈, 내야수 나승엽 고승민 손호영, 그리고 외야수 윤동희 황성빈이 발탁됐다. 윤동희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모두 발탁됐고 맹활약을 펼치며 국가대표 외야수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고 올해 한층 더 스텝업 한 성적으로 다시 국가대표 예비명단에 뽑혔다. 이변이 없는 한 윤동희의 대표팀 발탁은 기정사실이다. 나승엽과 손성빈은 지난해 APBC 대표팀에 이어 다시 예비명단에 포함됐다.
여기에 롯데는 올해 내야진 세팅을 완벽하게 해줬고 내야진 리빌딩을 완성하게 만든 두 선수가 대표팀 발탁 기회를 잡았다. 트레이드로 합류해서 3루수로 자리 잡은 손호영, 여기에 올해 입단 당시 포지션이었던 2루수로 재전향해서 정착한 고승민도 대표팀 예비명단에 승선했다. 올해 롯데에서 신분과 위상이 극적으로 바뀐 선수들이라고 볼 수 있다.
2020년 LG 입단 이후 잦은 부상으로 기회를 잡지 못하고 밀려났던 손호영은 개막 이후 곧바로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이 내야진 공격력 강화를 위해 염경엽 LG 감독에게 손호영을 간청했다. 150km를 던지는 사이드암 투수 우강훈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해야 했지만 그만큼 손호영의 공격력이 절실했다.
손호영은 두 차례 햄스트링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했다. 트레이드 이후 두 달 가량의 공백이 있었다. 하지만 이 공백을 덮을 정도로 손호영의 활약상은 대단했고 롯데 내야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루와 유격수를 오가다가 3루수로 정착했다. 한동희의 군 입대로 3루와 공격 생산력 공백을 우려했던 롯데다. 그러나 손호영 덕분에 걱정은 금방 잊을 수 있었다. 손호영 스스로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30경기 연속안타 기록을 작성하는 등 트레이드 이후 기량이 만개했고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88경기 타율 3할2푼7리(339타수 111안타) 17홈런 71타점 OPS .928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김도영(KIA) 송성문(키움) 최정(SSG) 문보경(LG) 등 괴물들이 버티고 있는 3루 자리에서 이들 못지 않은 경쟁력을 선보였다. 트레이드 이후 최고의 커리어를 써 내려가면서 국가대표 발탁 기회까지 얻었다. 2024년은 인생역전의 시기라고 볼 수 있었다.
손호영만큼 극적이지 않지만, 고승민 역시도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입단 당시 2루수였던 고승민은 이후 외야수, 1루수를 거치면서 한 포지션에 정착하지 못했다. 구단의 의사가 컸기에 고승민도 방황하는 시간이 적지 않았다. 재능에 비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다고 볼 수 있었다.
올 시즌 역시 고승민은 외야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사실 고승민은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올해 스프링캠프까지 2루수 훈련을 받았다. 그러나 주전 좌익수로 점찍었던 김민석이 내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하자 고승민을 다시 외야로 보냈다. 김태형 감독은 고승민의 타격의 잠재력을 살리면서 타선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런데 슬럼프에 시달리며 2군에서 재조정 과정을 거쳤다. 이때 2루수 고정이 결정됐다. 손호영이 합류하고 한동희의 군 입대가 겹치면서 롯데는 내야진을 완전히 재편했고 고승민은 다시 2루수로 돌아왔다. 김태형 감독도 의문이 가득했지만 수비에 일가견 있고 경험이 풍부한 김광수 벤치코치가 힘을 실었다. 고승민의 2루 전향에 대해 “한 번 해보시죠”라며 김태형 감독의 결단을 지지했고 고승민은 2루수로 점점 자리를 잡아갔다.
올해 106경기 출장해 타율 2할9푼8리(426타수 127안타) 11홈런 69타점 OPS .796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한창 좋았을 때 3할 초반의 타율에 .8 초중반대의 OPS를 찍는 등 공격 생산력을 과시했지만 첫 풀타임 시즌에 대한 체력적인 부침은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그래도 포지션 정착 1년차에 이 정도의 성장세를 이뤄냈다. 김혜성(키움)이 국가대표 2루수 단골 손님이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특례를 받게 됐고 프리미어12 대회 기간 기초군사훈련을 받게 됐다. 기초군사훈련을 미룰 수 없는 만큼 2루수 자리는 새판을 짜야 하는데, 멀티 포지션으로 2루가 가능한 선수들이 있지만 편재 예비명단에서 전문 2루수 자원은 고승민과 신민재(LG) 정도가 전부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를 경험하고 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경험이라고 선수들은 말한다. 지난해 윤동희가 두 차례 대표팀을 경험하고 올해 리그 최정상급 외야수로 자리 잡은 것만 봐도 확인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두 선수의 대표팀 예비명단 포함은 또 다른 기회와 성장을 의미한다.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른데 이어 국가대표까지 발탁되면 얼마나 더 큰 경험치를 얻게 될지 가늠하기 힘들다.
롯데 내야진의 새판 짜기, 세대교체가 성공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프리미어12 예비명단이었다. 손호영과 고승민에게는 올해 더 기억에 남을 시즌이 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