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김동윤 기자=어김없이 올해도 그날이 찾아왔다. 21년 전인 1999년 4월 23일(현지 시간, 한국 기준으로 24일), 메이저리그 역사상 아마도 깨지지 못할 기록이 나왔다. 어느 순간부터 메이저리그 관련 매체들은 이날을 기념하듯 매년 다루고 있다. '한' 이닝에 '한' 명의 투수가 '한' 명의 타자에게 '만'루홈런을 '두' 번 기록한 것으로 일명 '한만두'로 불리는 그것이다.
하지만 MLB.COM이 언급한 1,200만 분의 1이란 확률은 한 이닝에 한 명의 타자가 만루홈런을 두 번 기록한 것을 구한 것으로, 여기에 한 명의 투수에게 기록했다는 조건까지 포함하면 확률은 더 낮아진다.
그리고 그 '한' 명의 투수는 당시 LA 다저스 소속이던 박찬호(46)였다. 이날 다저스는 타티스의 소속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3회 초에만 11점을 내주며, 5 : 12로 패배했는데 이 11실점을 박찬호가 기록했다.
하지만 이 기록을 온전히 박찬호의 책임으로 돌리긴 어려웠다. 박찬호의 기록이 2.2이닝 8피안타, 3볼넷, 2삼진, 3피홈런, 11실점(6자책점)인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당시 상황은 이렇다. 2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은 박찬호는 3회 초, 1번 타자 대런 브랙에게 안타를 내준 것을 시작으로 몸에 맞는 볼, 안타를 내줬고, 무사 만루 상황에서 타티스에게 첫 번째 만루 홈런을 내줬다. J.D 드류를 땅볼로 처리하고, 일라이 머레로에게 또다시 1점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여기까진 괜찮았다. 그 후 연거푸 볼넷을 내주고, 투수였던 호세 히메네즈의 타석에서 야수 선택으로 1사 만루가 됐을 때까지만 했을 때도 그저 부진한 경기 중 하나였을 뿐이다. 여기까지 점수는 2 : 5로 다저스가 지고 있었다.
하지만 타자 일순해 다시 타석에 들어선 브랙의 타선부터 악몽은 시작됐다. 다저스의 1루수 에릭 캐로스가 브랙의 땅볼 타구를 잡아 홈으로 승부한 것이 아웃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데이비 존슨 다저스 감독이 판정에 불복해 퇴장당했다. 뒤이어 등장한 렌테리아가 안타를 기록했고, 맥과이어가 외야 뜬 공으로 물러난 2사 만루 상황에서 타티스가 다시 한번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결과는 큼지막한 좌중월 만루홈런.
1994년 데뷔했지만 1996년부터 다저스에서 풀타임 시즌을 치렀던 박찬호는 처음으로 평균자책점 5.23을 기록했고, 1999년은 박찬호의 찬란했던 다저스 시절 동안(1996~2001) 유일하게 평균자책점 4.00을 넘은 최악의 해로 남았다.
반면, 1997년 데뷔해 2010년 은퇴하기까지 통산 949경기만을 소화하며, 807안타 113홈런, 타율 0.265, OPS 0.785로 평범한 기록을 남긴 타티스는 1999년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1999년은 타티스가 120경기 이상 소화한 마지막 시즌이었으며, 다시는 이때의 홈런 수(34개)와 0.900 이상의 OPS를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인상적인 이 한 경기로 타티스는 매년 이 경기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됐고, 타티스의 모자는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박물관에 보관됐다.
미국 매체 베이스볼 알마냑에 따르면 한 경기에서 만루홈런을 두 번 기록한 타자는 단 13명에 불과하다. 내셔널리그에서는 토니 클로닝어(1966년), 타티스(1999년), 조쉬 윌링엄(2009년) 세 명만이 달성한 진기록이다. 한 투수에게 기록한 것은 타티스가 유일하며, 한 경기 만루 홈런 두 번을 기록한 타자조차 2009년 윌링엄 이후로는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메이저리그가 존속하는 한 꾸준히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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