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는 힘든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3년을 기다린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개봉을 앞두고, 그는 그런 삶이 운명이라고 했다. 누가 출연한 영화가 개봉까지 3년이 걸릴지 알았겠냐며 웃었다.
그 운명은 선택이다. 선택의 순간에서 유지태는 힘든 쪽에 걸었다. 유지태는 2년이 걸렸던 '내츄럴 시티' 때도, 촬영이 멈췄을 때 제작자를 찾아가 설득했던 '남극일기' 때도 언제나 힘든 쪽을 선택했다. 그에겐 어느 순간부터 힘든 게 당연한 일이 됐다.
31일 개봉하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는 갑상선 암에 걸려 목소리를 잃을 뻔 했던 성악가 배재철의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천재 테너가 가장 화려한 시절 목소리를 잃게 된 후 친구, 아내와 함께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유지태는 엎어질 뻔 했던 영화를 잡고 1년 동안 성악 훈련을 했다. 촬영이 중단돼 머리를 잘랐다가 나중에는 가발을 쓰고 연기를 했다. 무엇이 유지태에게 힘들고 좁은 길로 이끌었을까.
-'터 테너 리리코 스핀토'에 어떤 부분이 끌렸나.
▶영화는 숫자로만 잴 수 없는 것 같다. 나이 들면서 배우로서 부담감과 책임감이 커진다. 과유불급하지 않도록 노력하게 되고. '더 테너'는 그래서 하게 됐고, 할 수 있었다. '올드보이'도 천만영화가 아니다. 350만명이 봤다. '더 테너'는 숫자로 담을 수 없는,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만들어져서 개봉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 왜 포기하지 않았나.
▶김상만 감독과 '심야의 FM'을 같이 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촬영감독은 '올드보이' 때부터 인연이 있었던 사람이다. 내 단편영화도 도와줬고. '뚝방전설'에서 분장을 같이 했던 사람이 이번 영화에 참여했고. 내가 놔버리면 모두 다 놓아버리게 되는 상황이었다.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 기다리는 게 힘들었다. 마음 고생도 심했고. 그래도 인생은 길다. 이 사람들과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화지만 어쩌면 뻔한 이야기인데.
▶김상만 감독이 각본을 굉장히 깔끔하게 했다. 나도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데 그런 깔끔한 점이 끌렸다. 그런 전형성이 상업적으로 맞겠다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오페라 가수 역할을 하는 것도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했고.
-테너 역할인데 살을 찌울 생각은 없었나.
▶조금 찌우기는 했다. 하지만 김상만 감독이 배우가 화면에서 환상을 주지 못하면 상업성이 없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서 30㎏를 찌웠는데 여자들이 좋아하지 않더라.(웃음)
-영화감독이기도 한데 연기를 하면서 나라면 연출을 어떻게 할텐데란 생각은 하지 않았나.
▶전혀. 선을 지킨다. 또 김상만 감독은 나의 연출성에 대해 전혀 부담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김상만 감독은 내 연출성을 자기화 한다. 어떨 때는 콘티를 짜지 않고 내가 카메라 동선을 확인하고 생각하는 그림대로 움직이도록 한다. 그걸 이용한다. 그런 부분에서 정말 잘 맞았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촬영이 중단되는 등 위기가 있었는데.
▶사실 초반 4컷 이후에는 가발을 쓰고 연기했다. 네 장면을 찍고 촬영이 중단돼서 다른 일정 때문에 머리를 잘랐었다. 다시 하기까지 마음고생을 했다. 그동안 제안 온 작품들을 거절하기도 했고. 사명감을 갖고 그렇게 한 건 아니다. 내 마음을 후벼 판 작품이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의미 있는 작품을 남기도 싶었다.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는 분명 그런 영화다.
-배재철씨는 엄청난 테너였지만 투병 이후 전성기 기량은 되찾지 못했다. 그래도 위기를 겪었기에 노래가 정말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이야기한다. 유지태에게도 그런 소중함과 절실함을 깨닫게 해준 위기의 순간이 있었나.
▶늘 위기고, 늘 시련이고, 늘 도전이긴 했다. 하지만 배재철 선생님 같은 그런 위기는 겪지 않았다. 사람이라면 가능하다면 그런 시련을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상투적일 수 있지만 배재철 선생님의 노래를 들으면 겸손하게 된다.
-'마이 라띠마' 등 자기가 연출하는 영화 작업을 하다가 '더 테너'를 내놓고 KBS 2TV드라마 '힐러'도 하고 있는데. 배우로 좀 더 대중에게 다가가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인데.
▶좀 더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친숙한 연기자가 돼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드라마와 영화 연기가 다르다는 사람들의 편견도 깨고 싶고, 내 연기도 시험해 보고 싶었다.
-배우로는 더 소통하는 걸 택했을지 모르지만 영화감독으로선 작가주의 성향을 쫓는데.
▶나는 좋은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 배우로 내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으로선 분명 작가주의 성향을 갖고 있다. 감독은 한 편에 인생을 건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시간 동안 준비해서 영화 한 편을 내놓기 마련이다. 그러니 남을 수 있는 뭔가를 해야 한다. '마이 라띠마'도 15년이 걸렸다. 유행을 따라가자면 오히려 낡아지게 된다. 요즘은 작가를 존중하기 보단 상업적인 핸들링이 가능한 감독을 찾는 경향이 있다. 대기업에서 원하는 엘리트만 영화를 만든다면 다양한 영화들이 사라지지 않겠나. 물론 나도 작가주의 성향을 지키면서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 그런 도전을 하고 싶다.
-'더 테너'는 한국인 성악가와 일본인 매니저와 우정 이야기이기도 한데. 이세야 유스케 등 일본 배우들과 작업은 어땠나.
▶정말 좋았다. 이세야 유스케는 나와 많이 닮았다. 모델 출신이고, 배우 출신 감독이기도 하고. 사회사업을 하기도 하고. 지금은 헤어진 여자친구를 데리고 와서 술자리를 같이 하기도 했다. 그런 좋은 파트너였기에 엎어질 수도 있었던 영화를 끝까지 같이 할 수 있었다.
-영화처럼 늘 힘이 되는 소중한 친구, 파트너가 있나.
▶있다. 물론 내 아내(김효진)도 그런 친구다. 이성 관계를 넘어선 것 같다. 오랜 친구기도 하고. 아내가 있어야 내가 완성되는 느낌이다.
-7월에 아들이 태어났는데.
▶진짜 남자가 된 느낌이다. 책임감도 더 생기고. 좀 더 다 같이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성악가 역할을 위해 1년 여 동안 악착같이 연습을 했는데. 늘 목표를 높게 잡고 스스로를 몰아가는데.
▶'해피투게더'에 출연해서 노래도 불렀다. 허당 유지태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웃음) 영화에서 8곡을 부르는데 성악가를 연기하는 것 이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어도 내수용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이 들어도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그게 주위에 영향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아내로 나오는 차예련은 극중에서 노래 한곡을 부른다. 나중에 부담감을 토로하더라. 내가 늘 녹음실에서 사니 자기도 열심히 안 하면 불성실한 것처럼 보일까봐 더 열심히 했다고 하더라. '남극일기' 때 송강호 선배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남자는 여자의 미래다'로 살을 찌웠다가 '남극일기' 때는 살을 뺐어야 했다. 그래서 뉴질랜드에서 촬영장까지 4시간 반 거리를 매일 걸어갔다. 나중에 송강호 선배가 그러다가 교통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고 하더라. 그래서 랜턴과 형광복을 입고 다녔다. 그렇다고 내 기준을 남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 한 번 파트너면 파트너다. 서로 믿고 가게 된다.
-탈북 여성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장편 영화 연출을 준비 중인데.
▶프로듀서인 한재덕PD('신세계' 제작자)와 논의 중이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작업이다. 소중히 준비할 생각이다.
[전형화기자 aoi@mtstarnews.com]
그 운명은 선택이다. 선택의 순간에서 유지태는 힘든 쪽에 걸었다. 유지태는 2년이 걸렸던 '내츄럴 시티' 때도, 촬영이 멈췄을 때 제작자를 찾아가 설득했던 '남극일기' 때도 언제나 힘든 쪽을 선택했다. 그에겐 어느 순간부터 힘든 게 당연한 일이 됐다.
31일 개봉하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는 갑상선 암에 걸려 목소리를 잃을 뻔 했던 성악가 배재철의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천재 테너가 가장 화려한 시절 목소리를 잃게 된 후 친구, 아내와 함께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유지태는 엎어질 뻔 했던 영화를 잡고 1년 동안 성악 훈련을 했다. 촬영이 중단돼 머리를 잘랐다가 나중에는 가발을 쓰고 연기를 했다. 무엇이 유지태에게 힘들고 좁은 길로 이끌었을까.
-'터 테너 리리코 스핀토'에 어떤 부분이 끌렸나.
▶영화는 숫자로만 잴 수 없는 것 같다. 나이 들면서 배우로서 부담감과 책임감이 커진다. 과유불급하지 않도록 노력하게 되고. '더 테너'는 그래서 하게 됐고, 할 수 있었다. '올드보이'도 천만영화가 아니다. 350만명이 봤다. '더 테너'는 숫자로 담을 수 없는,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만들어져서 개봉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 왜 포기하지 않았나.
▶김상만 감독과 '심야의 FM'을 같이 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촬영감독은 '올드보이' 때부터 인연이 있었던 사람이다. 내 단편영화도 도와줬고. '뚝방전설'에서 분장을 같이 했던 사람이 이번 영화에 참여했고. 내가 놔버리면 모두 다 놓아버리게 되는 상황이었다.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 기다리는 게 힘들었다. 마음 고생도 심했고. 그래도 인생은 길다. 이 사람들과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화지만 어쩌면 뻔한 이야기인데.
▶김상만 감독이 각본을 굉장히 깔끔하게 했다. 나도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데 그런 깔끔한 점이 끌렸다. 그런 전형성이 상업적으로 맞겠다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오페라 가수 역할을 하는 것도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했고.
-테너 역할인데 살을 찌울 생각은 없었나.
▶조금 찌우기는 했다. 하지만 김상만 감독이 배우가 화면에서 환상을 주지 못하면 상업성이 없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서 30㎏를 찌웠는데 여자들이 좋아하지 않더라.(웃음)
-영화감독이기도 한데 연기를 하면서 나라면 연출을 어떻게 할텐데란 생각은 하지 않았나.
▶전혀. 선을 지킨다. 또 김상만 감독은 나의 연출성에 대해 전혀 부담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김상만 감독은 내 연출성을 자기화 한다. 어떨 때는 콘티를 짜지 않고 내가 카메라 동선을 확인하고 생각하는 그림대로 움직이도록 한다. 그걸 이용한다. 그런 부분에서 정말 잘 맞았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촬영이 중단되는 등 위기가 있었는데.
▶사실 초반 4컷 이후에는 가발을 쓰고 연기했다. 네 장면을 찍고 촬영이 중단돼서 다른 일정 때문에 머리를 잘랐었다. 다시 하기까지 마음고생을 했다. 그동안 제안 온 작품들을 거절하기도 했고. 사명감을 갖고 그렇게 한 건 아니다. 내 마음을 후벼 판 작품이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의미 있는 작품을 남기도 싶었다.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는 분명 그런 영화다.
-배재철씨는 엄청난 테너였지만 투병 이후 전성기 기량은 되찾지 못했다. 그래도 위기를 겪었기에 노래가 정말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이야기한다. 유지태에게도 그런 소중함과 절실함을 깨닫게 해준 위기의 순간이 있었나.
▶늘 위기고, 늘 시련이고, 늘 도전이긴 했다. 하지만 배재철 선생님 같은 그런 위기는 겪지 않았다. 사람이라면 가능하다면 그런 시련을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상투적일 수 있지만 배재철 선생님의 노래를 들으면 겸손하게 된다.
-'마이 라띠마' 등 자기가 연출하는 영화 작업을 하다가 '더 테너'를 내놓고 KBS 2TV드라마 '힐러'도 하고 있는데. 배우로 좀 더 대중에게 다가가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인데.
▶좀 더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친숙한 연기자가 돼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드라마와 영화 연기가 다르다는 사람들의 편견도 깨고 싶고, 내 연기도 시험해 보고 싶었다.
-배우로는 더 소통하는 걸 택했을지 모르지만 영화감독으로선 작가주의 성향을 쫓는데.
▶나는 좋은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 배우로 내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으로선 분명 작가주의 성향을 갖고 있다. 감독은 한 편에 인생을 건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시간 동안 준비해서 영화 한 편을 내놓기 마련이다. 그러니 남을 수 있는 뭔가를 해야 한다. '마이 라띠마'도 15년이 걸렸다. 유행을 따라가자면 오히려 낡아지게 된다. 요즘은 작가를 존중하기 보단 상업적인 핸들링이 가능한 감독을 찾는 경향이 있다. 대기업에서 원하는 엘리트만 영화를 만든다면 다양한 영화들이 사라지지 않겠나. 물론 나도 작가주의 성향을 지키면서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 그런 도전을 하고 싶다.
-'더 테너'는 한국인 성악가와 일본인 매니저와 우정 이야기이기도 한데. 이세야 유스케 등 일본 배우들과 작업은 어땠나.
▶정말 좋았다. 이세야 유스케는 나와 많이 닮았다. 모델 출신이고, 배우 출신 감독이기도 하고. 사회사업을 하기도 하고. 지금은 헤어진 여자친구를 데리고 와서 술자리를 같이 하기도 했다. 그런 좋은 파트너였기에 엎어질 수도 있었던 영화를 끝까지 같이 할 수 있었다.
-영화처럼 늘 힘이 되는 소중한 친구, 파트너가 있나.
▶있다. 물론 내 아내(김효진)도 그런 친구다. 이성 관계를 넘어선 것 같다. 오랜 친구기도 하고. 아내가 있어야 내가 완성되는 느낌이다.
-7월에 아들이 태어났는데.
▶진짜 남자가 된 느낌이다. 책임감도 더 생기고. 좀 더 다 같이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성악가 역할을 위해 1년 여 동안 악착같이 연습을 했는데. 늘 목표를 높게 잡고 스스로를 몰아가는데.
▶'해피투게더'에 출연해서 노래도 불렀다. 허당 유지태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웃음) 영화에서 8곡을 부르는데 성악가를 연기하는 것 이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어도 내수용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이 들어도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그게 주위에 영향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아내로 나오는 차예련은 극중에서 노래 한곡을 부른다. 나중에 부담감을 토로하더라. 내가 늘 녹음실에서 사니 자기도 열심히 안 하면 불성실한 것처럼 보일까봐 더 열심히 했다고 하더라. '남극일기' 때 송강호 선배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남자는 여자의 미래다'로 살을 찌웠다가 '남극일기' 때는 살을 뺐어야 했다. 그래서 뉴질랜드에서 촬영장까지 4시간 반 거리를 매일 걸어갔다. 나중에 송강호 선배가 그러다가 교통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고 하더라. 그래서 랜턴과 형광복을 입고 다녔다. 그렇다고 내 기준을 남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 한 번 파트너면 파트너다. 서로 믿고 가게 된다.
-탈북 여성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장편 영화 연출을 준비 중인데.
▶프로듀서인 한재덕PD('신세계' 제작자)와 논의 중이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작업이다. 소중히 준비할 생각이다.
[전형화기자 aoi@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