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결과 대한축구협회(KFA)의 대표팀 감독 선임 사가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의 사퇴부터 꼬이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체부는 2일 서울 종로구의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축구협회 관련 감사 결과 중간 브리핑을 실시했다. 지난 7월 문체부는 축구협회에 대한 기초 조사를 진행한 결과 문제점을 발견했고, 감사로 전환한 뒤 관련 의혹들을 파헤치고 있다.
이날 문체부는 "KFA는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면서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적으로 감독 후보를 추천하고 면접 과정이 불투명·불공정하게 이뤄지는 등 제대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감독을 선임한 절차인 이사회 서면 결의는 감독 내정·발표 후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에 불과했다고 판단했다.
브리퍼를 맡은 최현준 감사관은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려 불법을 저질렀다는 부분은 감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국가대표 감독 선임 문제는 온 국민의 관심거리다. 관련 규정을 준수하면서 공정하고 국민들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동 편의주의 때문에 정관에 정해놓은 절차를 위반하거나 국가대표 감독 선임 규정을 위반하는 것은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문체부 발표에 따르면 홍 감독이 직접 회의록을 공개하자고 요청했던 10차 회의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10차 회의록은 이미 KFA가 지난 1일 모두에게 공개한 바 있다. 전강위는 이 자리에서 최종 후보 5명을 뽑았고, 추후 후보 간 순위를 매기고 협상하는 권한은 정 위원장에게 위임하기로 했다.
하지만 10차 회의 직후 정 위원장이 돌연 물러나면서 혼란이 발생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그는 홍명보 감독을 1순위로 설정해 보고했지만, 정몽규 KFA 회장이 후순위였던 다른 두 외국인 감독도 대면 면접을 진행하고 오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정 위원장은 건강 등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했고,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감독 선임 작업을 물려받게 됐다. 이 기술이사는 외국인 후보 면접부터 진행하고 돌아온 뒤 홍 감독을 찾아가 감독직을 제안했다.
문체부는 이 과정에서도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기술이사가 직접 진행한 홍 감독의 대면 면접 상황은 ▴ 사전 인터뷰 질문지 없이 ▴ 참관인 없이 기술총괄이사 단독으로 ▴ 장시간(4~5시간) 기다리다 늦은 밤 자택 근처에서 ▴ 면접 진행 중 감독직을 제안, 요청하는 등 다른 감독 후보자 면접과 달리 진행됐다는 것.
결론적으로 10차 회의까지는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정 위원장이 직접 홍 감독을 면접해 선임을 추진했다면 문제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정 위원장의 부재로 11차 온라인 회의에서도 감독 선임에 관한 이야기가 일부 오갔다. KFA는 이를 어디까지나 임시 회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문체부는 이날 발표에서도 '유효한 정식 회의'라고 반박했다.
최현준 감사관은 "10차 회의 결과에 따라 협상을 추진했다면 이런 논란이 없었을 것"이라며 "추천을 했지만, 다른 후보자를 대면 면접을 하라고 이야기 했다. 만약 당시 추천 절차가 마무리 됐다면 협상이 이뤄져야 하지만 추천이 생겼다. 이임생 위원장은 전력강화위원장이 아니기 때문에 권한이 없다"라고 짚었다.
또한 그는 "(정 위원장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그 협상(홍 감독과의 협상)을 추진했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1순위 홍명보 감독 후보자부터 협상 진행하라 했으면 큰 문제 없었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최대 관심사인 홍 감독의 거취는 KFA의 판단에 맡겨졌다. 문체부 차원에서 홍 감독 선임 무효를 선언하는 특단의 조치는 없을 전망이다.
최현준 감사관은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발견됐지만, 이로 인해 홍 감독과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절차적 흠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방법은 KFA에서 판단해야 한다. 저희가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문체부의 KFA 감사는 아직 진행형이다. 최현준 감사관은 "감사 결과 정몽규 회장도 정관 위반 사실 등이 드러났다. 아직 끝나지 않은 감사도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처분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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