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연휘선 기자]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에서 활약한 배우 윤경호가 선배 연기자 한석규의 조언에 깊은 감동을 표했다.
윤경호는 지난 15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극본 한아영, 연출 송연화, 약칭 '이친자')에서 오정환 역으로 출연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 장태수(한석규 분)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 장하빈(채원빈 분)의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져가며 심연 속의 진실을 쫓는 부녀 스릴러 드라마다. 웰메이드 스릴러라는 호평과 '용두용미'라는 극찬 속에 작품이 막을 내린 바. 작품 종영을 기념해 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윤경호를 만나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윤경호가 맡은 오정환은 경찰의 핵심은 형사라고 생각하는 강력팀장이다. 극 중 범죄분석팀장 장태수를 연기한 한석규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윤경호는 가장 먼저 "생경한 호흡이었다"라며 놀라움을 밝혔다. 그는 "저는 원래 늘 더 빨리 해주길 바라는 감독님들을 많이 봤다. 특히 영화는 대사와 행동도 같이 해주길 바라고, 이 상황이 빨리 넘어갈 수 있게 해줘야 했다. 진짜 영화에서는 길어야 3초 안에 컷을 넘기길 선호하셨다. 그러다 보니 원래도 제가 말이 빠른데 더 빨라졌어야 했다. 주로 표정도 단발성 연기를 많이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허락된 여유 안에서 온전히 음미하면서 연기하고 싶은데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 길을 내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한석규 선배님도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배님이 '한 번쯤은 느릿느릿 하면서 덩치에 맞게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가는 그런 역할도 잘 소화할 수 있다면, 많은 면에서 사람들이 찾아주는 롱런하는 배우가 될 거다. 대한민국에 없는 캐릭터야'라고. 잠깐 제가 의기소침했을 때 그런 생각 말라고 대한민국에 필요한 배우라고 말해주셨다. 그걸 '한석규'라는 사람이 해주니까 귀를 의심할 정도로 감사했다"라고 거듭 밝혔다.
또한 "그래서 선배님처럼 말 맛을 살리면서 눈빛, 호흡, 표정이 살아있는 그런 연기자가 되고 싶다"라며 "한석규 선배님도 말 빨리 하려고 굉장히 노력하셨다. 상대적으로 젊은 친구들이 말이 다 빠르고 호흡이 빠르다. 리딩할 때도 빠르게도 해보고, 안 들리게도 해보고, 성우 출신이라 발음이 좋으니까 더 흘려가면서도 하시더라. 리딩 내내 저 선배님이 우리랑 섞이려고 되게 많이 노력한다고 하셨다. 나중에 '나도 내 말투를 버리려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라고 하시더라. 생활감 있게 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데 잘 안 되고 그래도 노력한다고. '너의 목소리를 찾았으면 좋겠다'라고 하셨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내 말투가 나오는데 민식이 형도 형 말투가 있고 황정민도 자기 말투가 있고, 류승범도 자기 말투가 있다. 결국 사람들이 따라하는 고유의 말투는 못 벗어나는 것 같아. 그거까지 버려서 하는게 좋은지는 모르겠어. 고유의 말투를 찾되 역할 쪽으로 확장시키는 걸 찾아봐'라고 해주신 적이 있다. 그 때 저의 연기철학이 흔들릴 정도로 큰 충격이 있었다. 나는 늘 항상 새로운 캐릭터를 찾으려고 덤벼왔는데 그 고민한 시간에 비례해서일 뿐이지, 결국 나의 경험 안에서 모든 게 나오는데 여기서 신출귀몰한 한계가 얼마나 있을까 싶더라"라고 고백했다.
나아가 윤경호는 "그렇게까지 나에 대해서 나는 너무 관대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보기엔 큰 차이가 없는데. 그에 반면 내실이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다. 내적으로 얼마나 가져갔을지, 표정이나 호흡에 모든 게 담겼을지, 외형적 특징에만 의존하지 않았나 반성도 했다. 형사를 또 맡아도 더 깊이 있는 느낌을 가지려 열심히 한다면 그 전과는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캐릭터에만 국한됐을지 모른다. 인물은 분명히 다르다. 그런 식으로 내적으로 들어가게 됐다. 그런 부분들을 비롯해 참 많이 배움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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