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박지성, “맨유와 맞서리라 상상 못했다”
입력 : 2012.11.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런던(영국] 김동환 기자= 퀸스 파크레인저스(QPR)의 ‘캡틴’ 박지성이 24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라포드에서 개최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2012/2013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를 앞두고 ‘스포탈코리아-맨유특약’과 마주했다.

박지성은 2005년 맨유에 입단한 후 7년동안 성공적인 시간을 보냈고, 지난 여름 QPR로 이적해 아시아 출신으로는 처음 프리미어리그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최근 4경기를 결장한 그는 친정 맨유와의 경기를 앞두고 담담한 모습이었다. 팀 훈련에는 100% 참가하고 있지만 출전을 장담하지는 못했다. 친정과의 대결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QPR과 자신의 생존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런던 근교에 위치한 QPR의 할링턴 훈련장에서 만난 그는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임했다.

반갑습니다. 인터뷰에 앞서 3시간 정도 훈련을 지켜봤는데, 이제 부상의 여파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많이 회복됐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훈련을 한 후에 경기 출전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훈련은 소화하고 있지만, 결장도 길었고, 컨디션도 아직 100%는 아닙니다.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출전을 하게 된다면, 맨유에서 이적한 후 처음으로 올드 트라포드를 방문하는 것입니다. 다시 ‘꿈의 극장’을 찾는 기분은 어떤가요?
막상 올드 트라포드에 가면 이상한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라커룸 위치도 다르고, 만감이 교차할 것 같습니다. 맨유가 아닌 다른 팀의 일원으로 경기를 하기 위해 그곳을 찾기 때문에 다른 기분이 들겠지요. 맨유에서 지내던 시절 원정 팀 라커룸에 몇 차례 가봤는데, 홈 팀 라커룸과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다만 TV가 없고, 크기가 조금 다른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홈과 원정 팀 라커룸이 마주보고 있는데, 맨유가 아닌 다른 팀의 문에서 제가 나올 것이라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누구나 빅 클럽에서 활약하길 바라는데, 7년간 맨유에서 주전으로 활약했습니다. 맨유를 떠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어떤 점이었나요?
당연히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스탭들, 최첨단 시설에서 함께 훈련하고 경기를 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이 세상의 어느 축구 선수라도 맨유의 그것을 쉽게 버리고 나올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저도 그 부분에서 고민이 상당히 깊었습니다. 더군다나 7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더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QPR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했고, 향후 구단의 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또 다른 도전을 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기에 이적을 결심했습니다.

QPR 이적 후 맨유 시절을 돌아보면 가장 그리운 것이 무엇인가요?
에브라가 가장 그립습니다. 제가 아인트호벤을 거쳐 맨유에서 보낸 시절을 통틀어 가장 친하게 지낸 친구입니다. 다른 한국인 친구들과 비교해도 그런 친구는 많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합니다. 그래서 에브라를 자주 볼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든 부분입니다. 맨유 시절 대화도 많이 했고,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제 모든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는 친구입니다. 종종 통화는 하지만 그립습니다.



맨유에서 활약했던 7년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그라운드 안팎의 추억은 무엇인가요?
동료들과 함께 훈련하고 생활했던 7년의 모든 순간이 소중합니다. 특히 우승 트로피를 들었던 모든 순간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맨유에서 소화헀던 경기들도 모두 소중한 추억이었습니다.

QPR 이적이 확정되기 전까지 아시아 팬들은 카가와 신지와 박지성 선수가 함께 뛰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운명이 엇갈렸습니다. 카가와 신지가 맨유에 잘 정착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떤 느낌이 드나요?
당연히 보기 좋습니다. 카가와가 비록 부상으로 잠시 쉬고 있지만, 안착했다는 사실은 아시아 축구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는 증거입니다. 카가와가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다시 한 번 아시아 축구의 성장을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당히 기분이 좋습니다. 이제는 아시아를 바라보는 눈이 유럽을 바라보는 눈과 동등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런던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후 생활은 어떤가요?
축구 이외의 부분에서는 매우 잘 지내고 있습니다. 맨체스터와 비교해 번화했고, 한국 음식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팀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이 가장 힘든 부분입니다. 축구만 잘 풀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맨유를 떠난 후 후회한 적은 없나요?
아직 없습니다.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다시 밟을 가능성이 낮아진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QPR의 성적이 좋지 않아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아쉬움을 생각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오직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QPR이 아직 1승도 거두지 못했는데,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물론 경기 내용이 좋았던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은 사실이고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입니다. 현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팀원 모두가 알고 있고, 어떻게 극복할지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훈련장에서 더 많은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맨유를 떠날 당시 올드 트라포드의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아마도 박수가 터져 나올 것 같습니다. 맨유 팬들이 부르는 ‘박지성 응원가’ 역시 다시 한 번 울려퍼질 것 같은데, 어떤 기분이 들 것 같나요?
만약 저를 위해 팬들이 박수를 보내준다면, 상당히 기분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 7년 동안 맨유에서 보낸 시간들, 제 땀과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난 7년 동안 느낀 ‘맨유, 이래서 좋다 TOP3'를 꼽아주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 세계 최고의 선수와 스탭들이 함께 훈련한다는 점. 두 번째, 축구 선수로 누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경기들, 마지막으로 ‘우승 트로피’라는 것을 들어 올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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