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관전평] 한순간 집중력 결여가 승패 갈랐다
입력 : 2013.07.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축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골이다.

결국 골이 터지지 않는 경기는 축구의 재미를 반감시킴은 물론 아쉬움과 답답함만을 안겨준다. ‘2013 EAFF 동아시안컵’를 통해 출범한 홍명보호가 바로 그랬다.

홍명보호는 1차전 호주와의 대결에서 빠른 패스에 의한 조직적인 플레이와 투지로 90분 동안 20차례가 넘는 소나기 슈팅을 퍼부었지만 끝내 득점을 올리는데 실패했다.

2차전 중국과의 대전에서도 수비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경기 내용이 결코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득점포는 터지지 않은 채 무득점에 그쳤다.

2경기 연속 무득점, 무승부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안겨줬던 홍명보호의 골 갈증 해소와 함께 첫 승은 3차전인 일본과의 대전으로 미뤄졌다. 13년 만에 한국축구의 메카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운명의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 홍명보호는 이 같은 부담을 안고 경기에 나섰다.

1, 2차전 각기 다른 선발 라인업을 통하여 선수 평가를 끝낸 홍명보 감독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일본전에 최정예 스쿼드를 출전시키며 ‘2013 EAFF 동아시안컵’에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선수들의 기량, 포메이션, 팀 전력, 감독의 전술과 지략 보다는 정신력이 우선하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양 팀의 맞대결은 영원한 라이벌 답게 한국은 강한 압박과 투지로, 일본은 미드필드에서의 섬세한 패스 플레이와 볼 점유율을 높이려는 조직력 축구로 대응했다.

한국은 전반 7분 윤일록의 크로스에 의한 고요한의 발리슈팅으로 기선을 제압한 뒤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지배했다. 그 선봉장에는 수비형 미드필더인 하대성과 이명주가 포진했다.

이들은 기동력으로 중원을 넘나들며 일본 선수들의 활발한 움직임과 공간을 활용하는 패스플레이를 차단한 후, 완급을 조절하는 플레이로 고요한, 김동섭 등이 일본수비의 아킬레스건인 수비 조직력과 순간적인 집중력 부족을 집중 공략하는 오른쪽 측면 플레이를 활발하게 펼칠 수 있게 했다.

이에 호주, 중국과의 대전에서 5실점을 한 일본 수비라인은 수비의 핵 구리하라 요조를 중심으로 한국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는데 급급했다.

한국의 파상공세로 수세에 몰려있던 일본은 전반25분 수비에서 공격으로 이어지는 단 한 커트 플레이로, 한국의 경계대상 1호였던 카키타니 요이치로가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김창수의 방심에 의한 오프사이드 판단 실수로 허용한 통한의 실점이었다. 허를 찔린 실점 후 한국은 여전히 공수 밸런스를 유지하며 일본 문전을 위협하는 플레이를 전개했지만 정확하고 위협적이지 못한 크로스와 프리킥, 코너킥 세트피스로 일본 골문을 여는데 실패했다.

‘공격이 곧 수비’라는 축구의 진리 아닌 진리가 한국에 골을 가져다준 시간은 전반 32분이었다. 일본 문전을 파고들던 윤일록이 이승기와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후 일본문전 오른쪽 약 18m 지점에서 오른발 슈팅, 볼은 일본 골문에 빨려 들어가 동점골을 기록했다.

동점골로 더욱 기세가 오른 한국은 더욱 양쪽 측면을 이용한 적극적인 공격을 전개했지만 공격 플레이의 완급조절 및 창의적인 플레이 미흡과 원톱 김동섭의 단조로운 움직임으로 더 이상의 골은 기록하지 못했다.

전반 45분 동안 일본축구는 일본이 자랑하는 패스플레이와 조직력 축구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 채 '일본형 축구'가 무엇인지 찾는데 만 급급했고, 팀 사령탑인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도 한국선수들이 펼치는 활발한 플레이와 공간 압박에 탈 압박만 벤치에서 외쳤다.

후반전은 정신력과 집중력, 체력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플레이는 여전히 일본을 괴롭혔고 일본이 간간히 태클을 시도하며 펼치는 투지 있는 플레이는, 전반보다는 매끄러웠지만 전방 1선에서부터 펼치는 한국의 강한 압박에 손쉽게 봉쇄당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은 집중력과 체력 저하로 공격은 단조로웠고 한국은 이승기를 축으로 최전방과 최후방의 간격 조절을 유지하며 이를 집중 공략하는 플레이를 펼쳤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움은 원톱 김동섭의 위협적 플레이와 제공권 및 결정력 부족이었다. 이로 인하여 후반 25분 김동섭을 조용철로 교체 했지만 공격루트는 여전히 단조로움을 벗어나지 못했다.

후반 40분 일본 문전에서 김창수가 맞은 절호의 기회는 한국의 후반전 골찬스 최고의 백미였다. 그러나 김창수의 강한 슈팅은 골문을 벗어났고 결국 한국은 득점에 실패하며, 후반 46분 일본의 역습에 의한 카키타니 요이치로의 골로 일본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토록 강조했던 집중력이 한순간 일본이 아닌 한국에게 무너진 결과였다.

한일전의 승패는 중요하다. 그래서 지면 역적이고 죄인이다. 그러나 선수들의 기량, 경기력, 체력, 정신력 등에서 일본에 한발 앞선 면을 보여줬다.

특히 홍명보 축구 스타일이 어떤 것인지도 ‘2013 EAFF 동아시안컵’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호주, 중국, 일본전을 통하여 드러난 홍명보호의 최대 단점은 득점력 빈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격라인의 박주영, 지동원, 손흥민 등 유럽파가 절실하다.

지금 홍명보 감독이 언급한 8~10월은 ‘2013 EAFF 동아시안컵’에서, 무언가 얻어낸 소득이어서 홍명보호의 2014‘ 브라질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이 기대된다.

이제 ‘2013 EAFF 동아시안컵’은 끝났다.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홍명보호에 대한 ‘설왕설래’의 이야기는 절대 이롭지 않다.

글=김병윤(전 서산농고 감독)
사진 김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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