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러시아 미녀’, ‘보드카’. 이들은 러시아를 수식하는 대표 키워드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주목해야 할 것이 ‘러시아 축구’다. 최근 유수의 해외 축구 언론을 통해 러시아와 관련된 내용이 많이 출몰하지만 우리는 정작 러시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스포탈코리아’가 준비했다. 매주 금요일 ‘풋볼스키’라는 이름으로 러시아의 최신 이슈와 소식을 독자에게 전한다.
지난 8일 한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NFC)에 소집됐다. 12일과 15일에 열릴 브라질, 말리와의 평가전을 대비해 담금질에 들어가기 위함이다. 특히 12일 열리는 브라질과의 평가전은 홍명보호 출범 이후 맞붙은 가장 강력한 팀이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라고 승부를 포기하기는 이르다. 어차피 축구는 팀 스포츠기에 뛰어난 개인기는 잘 짜여진 전술과 전략으로 상대하면 된다.
이를 잘 활용한 사례가 러시아 축구 대표팀이다.
러시아는 지난 3월 영국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한 수 위 상대로 여긴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시종일관 대등한 경기를 선보이며 1-1 무승부를 거뒀다. 러시아가 이날 브라질 골문으로 날린 슈팅수는 13(유효슈팅 4). 이는 브라질의 슈팅 수와 같다. 러시아는 다소 점유율에서 밀리는 양상을 보였지만 (42:58). 확실한 공간 압박과 역습 상황으로 페널티 에어라인에서 찬스 생성(러시아:4회, 브라질:2회)수에선 우위를 보여며 팽팽한 경기의 균형을 가져갔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객관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브라질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게 된 것일까?
이에 이번 <풋볼스키>에서는 러시아가 어떻게 브라질의 공격을 무력화했고, 효율적인 공격으로 경기를 이끌었는지 알아본다.
러시아는 어떻게 네이마르를 막았나?
이번 브라질전의 관건은 네이마르 봉쇄하기. 아무래도 네이마르는 브라질 전술적 핵심이기 때문이다.
네이마르는 화려한 개인기 뿐 아니라 동료와의 연계플레이가 뛰어나다. 또한 상대 수비라인 근처에서의 다이빙 동작도 능해 파울을 유도, 세트피스 기회를 잘 만들어 낸다. 그렇기에 대표팀 수비수들은 ‘긴장’ 모드로 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다행스러운 사실이 있다. 네이마르가 역습이 아닌 지공 상황에서 단독 드리블 돌파를 시도할 경우에는 그 파괴력이 뛰어나진 않다는 것이다.
네이마르는 주변에 연계할 수 있는 동료가 많을수록 창조성과 두뇌플레이가 빛을 낸다. 특히 측면 수비수인 마르셀루와의 스위칭 플레이를 할 때 매우 다양하고 창조적인 공격이 펼쳐진다. 따라서 네이마르의 공격을 직접적으로 막아서는 마르셀루의 동선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러시아는 이 점을 간파했고, 네이마르보다는 마르셀루의 발을 묶는데 중점을 뒀다. 당시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한 블라디미르 비스트로프(제니트)의 움직임을 보면 잘 알 수 있는데, 비스트로프는 러시아 공격이 끊겼을 때, 우선적으로 마르셀루의 활동 노선 앞에 위치하며 오버래핑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11.3 Km의 활동량을 보인 비스트로프의 활동반경 비중이 하프라인 우측면 뒤편에서(4.8Km)을 차지한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비스트로프를 조금 더 수비적으로 배치한 러시아는 마르셀루의 발을 사전에 묶는데 성공했고 미리 네이마르와의 연계 플레이를 무력화 시켰다. 이날 경기 후 네이마르가 5.5의 좋지 않은 평점을 받은 반면, 비스트로프가 골을 넣지 못했음에도 8점이라는 최고 평점을 부여받을 것을 보면 이날 비스트로프의 활약을 지레 짐작할 수 있다.
한국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이 유력한 이청용이 활발한 수비가담으로 마르셀루의 공격 지원을 사전에 차단한다면 우리가 우려했던 네이마르의 파괴력은 반감될 수 있다.
헐크 or 오스카의 오른쪽 측면을 공략한 러시아
브라질처럼 중앙 밀집형 전술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점은 측면 쪽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지기 쉽다는 점이다. 헐크(제니트) 혹은 오스카(첼시)가 배치될 수도 있는 오른쪽 측면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헐크와 오스카는 어느 정도 수비능력을 겸비한 전형적인 측면 공격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둘은 공격에서 수비로의 전환속도나 수비 시 적극성은 측면 공격수들보다 떨어진다. 그리고 러시아는 이점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
러시아가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집중 공략한 공격방향은 왼쪽 측면이었다.( 왼쪽: 44%, 중앙 25% 오른쪽: 31%). 과정을 보면 역습의 경우가 많았는데 이날 경기에서 러시아는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한 오스카의 드리블이 끊겼을 때 빠른 카운트 어택으로 브라질의 오른쪽 수비를 집중 공략했다.
오스카가 빠르게 수비 가담을 하지 못하자, 오른쪽 수비수로 나선 알베스는 러시아 공격수와 1:1 혹은 2;1 상황을 맞이하는 빈도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알베스는 1:1 수비에서 특별히 문제를 드러내는 선수가 아니지만, 2:1과 같은 수적 열세의 상황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이는 그리고 고스란히 위협적인 장면으로 연결됐다. 브라질은 이날 러시아에 내준 4번에 오픈찬스를 내줬는데, 모든 것이 브라질의 오른쪽 측면에서 시작됐다.
러시아가 이날 카운터 어택이 가능했던 또 다른 이유는 공격형 중앙 미드필더 데니스 글루샤코프(스파르탁 모스크바)가 보여준 넓은 활동량에 있다.
이날 총 12.8Km를 뛴 글루샤코프는 러시아가 역습 상황에서 브라질의 알베스 자리를 공략할 때마다 빠르게 수비 자리를 메우며, 다시 역습을 맞이할 경우를 대비하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글루샤코프의 활발한 움직임이 없었다면 러시아의 카운터 어택은 어쩌면 브라질에게 또 다시 역으로 한방 먹을 수 도 있었다.
이점을 한국은 집중 공략해야 한다. 왼쪽 측면 수비수로 나서는 박주호(마인츠)나 윤석영(퀸즈파크레인져스) 모두 활발한 오버래핑 능을 자랑하는 선수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공격형 중앙 미드필더(구자철,김보경)으로 나서는 이들도 글루샤코프처럼 빠른 측면 오버래핑시 수비 가담을 철저히 해줘야 한다.
러시아는 철저히 계획된 전술로서 개인기량에서 우위를 점한 브라질을 상대했고 대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이것은 홍명보 감독이 ‘한국형 전술’과 아귀가 맞아 떨어지는 모양새다.
어쩌면 한국도 대표팀 주전들의 몸값을 다 합쳐도 한 선수의 몸값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 러시아가 보여준 전술적 해법을 찾는다면 말이다.
글= 김성민 기자
사진=ⓒBPI/스포탈코리아
지난 8일 한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NFC)에 소집됐다. 12일과 15일에 열릴 브라질, 말리와의 평가전을 대비해 담금질에 들어가기 위함이다. 특히 12일 열리는 브라질과의 평가전은 홍명보호 출범 이후 맞붙은 가장 강력한 팀이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라고 승부를 포기하기는 이르다. 어차피 축구는 팀 스포츠기에 뛰어난 개인기는 잘 짜여진 전술과 전략으로 상대하면 된다.
이를 잘 활용한 사례가 러시아 축구 대표팀이다.
러시아는 지난 3월 영국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한 수 위 상대로 여긴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시종일관 대등한 경기를 선보이며 1-1 무승부를 거뒀다. 러시아가 이날 브라질 골문으로 날린 슈팅수는 13(유효슈팅 4). 이는 브라질의 슈팅 수와 같다. 러시아는 다소 점유율에서 밀리는 양상을 보였지만 (42:58). 확실한 공간 압박과 역습 상황으로 페널티 에어라인에서 찬스 생성(러시아:4회, 브라질:2회)수에선 우위를 보여며 팽팽한 경기의 균형을 가져갔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객관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브라질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게 된 것일까?
이에 이번 <풋볼스키>에서는 러시아가 어떻게 브라질의 공격을 무력화했고, 효율적인 공격으로 경기를 이끌었는지 알아본다.
러시아는 어떻게 네이마르를 막았나?
이번 브라질전의 관건은 네이마르 봉쇄하기. 아무래도 네이마르는 브라질 전술적 핵심이기 때문이다.
네이마르는 화려한 개인기 뿐 아니라 동료와의 연계플레이가 뛰어나다. 또한 상대 수비라인 근처에서의 다이빙 동작도 능해 파울을 유도, 세트피스 기회를 잘 만들어 낸다. 그렇기에 대표팀 수비수들은 ‘긴장’ 모드로 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다행스러운 사실이 있다. 네이마르가 역습이 아닌 지공 상황에서 단독 드리블 돌파를 시도할 경우에는 그 파괴력이 뛰어나진 않다는 것이다.
네이마르는 주변에 연계할 수 있는 동료가 많을수록 창조성과 두뇌플레이가 빛을 낸다. 특히 측면 수비수인 마르셀루와의 스위칭 플레이를 할 때 매우 다양하고 창조적인 공격이 펼쳐진다. 따라서 네이마르의 공격을 직접적으로 막아서는 마르셀루의 동선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러시아는 이 점을 간파했고, 네이마르보다는 마르셀루의 발을 묶는데 중점을 뒀다. 당시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한 블라디미르 비스트로프(제니트)의 움직임을 보면 잘 알 수 있는데, 비스트로프는 러시아 공격이 끊겼을 때, 우선적으로 마르셀루의 활동 노선 앞에 위치하며 오버래핑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11.3 Km의 활동량을 보인 비스트로프의 활동반경 비중이 하프라인 우측면 뒤편에서(4.8Km)을 차지한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비스트로프를 조금 더 수비적으로 배치한 러시아는 마르셀루의 발을 사전에 묶는데 성공했고 미리 네이마르와의 연계 플레이를 무력화 시켰다. 이날 경기 후 네이마르가 5.5의 좋지 않은 평점을 받은 반면, 비스트로프가 골을 넣지 못했음에도 8점이라는 최고 평점을 부여받을 것을 보면 이날 비스트로프의 활약을 지레 짐작할 수 있다.
한국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이 유력한 이청용이 활발한 수비가담으로 마르셀루의 공격 지원을 사전에 차단한다면 우리가 우려했던 네이마르의 파괴력은 반감될 수 있다.
헐크 or 오스카의 오른쪽 측면을 공략한 러시아
브라질처럼 중앙 밀집형 전술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점은 측면 쪽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지기 쉽다는 점이다. 헐크(제니트) 혹은 오스카(첼시)가 배치될 수도 있는 오른쪽 측면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헐크와 오스카는 어느 정도 수비능력을 겸비한 전형적인 측면 공격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둘은 공격에서 수비로의 전환속도나 수비 시 적극성은 측면 공격수들보다 떨어진다. 그리고 러시아는 이점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
러시아가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집중 공략한 공격방향은 왼쪽 측면이었다.( 왼쪽: 44%, 중앙 25% 오른쪽: 31%). 과정을 보면 역습의 경우가 많았는데 이날 경기에서 러시아는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한 오스카의 드리블이 끊겼을 때 빠른 카운트 어택으로 브라질의 오른쪽 수비를 집중 공략했다.
오스카가 빠르게 수비 가담을 하지 못하자, 오른쪽 수비수로 나선 알베스는 러시아 공격수와 1:1 혹은 2;1 상황을 맞이하는 빈도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알베스는 1:1 수비에서 특별히 문제를 드러내는 선수가 아니지만, 2:1과 같은 수적 열세의 상황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이는 그리고 고스란히 위협적인 장면으로 연결됐다. 브라질은 이날 러시아에 내준 4번에 오픈찬스를 내줬는데, 모든 것이 브라질의 오른쪽 측면에서 시작됐다.
러시아가 이날 카운터 어택이 가능했던 또 다른 이유는 공격형 중앙 미드필더 데니스 글루샤코프(스파르탁 모스크바)가 보여준 넓은 활동량에 있다.
이날 총 12.8Km를 뛴 글루샤코프는 러시아가 역습 상황에서 브라질의 알베스 자리를 공략할 때마다 빠르게 수비 자리를 메우며, 다시 역습을 맞이할 경우를 대비하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글루샤코프의 활발한 움직임이 없었다면 러시아의 카운터 어택은 어쩌면 브라질에게 또 다시 역으로 한방 먹을 수 도 있었다.
이점을 한국은 집중 공략해야 한다. 왼쪽 측면 수비수로 나서는 박주호(마인츠)나 윤석영(퀸즈파크레인져스) 모두 활발한 오버래핑 능을 자랑하는 선수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공격형 중앙 미드필더(구자철,김보경)으로 나서는 이들도 글루샤코프처럼 빠른 측면 오버래핑시 수비 가담을 철저히 해줘야 한다.
러시아는 철저히 계획된 전술로서 개인기량에서 우위를 점한 브라질을 상대했고 대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이것은 홍명보 감독이 ‘한국형 전술’과 아귀가 맞아 떨어지는 모양새다.
어쩌면 한국도 대표팀 주전들의 몸값을 다 합쳐도 한 선수의 몸값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 러시아가 보여준 전술적 해법을 찾는다면 말이다.
글= 김성민 기자
사진=ⓒBPI/스포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