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7' 호날두 쟁탈전, 끝나지 않은 '쩐의 전쟁'
입력 : 2013.03.1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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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축구계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수천억원을 쏟아부어서라도 그 이상의 수익만 뽑으면 그만인, 자본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곳이다. 전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많지 않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둘러싼 '빅 클럽'의 영입 전쟁도 결국 자본과 자본이 부닥치는 치열한 전쟁의 현장일 뿐이다.

호날두가 축구 산업계에서 상종가를 치는 이유는 그의 상품성이 이미 입증된 블루칩이기 때문이다. 호날두의 맨유 시절엔 CR7이 새겨진 맨유의 '나이키' 유니폼이 잉글랜드에서 가장 많이 팔렸고 호날두의 레알 마드리드 시절엔 CR7이 새겨진 레알의 '아디다스' 유니폼이 스페인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 스포츠인텔리전트에 따르면 맨유와 레알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니폼 판매량을 자랑하는 클럽인데, 시즌당 1백5십만장을 판다.

잉글랜드의 빅클럽 맨유와 스페인의 빅클럽 레알의 대결, 더 나아가서는 EPL과 프리메라리가의 자존심 대결로 보일수도 있지만 무대 뒤에서 보면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전쟁인 셈이다. 맨유와 레알은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채널일 뿐이다. 물론 이들 덕분에 맨유와 레알도 돈을 벌었고 벌고 있다.

나이키의 입장에서 보자. 호날두를 레알로 떠나보낼 때는 피부로 크게 와닿지 않았을 수 있지만 막상 현실로 나타나는 현상을 보면 영 개운치가 않았을 것이다. 매주 레알의 아디다스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누비고 골 세레머니를 한다. 전세계적으로 타전되는 영상과 사진에 아디다스의 로고가 고스란히 담긴다.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천문학적 액수를 호날두에 지급하고 있는 나이키로서는 호날두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별이 되질 않는 상황이다.

아디다스의 입장에서 보자면 마냥 "땡큐, 호날두!"다. 개인적인 스폰서를 하지 않았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공식 유니폼 스폰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호날두가 환호할 때마다 돋보이는 건 '삼선' 아디다스다.

단편적인 사례를 하나 보자. 레알 마드리드의 공식 용품 스토어는 CR7의 유니폼을 찾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거린다. 레알 마드리드와 아디다스는 호날두가 레알에 오기 전 이런 '기적'을 근래에 단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스토어에 들어가기 위해 20분씩 줄을 서야 하고 매일 상품 진열장을 새로 채워야 할 지경이라는 현지 보도다.

아디다스와 레알 마드리드에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CR7'이다. 아직 공식적인 통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선배 갈락티코 '베컴'과 '지단'의 판매량을 훨씬 앞섰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모처럼 호기를 맞은 아디다스는 레알을 자극해서라도 호날두를 빼앗기고 싶지 않을 것이다.

맨유와 나이키가 스폰서 계약 연장을 위해 만난 자리에서 "호날두의 영입에 대해 논의했다, 호날두 영입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한다"는 이달 초 외신의 보도에 힘이 실렸던 것도 이런 현상 때문이다. 나이키로서는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이미지가 절반씩 섞여 있는 혼합물, 호날두'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레알이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맨유 원정 경기를 위해 맨체스터 공항에 도착하던 날 호날두의 패션을 생각하면 나이키가 갖는 마음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호날두는 레알의 짙은 녹색 유니폼과 극명한 대비를 보이는 흰색 나이키 운동화와 양말을 착용했다. 패션으로 말하자면 논란이 분분할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는 호날두가 스폰서 나이키의 홍보를 위해 애쓴, 너무나도 애쓴 노력의 결과물로 해석된다.

호날두가 에이전트의 조언을 받아들여 1년 더 레알에 남기로 했다는 외신의 보도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날두의 이적 문제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까닭은 거대 스포츠 브랜드의 이익을 충족시켜주는 가장 확실한 '블루칩'이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 호날두 맨체스터 공항 입국 장면 데일리 메일 사이트 캡쳐 이미지



기획편집팀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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