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 백업 포수에서 두산 베어스 안방의 미래로 성장한 김기연(27). 비결을 들어보니 고교 선배이자 대한민국 최고 포수 양의지의 칭찬과 격려가 그를 지금의 ‘김기연’으로 만들었다.
LG 소속이었던 김기연은 지난해 11월 개최된 KBO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라이벌 두산 지명을 받았다. 드래프트 시점 기준 장승현, 안승한, 박유연, 윤준호 등 수많은 백업 포수 자원을 보유한 두산이었지만, LG에 1라운드 양도금 4억 원을 지불하고 포수를 영입하며 전문가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수년간 지속된 고질적 백업 포수 고민에도 김기연 지명은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진흥고 출신의 김기연은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2차 4라운드 34순위 지명을 받은 뒤 수년째 2군 생활을 전전했다. 입단 후 LG에서 무려 8년을 보냈지만, 1군 통산 성적이 42경기 타율 1할4푼 3타점이 전부였고, 팀이 29년 만에 우승한 지난해에도 알을 깨지 못하고 28경기 타율 1할1푼8리 2타점으로 부진했다. 39세 베테랑 허도환과의 경쟁에서도 밀린 선수였다.
김기연은 예상을 깨고 일발 장타력과 안정적인 투수 리드를 앞세워 두산 백업 포수 고민을 종결시켰다. 올 시즌 95경기 타율 2할7푼8리 5홈런 31타점 31득점 OPS .714의 커리어하이를 쓰며 진흥고 선배 양의지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전격 낙점됐다. 순위싸움이 한창이었던 8월 김기연의 월간 타율은 3할2푼3리(62타수 20안타) 1홈런 5타점에 달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양의지가 잦은 부상을 당하면서 김기연의 존재감이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양의지는 2024시즌 608⅓이닝(리그 9위) 소화에 그쳤는데 김기연이 579이닝(11위)을 소화하며 주전 공백을 최소화했다. 두산의 정규시즌 4위 도약에는 김기연의 지분이 제법 있었다.
최근 이천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김기연은 “운 좋게 기회를 많이 받아서 선발로 많이 나갔다.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하다보니 자신감이 생겼고, 마지막까지 결과가 나쁘지 않게 나왔다. 다만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크다. 난 아직 시작도 안 했다. 내년에 더 잘하고 싶다”라고 이적 첫 시즌을 되돌아봤다.
2024시즌을 통해 마무리캠프에서의 위상과 개인의 목표도 바뀌었다. 김기연은 “과거에는 비시즌을 보낼 때 1군에서 뛰는 걸 목표로 삼았는데 이제는 1군에서 더 많은 경기, 더 좋은 결과를 내려고 준비를 한다. 아예 다른 차원이다. 준비를 잘해서 내년에도 아프지 않고 1년을 온전히 뛸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환하게 웃었다.
김기연은 두산 입단 당시 양의지의 진흥고 후배로 주목을 받았다. 두산 구단은 “국내 최고의 포수이자 진흥고 직속 선배인 양의지가 (김기연의) 성장에 큰 도움을 주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는데 실제로 올해 김기연이 양의지 효과를 제대로 누렸다.
김기연은 “양의지 선배님이 나한테 쓴소리를 하나도 안하셨다. 좋은 말과 응원만 많이 해주셨다. 대한민국 최고의 포수가 ‘잘한다 잘한다’ 하면 KBO리그에서 뛰는 포수라면 너무 좋지 않겠는가”라고 웃으며 “그거 때문에 더 자신감 있게 임할 수 있었던 거 같기도 하다. 선배님이 아프셔서 뒤에 나오시더라도 선배님이 더그아웃에 있는 거 자체로도 힘이 됐다. 많이 배웠다. 선배님 덕분에 좋은 시즌을 보냈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김기연은 양의지의 부상으로 생애 첫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에서 선발 포수를 맡기도 했다. 그는 “가을야구는 처음이었다. 정규시즌과 볼배합을 다르게 가져갔다”라며 “원래 정규시즌에는 타자의 약점이 하나 보이면 그걸 파고 들었는데 가을야구에서는 그런 게 안 나왔다. 머릿속으로 생각하긴 했는데 계속 의심해서 못 했다.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되돌아봤다.
인터뷰를 통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조기에 무너진 에이스 곽빈을 향한 미안한 마음도 전했다. 김기연은 “아직 그 때 생각이 많이 난다”라고 운을 떼며 “그날 (곽)빈이 공이 안 좋았던 게 아닌데 결과가 그렇게 나와서 아쉬웠다. 빈이에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투수 공이 좋은데 맞은 건 포수 잘못이다. KT 타자들이 빈이 직구에 초점을 둘 것을 예상하고 커브를 섞었는데 결과가 아쉬웠다”라고 진심을 표현했다.
2024시즌 귀중한 경험은 마무리캠프 확실한 목표 정립으로 이어졌다. 김기연은 “우리 투수들 공이 빠르고 좋아서 블로킹을 조금 더 잘한다면 투수들이 더 잘 던질 수 있을 거 같다”라며 “올해 도루저지도 좋지 않았다. 내년 피치클락이 도입된다고 하니 거기에 맞게 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방망이도 아직 멀었다. 양의지 선배님처럼 타율 3할을 쳐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어 “첫 시즌이라 나도 모르게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900이닝을 나가는 포수도 있는데 난 600이닝도 소화하지 못했다. 지치면 안 된다. 1000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몸을 만들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김기연에게 끝으로 올해 본인의 플레이에 몇 점을 주고 싶냐고 물었다. 김기연은 “내 생각에 점수를 매기는 건 주전 선수들이 해야 한다. 아직 주전으로 풀로 뛴 게 아니다. 난 아직 시작도 안 했다. 나중에 주전이 된다면 그 때 다시 말씀드리겠다”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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