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광주, 이선호 기자] 한국시리즈 사상 최초로 우천 서스펜디드 경기가 생겼다.
2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이 많은 비로 인해 경기를 완성하지 못했다. 6회초 삼성이 1-0으로 앞선 가운데 경기가 중단됐다. 비는 끝내 그치지 않았고 서스펜디드를 선언했다. 양팀은 22일 오후 4시부터 나머지 경기를 치른다. 포스트시즌 사상 첫 서스펜디드 경기였다.
삼성은 김지찬(중견수) 김헌곤(좌익수) 디아즈(1루수) 강민호(포수) 김영웅(3루수) 박병호(지명타자) 윤정빈(우익수) 이재현(유격수) 류지혁(2루수)으로 선발라인업을 꾸렸다. 플레이으포 4차전에서 결승홈런을 터트린 강민호를 4번으로 기용했다. 박진만 감독은 "4차전에서 홈런을 터뜨리며 좋은 느낌이 있을 텐데 4번 타자로서 상대 선발을 빨리 끌어내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KIA는 박찬호(유격수) 소크라테스(좌익수) 김도영(3루수) 최형우(지명타자) 나성범(우익수) 김선빈(2루수) 최원준(중견수) 김태군(포수) 서건창(1루수)를 내세웠다. 주전 이우성이 아닌 서건창을 1루수로 기용했다. 이범호 감독은 "우성이의 컨디션이 좀 안좋았다. 건창이가 경험도 있고 잔플레이를 잘해 기용했다"며 이유를 밝혔다.
경기는 오프닝 행사직전 비가 내리면서 65분이나 지연개시했다. 오락가락 비가 내리는 통에 방수포를 세 번이가 깔다 걷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결국 오프닝 행사를 단축해 7시36분에 경기를 시작했다. 양 팀 선수들도 몸을 풀며 한 시 간 넘게 초초하게 기다렸다. 22일도 많은 비가 예보돼 취소 가능성이 있어 경기를 강행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경기 개시콜이 나왔고 삼성이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 김지찬이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었다. 김헌곤의 2루 병살성 타구가 나왔다. 2루수 김선빈이 착실하게 유격수에 배달해 포스아웃을 시켰으나 박찬호의 1루 악송구로 주자를 살려주었다. 곧바로 강민호가 우중간 2루타를 터트려 2,3루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김영웅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KIA는 2회말 2사후 김선빈의 홈런성 타구가 철책 끝을 맞는 바람에 선제점을 실패했다. 김선빈은 홈런으로 생각하고 1루를 돌며 주루코치와 손을 마주치는 세리머니를 했다. 그러나 타구가 안쪽으로 떨어지자 황급하게 3루까지 진출했다. 최원준이 좌인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쑥쓰러운 미득점 3루타가 되었다.
삼성의 3회초 공격도 아쉬웠다. 류지혁이 유격수 내야안타를 때리고 상대의 악송구로 2루까지 밟았다. 김지찬이 착실하게 번트를 성공시켜 1사 3루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김헌곤이 투수 앞 땅볼을 날렸고 3주주자가 협살에 걸려 아웃됐다. 네일을 상대로 두 번이나 만든 기회를 살리지 못해 어려움을 예고했다.
KIA는 3회말 선두타자 김태군의 좌전안타와 보내기번트로 득점권에 주자를 보냈으나 후속타자들이 침묵했다. 4회말에도 선두타자 김도영이 볼넷을 골라내 귀중한 기회를 얻었다. 집요한 견제구가 날아갔다. 최형우가 유격수 뜬공, 나성범이 선채로 삼진으로 물러나 응집력이 부족했다. 김선빈이 9구 승부끝에 볼넷을 얻어 1,2루 기회를 넓혔으나 최원준의 안타성 타구가 원태인의 글러브에 들어가며 선제득점에 실패했다.
팽팽한 영의 행진은 KIA 킬러의 방망이로 깨졌다. 올해 KIA전 타율 4할4리의 김헌곤이 6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우월 솔로포를 터트렸다. 네일 주무기 스위퍼의 궤적을 그대로 맞췄다. 타구는 총처럼 날아가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한국시리즈 첫 득점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KIA 더그아웃은 답답한 기운이 지배했다.
KIA 선발 제임스 네일은 5회까지 무실점의 역투를 펼쳤으나 김헌곤의 홈런을 내주고 디아즈마저 볼넷을 내보내고 강판했다. 흐름이 급격히 삼성쪽으로 흘렸다. 이어 장현식이 마운드에 올랐으나 강민호를 다시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1,2루 위기에 몰렸다. 하늘에서는 계속 비가 내렸고 그라운드가 흠뻑 젖었다. 두 어차례 보토작업까지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심판진은 9시24분 선수단을 철수시켰다.
KBO는 "만약 6회말을 소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천으로 다시 개시 하지 못할 경우 서스펜디드가 성립된다. 동일구장이기 때문에 내일(22일) 2차전 오후 4시에 경기를 재개한다"고 예고했다. 선수단과 관중들은 다시 하염없이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다. 결국 빗줄기가 계속 굵어지자 서스펜디드경기를 선언했다. 초유의 1박2일 경기가 됐다. 1차전 관중은 그대로 잔여경기를 관전할 수 있다.
원태인은 5회까지 2피안타 2볼넷 무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1-0 리드를 이끈 일등공신이었다. 그러나 22일 서스펜디드 경기는 마운드에 오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KIA는 이미 네일이 내려간만큼 장현식이 그대로 던질 수도 있고 불펜진을 가동할 예정이다. 특히 3주간의 준비기간을 보낸 타자들의 실전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는 모습이었다. 22일에도 많은 비가 예보되어 있어 23일로 미루어질 수도 있다. 가을장마가 시리즈의 발목을 잡고 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