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투수 공이 좋은데 맞은 건 포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김기연(27·두산 베어스)은 아직도 뼈아팠던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을 잊지 못했다. 두산의 에이스 곽빈이 선발 등판했지만 1이닝 만에 4실점하고 무너졌고 그대로 패한 두산은 2차전까지 내주며 사상 초유의 WC 업셋패의 멍에를 썼다.
뼈아픈 기억이다. 이후 한 달이 넘게 지났지만 당시 포수 마스크를 썼던 김기연은 아직도 당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지 못했다.
6일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열린 2024 두산 베어스 마무리 캠프 현장에서 만난 김기연은 "아직 생각이 많이 난다. 그날 공이 안 좋았던 게 아닌데 그런 결과가 나오니까 더 아쉬웠다"며 "(곽)빈이에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투수 공이 좋았는데 맞은 거는 그건 포수 잘못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곽빈은 최고 시속 156㎞에 달하는 직구를 뿌리며 상대에게 위압감을 줬다. 결승타의 주인공 장성우는 번트를 대지 않은 이유로 "직구가 워낙 좋아 번트 대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며 "(강)백호에게 기회가 가도 공략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강공을 택한 배경을 전했다.
이어 "직구가 워낙 좋았는데 하나도 안 던지더라"며 "슬라이더와 커브가 다 맞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기연은 당시 볼 배합에 대해 "원래 계획은 KT 타자들이 빈이의 직구에 초점을 맞추고 올 것이라고 생각을 해서 직구와 편차가 큰 커브를 섞어서 가려고 했는데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트시즌 경기에 나선 게 처음이었다. 정규 시즌과 볼 배합을 다르게 갔던 게 시즌 때는 (상대) 약점이 보이면 그걸로 계속 파고들었는데 포스트시즌엔 그렇게 안 된 것 같다"며 "머릿속으로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 의심하다 보니까 그렇게 못 한 것 같은데 올해를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겠다"고 전했다.
어찌보면 김기연에겐 너무도 큰 과제였다. 2016년 LG 트윈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기연은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지난 시즌을 앞두고 2차 드래프트로 한 지붕 라이벌인 두산으로 이적했다.
양의지(37)라는 국내 최고 포수가 있었으나 체력적 부담과 부상 등으로 인해 많은 기회를 잡았고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95경기 타율 0.278 5홈런 31타점 31득점, 출루율 0.337, 장타율 0.377, OPS(출루율+장타율) 0.714로 두산이 고민하던 백업 포수 문제를 완전히 지워냈다. 포수로서도 579이닝을 소화하며 양의지(608⅓이닝)과 포수 마스크를 거의 동등하게 나눠썼다.
그럼에도 스스로에겐 점수를 매기는 것을 포기했다. 김기연은 "제 생각에 점수를 매기는 건 주전 선수들에게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한다"며 "제가 아직 주전 선수로 1년의 다 뛴 게 아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주전이 된다면 그때 다시 점수를 매기겠다"고 말했다.
준주전급으로 도약했지만 아직은 스스로 갈 길이 멀다고 느낀다. "운이 좋게 기회를 많이 받아서 스타팅도 많이 나갔는데 가장 컸던 건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자신감을 얻으면서 하다 보니까 마지막까지 결과가 나쁘지 않게 나온 것 같다"면서도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크다. 내년에 더 잘하고 싶다"고 욕심을 나타냈다.
WC의 기억처럼 투수진과 호흡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아진 시즌이었다. 김기연은 "빈이랑 어린 투수들이 주축이기 때문에 공의 힘이 좋아서 구위로 누르는 스타일의 리드를 많이 했던 것 같다"면서 "올해는 다른 팀에서 처음 본 투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랬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내년엔 타자들도 적응하고 준비를 해올 테니까 다른 방향으로도 여러 가지를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즌 내내 예상 외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양의지의 도움이 컸다. "선배님이 쓴소리는 하나도 안 하고 너무 좋은 말과 응원만 해주셨다. 대한민국 최고의 포수가 '잘한다, 잘한다' 하면 KBO에서 뛰는 포수라면 가장 좋아할 일이지 않나"라며 "그것 때문에 더 자신감 있게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선배님이 아파서 뒤에 나오더라도 더그아웃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그런 선수니까 많이 배우고 선배님 덕분에 좋은 시즌을 보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더 완벽한 포수가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기연은 "우리 팀 투수들이 공도 빠르고 좋기 때문에 제가 블로킹만 더 잘한다면 투수들이 더 잘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올해 안 좋았던 게 도루 저지율이었는데 내년에 피치클락도 도입되니까 더 잘 할 수 있도록 준비하려고 한다. 방망이도 아직 멀었다. 의지 선배님처럼 3할을 쳐보고 싶다"고 욕심을 나타냈다.
본격적인 전지훈련을 앞두고 보완점을 메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김기연은 "수비적으로 내년에 바뀌는 게 많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려는 마음에 열심히 하고 있다"며 "다 잘하고 싶은데 타격은 한 달이란 시간으로 부족할 수도 있다. 12월, 1월에 또 이어서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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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포수 김기연이 6일 이천 베어스파크 마무리 훈련 현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김기연(27·두산 베어스)은 아직도 뼈아팠던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을 잊지 못했다. 두산의 에이스 곽빈이 선발 등판했지만 1이닝 만에 4실점하고 무너졌고 그대로 패한 두산은 2차전까지 내주며 사상 초유의 WC 업셋패의 멍에를 썼다.
뼈아픈 기억이다. 이후 한 달이 넘게 지났지만 당시 포수 마스크를 썼던 김기연은 아직도 당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지 못했다.
6일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열린 2024 두산 베어스 마무리 캠프 현장에서 만난 김기연은 "아직 생각이 많이 난다. 그날 공이 안 좋았던 게 아닌데 그런 결과가 나오니까 더 아쉬웠다"며 "(곽)빈이에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투수 공이 좋았는데 맞은 거는 그건 포수 잘못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곽빈은 최고 시속 156㎞에 달하는 직구를 뿌리며 상대에게 위압감을 줬다. 결승타의 주인공 장성우는 번트를 대지 않은 이유로 "직구가 워낙 좋아 번트 대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며 "(강)백호에게 기회가 가도 공략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강공을 택한 배경을 전했다.
이어 "직구가 워낙 좋았는데 하나도 안 던지더라"며 "슬라이더와 커브가 다 맞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WC 1차전에서 곽빈(왼쪽)이 흔들리자 마운드에 오른 김기연(오른쪽). |
이어 "포스트시즌 경기에 나선 게 처음이었다. 정규 시즌과 볼 배합을 다르게 갔던 게 시즌 때는 (상대) 약점이 보이면 그걸로 계속 파고들었는데 포스트시즌엔 그렇게 안 된 것 같다"며 "머릿속으로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 의심하다 보니까 그렇게 못 한 것 같은데 올해를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겠다"고 전했다.
어찌보면 김기연에겐 너무도 큰 과제였다. 2016년 LG 트윈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기연은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지난 시즌을 앞두고 2차 드래프트로 한 지붕 라이벌인 두산으로 이적했다.
양의지(37)라는 국내 최고 포수가 있었으나 체력적 부담과 부상 등으로 인해 많은 기회를 잡았고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95경기 타율 0.278 5홈런 31타점 31득점, 출루율 0.337, 장타율 0.377, OPS(출루율+장타율) 0.714로 두산이 고민하던 백업 포수 문제를 완전히 지워냈다. 포수로서도 579이닝을 소화하며 양의지(608⅓이닝)과 포수 마스크를 거의 동등하게 나눠썼다.
그럼에도 스스로에겐 점수를 매기는 것을 포기했다. 김기연은 "제 생각에 점수를 매기는 건 주전 선수들에게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한다"며 "제가 아직 주전 선수로 1년의 다 뛴 게 아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주전이 된다면 그때 다시 점수를 매기겠다"고 말했다.
포수 김기연(왼쪽)이 경기 중 이병헌을 다독이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WC의 기억처럼 투수진과 호흡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아진 시즌이었다. 김기연은 "빈이랑 어린 투수들이 주축이기 때문에 공의 힘이 좋아서 구위로 누르는 스타일의 리드를 많이 했던 것 같다"면서 "올해는 다른 팀에서 처음 본 투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랬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내년엔 타자들도 적응하고 준비를 해올 테니까 다른 방향으로도 여러 가지를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즌 내내 예상 외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양의지의 도움이 컸다. "선배님이 쓴소리는 하나도 안 하고 너무 좋은 말과 응원만 해주셨다. 대한민국 최고의 포수가 '잘한다, 잘한다' 하면 KBO에서 뛰는 포수라면 가장 좋아할 일이지 않나"라며 "그것 때문에 더 자신감 있게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선배님이 아파서 뒤에 나오더라도 더그아웃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그런 선수니까 많이 배우고 선배님 덕분에 좋은 시즌을 보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더 완벽한 포수가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기연은 "우리 팀 투수들이 공도 빠르고 좋기 때문에 제가 블로킹만 더 잘한다면 투수들이 더 잘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올해 안 좋았던 게 도루 저지율이었는데 내년에 피치클락도 도입되니까 더 잘 할 수 있도록 준비하려고 한다. 방망이도 아직 멀었다. 의지 선배님처럼 3할을 쳐보고 싶다"고 욕심을 나타냈다.
본격적인 전지훈련을 앞두고 보완점을 메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김기연은 "수비적으로 내년에 바뀌는 게 많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려는 마음에 열심히 하고 있다"며 "다 잘하고 싶은데 타격은 한 달이란 시간으로 부족할 수도 있다. 12월, 1월에 또 이어서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안타를 치고 기뻐하는 김기연(오른쪽).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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