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명 에이전트, ''MLB, 다양성 원한다면서 드래프트 축소가 웬 말''
입력 : 2020.04.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과거 드래프트가 5라운드까지 진행됐다면 우린 알버트 푸홀스를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스포탈코리아] 김동윤 기자=메이저리그가 올해 예정된 아마추어 드래프트를 축소 운영하기로 한 결정이 유망주의 미래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전체의 미래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3월 말,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40라운드가 아닌 5라운드까지만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드래프트는 유망주층이 두텁고, 좋은 유망주들이 많다는 평가받았지만 이번 결정으로 87.5%에 달하는 유망주가 드래프트에서 선택되지 못할 것으로 알려져 아쉬움을 남겼다.

선택받지 못한 유망주들은 최대 2만 달러(약 2,440만 원)의 계약금을 받을 수 있지만 어려운 환경을 갖고 있는 유망주들에게는 여전히 부족한 지원이다.

17일(한국 시간) 미 매체 USA 투데이는 유명 에이전트 로니 머레이와의 인터뷰를 소개하며, "메이저리그가 올해 드래프트를 축소 운영하기로 한 결정은 열악한 환경에 처한 유망주들의 꿈을 망칠지도 모른다"고 얘기했다.

머레이는 "이번 결정은 야구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꿈을 짓밟은 것이다. 드래프트는 아이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였지만 이제 그 순간은 사라졌다. 특히 흑인, 라틴 아메리카 등 소외된 곳에서 뛰는 아이들에게 가장 치명적일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첫 5라운드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17명, 라틴계 고졸 선수는 7명, 디비전 1 소속 대학 선수는 12명만이 뽑혔다. 5라운드 이후 해당 조건의 유망주들이 72명으로, 더 많은 지명을 받았는데 이번 결정으로 그런 선수들이 증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선수들의 경우 계속해서 야구에 집중할 수도, 대학에 진학할 수도 없기 때문.

머레이는 "이번 결정으로 인한 나의 가장 큰 두려움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유복한 환경의 선수들만이 야구를 선택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소외된 환경의 아이들은 유복한 환경의 아이들과 같은 기회를 받을 수는 없다. 그들을 위한 길은 어디에 있을까"라며 또다시 메이저리그가 소수를 위한 리그로 전락하지 않을지 우려했다.

또한, 머레이는 유일한 여성 아프리카계 미국인 에이전트로서 "그동안 메이저리그가 노력했던 다양성 정책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개막전 로스터에 아프리카계 미국인 선수는 전체 7.7%에 불과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런 추세를 의식적으로 타파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의 돈을 들여 다양한 인종의 유망주가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었다.

"메이저리그가 그동안 다양한 인종이 참여할 수 있는 스포츠로 만들기 위해 했던 노력과 관심을 좋아했다"고 밝힌 머레이는 "하지만 이번 결정은 흑인과 라틴계 유망주들에게 피해를 준다. 다양한 선수들이 뛸 수 있게 하고 싶다면서 왜 그들의 기회를 빼앗는가"라고 강하게 비판을 이어갔다.

이어 "이제 흑인 아이들이 풋볼이나 농구를 더 좋아해서 야구를 진로로 선택하지 않는다는 핑계는 그만뒀으면 좋겠다. 지루함과 재미 측면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모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아이들은 더 큰 기회가 다른 스포츠에 있기 때문에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야구장에서는 자신만의 특색을 보여줄 기회가 없기 때문에 다른 스포츠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USA투데이 역시 과거 드래프트가 5라운드까지만 이뤄졌다면 알버트 푸홀스, 하위 켄드릭, 토미 팸, 로렌조 케인, J.D.마르티네즈, 러셀 마틴, 서지오 로모 등 다양한 흑인, 라틴계 선수들이 기회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며 머레이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한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관련 부서는 6월 10일에서 7월 20일 사이 이뤄질 드래프트에서 여전히 10라운드까지 드래프트가 진행되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결정한 5라운드에서 10라운드까지 더 늘린다 해도 팀당 100만 달러 정도의 추가 비용만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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