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이 라인업이 실화인가. 2024시즌 역대급 외국인선수 흉작에 시달린 두산 베어스가 무려 300만 달러(약 42억 원)를 투자해 초호화 외인 라인업을 구축했다. 이들이 명성에 걸맞은 퍼포먼스만 해준다면 두산은 내년 약속의 시즌을 보낼 수 있을 전망이다.
두산의 2024시즌 외국인선수 농사는 기록적인 ‘흉작’이었다.
시작은 총액 150만 달러에 재계약한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의 충격 방출이었다. 부상과 부진을 거듭하면서 12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4.76을 남기고 7월 4일 팀을 떠난 것. 여기에 2선발 브랜든 와델마저 14경기 7승 4패 평균자책점 3.12로 호투하던 도중 어깨를 다쳐 6월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끝으로 시즌 아웃됐다.
두산은 악재 속에서 어떻게든 5강권을 유지하기 위해 대체자 물색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이들마저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최초 6주 이탈 소견을 받은 브랜든의 단기 대체자로 일본 독립리그 출신 시라카와 케이쇼를 데려왔지만, ‘관중 울렁증’에 시달리며 7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평균자책점 6.03으로 부진했다. 설상가상으로 팔꿈치 통증이 발생해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일본으로 떠났다.
7월 알칸타라의 대체자로 두산에 온 조던 발라조빅은 ‘제2의 더스틴 니퍼트’라는 평가와 달리 12경기 57이닝 2승 6패 평균자책점 4.26으로 방황했다. 8월 14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 4이닝 4실점 패전을 시작으로 승리와 인연을 끊었는데 순위싸움이 절정인 9월 4경기 2패 평균자책점 7.00으로 민폐를 제대로 끼쳤다. 퀄리티스타트는 총 2차례뿐이었고, 이승엽 감독은 감독은 급기야 그를 시즌 막바지부터 불펜으로 전환시켰다.
알칸타라 2승, 브랜든 7승, 시라카와 2승, 발라조빅 2승을 거뒀다. 네 선수의 승리 총합은 13승에 불과했다. 두산 곽빈, 삼성 원태인이 혼자서 15승을 해냈는데 말이다.
외인 농사 흉작에 따른 선발야구 붕괴는 자연스럽게 불펜 과부하로 이어졌다. 신인 마무리 김택연을 비롯해 이병헌, 최지강, 홍건희, 이영하 등 뒷문 요원들의 등판 횟수가 잦아지면서 혹사 논란이 일었다. 물론 이들의 헌신으로 정규시즌 4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했으나 이는 두산이 당초 구상한 ‘건강한 야구’는 아니었다.
외국인타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총액 70만 달러에 계약한 헨리 라모스가 워크에식, 해결사 능력, 장타력 등에서 심각한 약점을 보이면서 7월 24일 웨이버 공시를 당했다. 30만 달러에 두산맨이 된 제러드 영의 38경기 타율 3할2푼6리 10홈런 39타점 OPS 1.080 활약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이에 두산은 스토브리그 개장과 함께 그 어느 구단보다 발 빠르게 외국인선수 농사에 착수했다. 현지 리스트업을 통해 수준급 외국인투수 듀오 영입에 사활을 걸었고, 외국인타자의 경우 제러드 재계약과 새 외인 영입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만일의 상황을 대비했다. 역대급 외인 흉작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구단의 의지였다.
결과물은 화려하다 못해 어메이징하다. 3명 가운데 가장 화력한 이력을 뽐내는 선수는 외국인타자 제이크 케이브(32)다. 케이브는 2018년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필라델피아 필리스, 콜로라도 로키스 등에서 7시즌을 뛰었다. 빅리그 통산 성적이 523경기 타율 2할3푼6리 337안타 45홈런 176타점 OPS .692에 달하며 올해 콜로라도에서 123경기 타율 2할5푼1리 81안타 7홈런 37타점 OPS .686으로 활약했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 통산 성적은 427경기 타율 3할3리 64홈런 256타점 OPS 0.893.
두산 관계자는 "케이브는 강한 손목 힘에서 나오는 빠른 배트 스피드가 장점인 MLB 수준 외야수다. 또한 잠실야구장을 커버할 수 있는 외야 수비 능력과 센스 있는 주루 플레이도 갖추고 있다"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새로운 1선발이 유력한 콜 어빈(30) 또한 케이브와 마찬가지로 현역 메이저리거 출신이다. 2019년 필라델피아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미네소타 등을 거쳤고, 올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4경기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12.27을 남겼다. 메이저리그 6시즌 통산 134경기(선발 93경기) 593이닝 28승 40패 평균자책점 4.54의 풍부한 경력을 자랑한다.
두산 관계자는 "어빈은 최근 4년간 ML에서 90경기 선발 등판한 전문 선발 유형의 투수"라며 "왼손 투수임에도 최고 구속 153km에 달하는 직구의 위력이 빼어나고 커브와 커터,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수준급이다. ML 통산 9이닝 당 볼넷이 2.16개에 불과할 만큼 준수한 제구력을 갖춘 투수로 판단했다"라고 어빈의 장점을 설명했다.
또 다른 외국인투수 토마스 해치(30)는 2020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고, 4시즌 통산 39경기(선발 6경기) 4승 4패 평균자책점 4.96을 기록했다. 2024시즌 일본프로야구(NPB) 히로시마 도요 카프 소속으로 5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7.36을 기록하며 아시아 야구도 경험했다. 2024시즌 NPB 2군에서는 15경기 72이닝 평균자책점 2.36으로 호투했다.
두산 관계자는 "해치는 최고 구속 154km의 직구와 슬라이더, 커터, 체인지업, 싱커를 모두 스트라이크존에 넣을 수 있는 투수"라고 소개하며 "안정된 투구폼을 바탕으로 제구력이 안정된 유형이며 긴 이닝 소화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두산은 케이브, 어빈, 해치와 모두 KBO 신규 외국인선수 상한액 100만 달러를 꽉 채워 계약했다. 외국인선수 영입에만 무려 300만 달러를 쏟아 부었고, 일단 기록 상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한때 이름을 날렸던 수준급 선수들을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지난주 열린 ‘2024 곰들의 모임’에서 두산 팬들을 향해 “내년이 두산의 약속의 2025시즌이 될 수 있도록 많이 준비하겠다”라고 4위 그 이상의 순위를 약속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토브리그 농사가 중요한데 일단 전력의 절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외국인선수는 지난 시즌과 달리 초호화 라인업이 꾸려졌다. 외인 덕을 보지 못했을 때도 4위를 해낸 두산이 막강 트리오와 함께 어디까지 올라갈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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