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로 장기계약 따낸 키어마이어, 끝내 자신의 가치 증명하다
입력 : 2020.10.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동윤 기자=2017시즌을 앞두고, 탬파베이 레이스가 케빈 키어마이어(30)에게 안겨준 계약은 6년 5,350만 달러(약 612억 원)였다.

2013년 탬파베이에서 데뷔해 계약 전까지 365경기 32홈런 112타점 42도루, 타율 0.258, 출루율 0.313, 장타율 0.425, OPS 0.738로 평범한 성적을 기록했던 27세의 키어마이어가 6년의 장기계약을 따낼 수 있었던 데에는 수비의 지분이 압도적이었다.

현역 메이저리그 최고의 외야 수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키어마이어는 세 번의 골드글러브를 수상했고, 2015년에는 저조한 타격 성적에도 MVP 표를 받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가장 큰 장점이 부상과 나이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수비력이라는 점과 재정 상태가 열악한 탬파베이 구단 사정 탓에 키어마이어의 계약이 과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로 키어마이어는 장기 계약 후 지난 3년간 한 해도 OPS 0.700을 넘기지 못했고, 최근 3년 타율이 0.222에 불과할 정도로 공격력에서는 낙제점을 받았다.

그러나 탬파베이 구단은 키어마이어의 수비와 팀을 이끄는 리더십과 영향력에 신뢰를 나타냈고, 키어마이어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그 기대에 100% 부응하는 중이다.

3회 키어마이어가 잡아낸 타구는 잡아낼 확률이 20%에 불과한 최고난도였다

그중에서도 14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탬파베이가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5-2로 승리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은 백미였다.

오늘 경기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캐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이 밝힌 최고의 모습은 탬파베이 야수들의 믿을 수 없는 수비였다. 그리고 환상적인 수비 중 두 차례를 키어마이어가 만들어냈다.

키어마이어는 시작부터 환상적인 수비로 휴스턴의 좋은 흐름을 차단했다. 1회 2사 상황에서 중앙 담장으로 향하는 알렉스 브레그먼의 타구를 키어마이어가 가볍게 잡아냈고, 브레그먼은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3회에도 키어마이어의 호수비는 이어졌다. 2사 1, 2루 상황에서 카를로스 코레아가 쏘아 올린 중견수 쪽 타구는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안타가 될 확률이 80%에 달했다. 이 타구가 빠졌다면 동점을 넘어 역전까지 허용할 수 있었지만, 키어마이어는 잡아냈고 이닝은 그대로 마무리됐다.

미국 매체 ESPN의 사라 랭은 "키어마이어의 이 수비는 잡을 확률이 20%에 되지 않는 5성급(최고 난이도) 수비"라고 소개하면서 "키어마이어는 이런 수비를 올해 정규 시즌에만 3번을 보여줬고, 이는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이라고 얘기했다.

실책은 실책을 낳고, 호수비는 호수비를 낳는다. 키어마이어의 호수비에 고무된 탬파베이 야수들은 유격수, 3루수, 우익수, 1루수 심지어 투수까지 뛰어난 수비를 보여주면서 휴스턴 타자들의 맥을 빠지게 했다. 두 번이나 호수비에 막힌 휴스턴의 브레그먼은 끝내 모자를 집어던지기도 했다. 포스트시즌에서 수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경기기도 했다.

호수비에 힘입어 탬파베이는 12년 만의 월드시리즈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겨뒀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7전 4선승제의 시리즈에서 3:0 리드를 지키지 못한 것은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의 뉴욕 양키스가 유일하다.

한편, 키어마이어는 6회 에놀리 파레데스의 99마일 패스트볼에 손을 맞아 교체됐으나, 검사 결과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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