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 절차 준수'' KFA, 10차 회의록 공개... 정해성 '무책임론' 다시 수면 위로
입력 : 2024.10.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노진주 기자] 감독 선임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대한축구협회(KFA)가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제10차 회의록을 공개한 가운데, 해당 회차에서 모든 결정 권한을 위임받은 후 돌연 사퇴한 정해성 전 전강위원장(66)의 무책임한 행보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1일 KFA는 지난 6월 21일 정해성 전 위원장 주재 하에 열린 제10차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이하 전강위)의 15페이지 분량 회의록을 미디어에 공개했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달 9월 30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3~4차전에 나설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선임 논란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했다. 

홍명보 감독은 “쟁점이 되는 10차 회의록이 있을 것이다. 언론에 공개해 투명하게 검증하는 것도 (논란을 해소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직접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에 KFA는 익명 처리된 전강위 10차 회의록을 공개했다. 

10차 회의에는 이영진, 윤덕여, 윤정환(이상 줌 참석), 박주호, 이미연, 고정운, 송명원, 전경준, 이상기 위원이 참석했다. 박성배 위원은 개인 상황 때문에 사임 의사를 밝혀 불참했다.  

KFA에 따르면 10차 회의는 홍명보 감독 선임에 있어 공식적으로 열린 마지막 전강위 회의다. 

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후보를 5명으로 압축했다. 최종 감독 후보 순위는 정해성 위원장이 결정해 KFA에 추천하는 것으로 위원들이 '만장일치' 합의했다.

정해성 위원장은 “나한테 일임해줬지만, 1~3순위를 가지고 위원님들한테 동의를 받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위원은 “혹시나 (최종 후보 순위가) 밖으로 유출되면 리스크가 크다”라며 반대했다. 이에 위원들은 10차 회의에서 추려진 후보 5명의 순위를 정해성 위원장이 스스로 판단해 KFA에 추천하는 것에 동의했다.

정해성 위원장은 “내가 (최종 감독 후보 순위를) 정하는 건가?”라고 다시 물었고 한 위원은 “네. 위원장님이 판단하시면 된다”라고 답했다. 해당 대화가 이뤄진 뒤 회의록엔 ‘모두 동의 (위원장님께 모든 결정 권한 위임)’ 글자가 적혀 있다.

회의록에 후보 5명의 순위가 매겨지진 않았지만 KFA에 따르면 홍명보 감독과 외국인 감독 1명이 10차 회의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사진] 10차 회의록 일부  / 대한축구협회

정해성 위원장이 최종 후보 순위를 KFA에 보고하고, 후보자 면담에 들어가면 되는 상황. 그런데 ‘마지막 단계’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정해성 위원장은 돌연 사임했다.

그는 10차 회의에서 추려진 5명의 후보를 3명으로 좁히고 2명의 외국인 후보자를 먼저 화상 면접을 통해 검증을 실시한 후 홍명보 감독을 1순위, 외국인 후보자 2명을 2, 3순위로 최종 협상 대상자 순위를 결정했다. 한데 관련 내용을 협회장에 보고 후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했다.

이후 정해성 위원장의 권한을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이어받아 감독 선임 후속 작업을 밟았다. 그는 6월 30일 KFA가 비공식이라고 주장하는 비대면 11차 전강위 회의에 임한 뒤 이미 추려진 후보자들과 면접을 진행했다. 그리고 홍명보 감독이 최종 선임됐다.

정해성 위원장이 사퇴하고,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감독 선임 작업을 앞장 서 이끄는 상황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KFA 규정상 분과위원회 위원은 다른 분과위원회 ‘겸직’이 불가한 상황에서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전강위 업무를 병행한 것이 정관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KFA는 “기술총괄이사가 전강위 업무를 병행한 것이 아니다. 또는 기술발전위원장으로서 전강위 위원장 역할을 한 것도 아니다. 전강위 위원들의 업무(감독 후보추천)가 10차로 마무리된 가운데 추천된 3명의 후보자에 대해 KFA(기술총괄이사)가 자신의 업무를 진행한 것이기에 정관 위반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사회 결의 없이 정몽규 회장의 지시만으로 이임생 이사가 감독 선임 작업을 이어받은 것은 부적절하단 비판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KFA는 “1순위 홍명보 감독을 내정발표(24년 7월7일)하고 이후 협회 이사회 서면결의(24년 7월10~12일)를 거친 후 최종 선임발표(24년 7월13일)를 함으로써 선임절차를 준수했다”라고 강조했다. 선임 과정 마지막 단계에서 이사회 결의를 거쳤기에 문제가 없단 것이다.

그러면서 “홍명보 감독도 기타 후보자들과 동일하게 전강위 회의에서 경기영상을 준비해 분석(9차회의)을 진행했으며 위원회 기간 중 정해성 위원장께서 직접 울산경기 참관을 하는 등 사전에 재검증을 했다”라며 일각에서 제기된 홍명보 감독 ‘무검증’ 주장에도 반박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번 논란을 발발시킨 인물은 정해성 위원장이다. 감독 선임 마지막 단계에서 느닷없이 옷을 벗었다. 

그는 지난 달 국회 현안 질의 때 “건강 문제도 있어서 회장님께 (최종 감독 후보 3인을) 보고 드린 이상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판단했다”라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정몽규 회장은 “(정해성 위원장이 홍명보 감독을 1순위로 보고할 때) 나머지 두 후보자(바그너, 포옛)는 어떻게 면담했는지 여쭤보니까 정해성 전 위원장이 ‘화상으로 면담했다’고 답변했다. (그걸 듣고) ‘재시 마쉬, 헤수스 카사스 감독도 직접 가서 만나봤으니, 홍명보 감독으로 정하더라도 3명을 공평하게 보고 추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라고 말했다”고 이야기했다. 

정해성 위원장은 “1순위를 제외하고, 2~3 순위를 만나서, 2순위 3순위가 결정이 되면 1순위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추가 설명했다.

10차 회의록을 살펴보면, 마쉬(캐나다 대표팀 부임), 카사스(이라크 대표팀 잔류) 감독을 놓쳤을 때와 달리 계약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받았다고 말한 정해성 위원장은 “내가 책임지고 해야 되지 않나. (어깨가) 조금 무거워지는 것 같다. 다 정리되면 공유는 못하지만 책임감 깊게 결정하겠다”라며 끝매듭을 잘 짓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정해성 위원장은 자신이 사퇴를 한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본연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감독 선임 작업 결과를 내지 못했다. 국회에 건재하게 모습을 드러낸 그가 건강상의 문제로 위원장 자리에서 내려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또 만약 KFA가 전강위 권한을 무시하는 압력을 행사했다고 느꼈다면 이를 바로 잡는 노력이라도 해야 했다. 

하지만 정해성 위원장은 그 어느 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이미 정해성 위원장을 향한 신임은 반토막난 상태였다. 그는 올해 3월 A매치를 앞두고 공석이던 A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있던 황선홍 감독을 임시로 앉혀 논란을 자초했다. 결국 한국 축구는 지난 4월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행이 좌절됐다.

황선홍 사령탑을 임시 A대표팀 감독으로 부를 때 올림픽 대표팀 결과가 안 좋을 시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라고 언론에 나서 직접 말했던 정해성 위원장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일언반구도 없었다. 그와 더불어 KFA 내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0차 회의를 마친 정해성 위원장은 이번에도 책임감이 없었다. 결국 그가 떠난 자리엔 ‘무책임’만 남았다. /jinju217@osen.co.kr

[사진] KF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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