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광주, 손찬익 기자] “경기를 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이미 예보가 있었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이었다”.
포스트시즌 첫 서스펜디드 게임이 나왔다. 지난 2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1차전. 이날 광주 지역에는 비 예보가 있었다. 경기 개시 직전 굵은 비가 쏟아졌고 결국 대형 방수포가 등장했다.
비가 잦아들자 방수포를 걷어내며 식전 행사와 경기 준비에 나섰으나 또 비가 내렸고 구장 관리팀이 방수포를 다시 깔아야 했다. 궂은 날씨 탓에 방수포를 깔았다 걷기를 반복했고 오후 7시 36분에서야 경기가 시작됐다.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중책을 맡은 삼성 원태인과 KIA 제임스 네일은 명품 투수전을 선보이며 5회까지 0-0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균형을 먼저 깬 건 삼성이었다. 6회초 선두 타자로 나선 김헌곤이 네일과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스위퍼를 밀어쳐 오른쪽 외야 스탠드에 꽂았다. 곧이어 르윈 디아즈가 네일을 상대로 볼넷을 골랐다.
KIA 벤치는 네일 대신 장현식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장현식은 첫 타자 강민호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 1,2루가 됐다. 삼성이 달아날 기회를 잡은 가운데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심판진은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45분을 기다렸으나 비는 그치지 않았고 결국 포스트시즌 최초 서스펜디드를 선언했다. 이 경기는 22일 오후 4시 삼성의 6회초 공격 상황에서 재개된다.
삼성은 득보다 실이 더 컸다. 선발 원태인은 5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투구 수 66개에 불과해 완투승 페이스였다. 하지만 비로 인해 다음날 등판이 불가능해졌다. 무사 1,2루 찬스 또한 득점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
헛심만 쓴 꼴이 된 박진만 감독은 작심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시즌 중에도 잘 나오지 않는 상황이 발생해 당황스럽다. 경기 시작 전부터 선발 투수를 쓰고 중간에 끊길까 봐 걱정했었다. 선발 원태인이 좋은 투구를 하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이 발생해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흐름을 가져온 상황에서 끊긴 게 너무 아쉽다. 현재로서 원태인을 다시 쓰는 건 어렵다. 우리가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필승조를 다 투입해 이길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진만 감독은 또 “경기를 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이미 예보가 있었고 비가 오락가락 하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경기가 재개된 후 삼성이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올 경우 시리즈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박진만 감독이 경기 운영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