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채연 기자]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로맨스의 정수를 보여주며 마무리됐지만 다시 정주행 열풍이 불며 드라마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다.
쿠팡플레이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운명 같던 사랑이 끝나고, 모든 것을 잊은 여자 ‘최홍’과 후회로 가득한 남자 ‘아오이 준고’의 사랑 후 이야기를 그린 감성 멜로드라마로, 지난 25일 최종회인 6회까지 전편 공개되며 종영했다.
홍과 준고의 만남은 일본에서 시작된다. 뭘 할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당장 사회에 뛰어들 자신도 없던 홍(이세영 분)은 절친한 친구 지희(미람 분)가 있는 일본으로 향한다. 일본은 절대 안된다는 엄마의 말에도 홍은 집을 떠나 혼자만의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월세의 절반을 내줄 수 있는 지희가 있는 일본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마음과 달리 지희를 만나는 과정부터 쉽지 않았고, 들고 온 짐이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끼어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이때 홍 앞에 나타난 사람이 바로 준고(사카구치 켄타로 분). 홍은 준고의 도움을 받아 개찰구를 빠져나오고, 이후 의도치 않게 준고와 잦은 만남이 반복된다.
스치면 인연, 스며들면 사랑이라고 했나. 도로리와 핏포를 이어준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지고 동거 생활을 시작한다.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던 일상도 잠시, 한국 여자 최홍과 일본 남자 준고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화 차이와 사소하면서도 복잡한 현실의 문제들이 합쳐지면서 갈등을 빚는다.
축의금부터 말투, 단어까지. 미묘하게 삐걱거리던 두 사람은 결국 결별을 맞게 되고, 한국에 돌아온 홍은 5년 뒤인 현재 오랜 친구인 민준(홍종현 분)과 연인이 돼 결혼을 앞둔 상황.
이때 홍은 아버지의 부탁으로 일본에서 온 작가의 통역을 맡게 되고, 공항에서 작가가 된 준고와 재회한다. 5년 전, 홍과의 이별 후 여전히 후회로 가득 찬 준고는 홍과 쌓인 오해를 풀고 싶어 하지만, 홍은 준고 앞에서 혼란스러운 마음을 감추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민준과 준고의 마음을 돌리고 싶은 칸나(나카무라 안 분) 역시 답답한 마음일 뿐.
회차가 거듭되면서 드러나는 과거 두 사람의 갈등도 안타까움을 안긴다. 붉은 벚꽃이 만개한 공원에서 사랑을 시작한 이들의 현실은 차가운 집안의 공기, 싸늘한 두 사람의 말투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타국에서 의지할 사람은 준고밖에 없지만, 연락도 되지 않고 약속도 지키지 않는 준고의 모습에 홍은 실망한다.
그러나 준고 역시 현실을 살아가는 중, 면접 당일부터 근무할 수 있냐는 물음에 거절하지 못하고 홍이 기다리는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 “(시간을) 맞춰보겠다고 했지, 갈 수 있다고 한 건 아니었다”는 준고의 말에서 두 사람의 입장차이가 드러났다.
홍(紅)과 아오이(青い)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붉고, 푸르다. 사랑 앞에서 늘 열정 넘쳤던 이들의 갈등은 누구보다 시리고, 추웠다. 그러나 누구보다 현실적인 사랑을 그린 만큼, 매회 공개될수록 시청자들의 공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국제 연애의 달고 쓴맛을 잘 표현해서가 아닌, 표현 하나하나의 섬세함과 가깝고도 먼 문화 차이의 씁쓸함을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단 한 스푼도 빠짐없이 담아냈기 때문.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문현성 감독 역시 타협하지 않았다. 문 감독은 “처음에 촬영 준비에 대한 한국팀과 일본팀의 접근 방식이 달랐다. 양팀 모두 서로에게 익숙한 방식의 기준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당연한 시행착오였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생기면서 조금씩 호흡이 맞춰지기 시작했고 특히 일본팀도 한국팀이 기대했던 수준의 비주얼을 담기 위해 로케이션 섭외에 집요하게 매달렸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본 교토 촬영에서 빛을 발했다고. 문현성 감독은 “교토에서의 촬영은 2회차 정도였지만, 실제 준비 기간은 6개월 이상이 걸렸다. 우리가 어렵게 섭외한 곳들 모두 도쿄와 마찬가지로 엄격한 시간제한이 걸려 있었다. 결국 제작진은 한국팀 특유의 순발력과 일본팀 특유의 조직력에 마지막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문 감독은 “분명 무모한 작전이었지만, 프로덕션 전체에 묘한 승부욕이 맴돌았다. 비록 대본의 설정대로 화창한 하늘의 교토를 담지는 못했지만, 수많은 난관 끝에 계획했던 모든 장소를 촬영한 것만으로도 제작진은 매우 뿌듯했다”고 덧붙여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완벽 호흡을 자랑했다.
결국 한일의 만남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세영과 사카구치 켄타로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방영 직후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고, 6회로 종영된 이후에는 정주행 추천 작품으로 언급되며 다시보기 열풍이 불고 있다.
여기에 문현성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과 영상미가 만나 주인공의 이야기를 더욱 아름답게 했고, 사랑과 이별, 재회를 다루는 순간에도 한 끗을 챙기며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였다. 한국의 대표 로맨스 영화 ‘클래식’, 그리고 일본의 대표 로맨스 영화 ‘러브레터’가 그렇듯, 앞으로 어느 겨울날 자연스럽게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보고 있지 않을까.
/cykim@osen.co.kr
[사진] 쿠팡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