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찬욱의 눈] 모예스, 어색한 ‘퍼거슨 따라하기’ 절대 금물
입력 : 2013.10.0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왕찬욱 기자= 위기에 놓여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로테이션. 현재 맨유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주전 멤버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사용되는 이 운영법은 잘 활용만 한다면 체력안배와 적절한 긴장감 유발 등 아주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과다하게 혹은 잘못 활용할 경우 팀 전체에 악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로테이션은 ‘양날의 검’으로도 불린다.

맨유에서 로테이션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영광의 시대를 만들고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다. 퍼거슨 전 감독은 ‘로테이션의 귀재’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수많은 선수들이 부상, 경고누적 등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더라도 다른 선수들을 적극 활용하며 좋은 경기력을 꾸준히 선보였던 것이 바로 퍼거슨 전 감독의 맨유다.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해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등 수 많은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맨유에 퍼거슨 전 감독의 로테이션은 필수적인 요소였다.

하지만 현재 맨유는 벌써부터 그것을 잊어버린 듯 하다. 사실 이는 예고된 수순이기도 하다. 모예스 감독은 맨유의 사령탑에 오르기 전 오랜 기간 에버턴을 맡아왔다. 에버턴은 팀의 어려운 재정 사정상 로테이션 멤버는 물론이고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들을 마저 감당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모예스 감독은 로테이션을 잠시 잊고 보유한 자원에서 최상의 조합을 찾아 전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연마할 수 밖에 없었다.

맨유와 에버턴은 다르다. 그렇기에 모예스 감독이 맨유의 지휘봉을 잡았던 그 순간부터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어 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로테이션 활용능력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모예스 감독의 로테이션에 의문을 제기했고 심지어 샤흐타르 도네트크의 미르체아 루체스쿠 감독이 맨유와의 일전을 앞두고 “그들의 로테이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지었다”고 분석할 정도다.

하지만 모예스 감독은 매 경기 출전명단에 변화를 주며 나름의 로테이션을 가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모예스 표’ 로테이션의 문제는 무엇일까?

로테이션의 핵심은 적절한 시기와 적절한 활용이다. 매 경기마다 다른 선수들을 내보내는 것은 로테이션이 아니라 그저 실험에 불과하다. 중요치 않은 컵 대회 등과는 달리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해야 하는 리그에서는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주전 스쿼드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그 스쿼드에서 경기마다 적게는 1~2명, 많게는 3~4명까지 변화를 주는 것이 효과적인 로테이션이다.

모예스 감독의 로테이션은 과도하다는 문제가 있다. 적절한 로테이션은 체력안배는 물론 긴장감을 유발해 선수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4~5명 이상을 매 경기마다 바꾼다면 팀 워크에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으며 혼란을 야기한다. 로테이션이 아닌 실험에 가깝다는 것이다.

모예스 감독은 분명히 능력이 있는 감독이다. 중하위권에서 허덕이던 에버턴을 꾸준히 유럽대항전 진출 경쟁권까지 끌어올렸다는 점만 봐도 그가 무능력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를 감독으로 선택한 맨유도 아무런 생각 없이 무능력한 사람에게 지휘봉을 맡기진 않았을 것이다.

모예스 감독은 퍼거슨 전 감독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로테이션을 억지로 활용하다간 지금과 같은 부작용만 나올 뿐이다. 로테이션은 천천히 익숙해지면 된다. 전임 감독 따라잡기에 급급해 자신의 강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진=ⓒBPI/스포탈코리아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