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투헬은 재앙이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16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투헬 감독이 잉글랜드 남자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고 발표했다. 임기는 2025년 1월부터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2026년 7월까지.
마크 불링엄 FA CEO는 “세계 최고 감독 중 하나인 투헬을 선임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투헬은 축구에 대한 방대한 전문 지식과 추진력이 돋보였다. 그는 잉글랜드가 2026년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는 최상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잉글랜드가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 지난 8월 작고한 스벤 예란 에릭손(스웨덴)이 2002·2006 월드컵 때 잉글랜드를 8강까지 이끌었고, 이탈리아 출신 파비오 카펠로가 2010 월드컵에 나서 16강에서 탈락했다.
잉글랜드 출신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2016년부터 팀을 맡아 2018 월드컵 4위와 유로 2020·2024 준우승의 성과를 냈지만, 결국 우승 꿈을 이루지 못하고 지난 여름에 물러났다.
‘삼사자 군단’의 새 수장이 된 투헬 감독은 “오랜 시간 잉글랜드 축구와 인연을 맺어왔다”며 “잉글랜드 축구를 대표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은 큰 특권이며, 이 특별하고 재능 있는 선수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돼 매우 흥분된다”고 말했다.
투헬은 2023-2024시즌을 끝으로 바이에른 뮌헨에서 물러나 무직 상태였다.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은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BBC는 "투헬 감독을 선임하기로 한 축구협회 결정은 많은 사람들을 배신한 것은 물론, 국내 코치들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잉글랜드에도 투헬 못지 않은 지도자들이 있는데 왜 최근 논란에 빠진 감독을 데려왔느냐는 뜻이다.
'빌트'는 16일 "지난 주 알리안츠 아레나(바이에른 뮌헨 홈구장)에서 열린 구단 직원 회의에서 뮌헨 구단 최고 실권자인 울리 회네스 명예회장이 120명의 클럽 직원들과 얘기를 나눴다"며 "회네스 회장은 바이에른 뮌헨 정신을 설파하면서 투헬을 예로 들어 비난헸다"고 보도했다.
특히 "회네스는 '투헬은 우리 구단에 재앙이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회네스 회장은 지난 4월에도 "투헬은 어린 선수를 육성할 줄 모른다"고 말해 투헬 감독이 "날 모욕하는 발언을 참을 수 없다"며 한바탕 설전을 펼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묘한 시점에 전 감독인 투헬을 깎아내린 셈이 됐다.
사실 독일 언론은 투헬의 능력을 꾸준히 의심했다. 지난 5월엔 투헬이 자신의 휘하에 있던 수비수 김민재를 대놓고 저격하면서 그의 인성에도 물음표를 달았다.
투헬은 지난해 여름 이탈리아 세리에A 최우수수비수 김민재를 화상 통화까지 하며 뮌헨으로 스카우트했다. 다만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김민재를 벤치로 밀어내더니 지난 5월 열렸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레알 마드리드와의 홈 경기에서 김민재가 두 차례 실수를 범하자 그를 감싸기는커녕 "탐욕이 많은 수비수"라고 언론 앞에 대놓고 혹평, 독일 언론에서 "선수를 보호할 줄 모르는 감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편 투헬 감독은 유럽 무대에서 꽤 이름난 지도자다. PSG를 이끌고 2020년 UCL 준우승을 차지했다.
2021년에는 첼시에서 UCL 정상에 올랐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