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돋보기] 위기의 판 할, '기록파괴자' 시즌 2의 주인공 되나?
입력 : 2014.09.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경헌 기자= 선장이 바뀌었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여전히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표류하고 있다. 데이비드 모예스 전 감독이 명장이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모예스 감독은 지난 시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후임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시즌 막판 경질을 당했다. 특히 맨유는 모예스 감독 체제 하에서 수많은 불명예를 떠안으며 자존심에 금이 갔다. 모예스 감독 역시 '기록 파괴자'라는 오명을 얻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 시절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모예스 감독의 전과(?)는 다음과 같다.

- 19시즌 만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
-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첫 두 자릿수 패배(모예스 감독 체제 하 10패, 총 12패)
- FA컵 3라운드 조기 탈락(퍼거슨 감독 체제 하 26년 동안 단 1차례)
- 클럽 역사상 홈 경기에서 최초로 스완지 시티에게 패배
- 1978년 이후 처음으로 홈 경기에서 웨스트브롬위치에게 패배
- 1972년 이후 42년 만에 홈 경기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에게 패배
- 1993년 이후 21년 만에 홈 경기에서 에버턴에게 패배
- 1984년 이후 정규리그에서 스토크 시티에게 첫 패배
- 리버풀 연고 팀(리버풀, 에버턴) 상대로 시즌 4전 전패(0득점 7실점)
- 2003/2004시즌 최소 골득실차(+29) 기록 경신(+21)



맨유는 모예스 감독과의 악연을 씻기 위해 유럽 빅리그와 월드컵 무대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루이스 판 할 감독을 영입했다. 라다멜 팔카오, 앙헬 디 마리아, 마르코스 로호, 안더르 에레라, 달레이 블린트, 루크 쇼 등 전력 강화를 위해 약 1억6500만 파운드(약 2818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지출했다. 하지만 판 할 감독 체제에서도 맨유는 '망하는 속편'의 법칙을 교과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임펙트는 모예스 감독에 못지 않다. EPL 5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맨유는 1승 2무 2패 승점 5점으로 EPL 출범 이래 최저 승점을 기록하고 있다. 리그 12라운드 순위 역시 역대 최저. 지난 주말 레스터 시티에게 3-5로 무너진 것 역시 지난 1984년 12월 노팅엄 포레스트 전 이후 30년 만에 2골차 이상 리드를 역전패한 것이다. 게다가 레스터 시티는 올 시즌 승격팀. 맨유가 승격팀에게 4골 이상 허용한 것은 1878년 팀 창단 이래 136년 만에 처음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아직 맨체스터 시티, 첼시, 아스널, 리버풀 등 강팀 들과 한 경기도 치르지 않았다는 사실. 그나마 같은 기간 동안 모예스 감독에게 변명거리는 있었다. 지난 시즌 모예스 감독은 시즌 초반 5경기에서 첼시, 리버풀, 맨시티와 조우했다. 이에 극성스럽기로 둘째가라면 서운한 영국 현지 언론들도 판 할 감독 흔들기에 들어갔다.

'더 선'은 "시즌 추반 5경기를 기준으로 판 할 감독은 모예스 감독보다 더 많은 승점을 기록하지 못했다"라고 촌평했으며 '익스프레스'는 "판 할 감독이 모예스 감독보다 더 최악"이라고 직격탄을 던졌다. 일부 팬들은 벌써 퇴진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아직 반전의 기회는 많이 남아있다. 판 할 감독이 과거 퍼거슨 감독과 같이 '슬로 스타터'의 기질을 갖고 있으며 루크 쇼, 마루앙 펠라이니 등 부상 선수들도 복귀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모예스 감독 시절보다 더 탄탄한 스쿼드를 가지고 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한다면 판 할 감독은 아마도 '기록파괴자' 시즌 2의 주인공으로 맨유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퇴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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