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딩 카드 등급, 왜 받아야하는 것일까?
입력 : 2021.09.0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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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트레이딩 카드'라는 것이 있다. 수집 등의 취미를 목적으로 제작된 카드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1950년대부터 야구(MLB) 선수 카드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최근에는 마이클 조던과 코비 브라이언트 등 농구(NBA) 스타 선수들의 카드가 천문학적으로 상승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또한 축구 카드의 인기도 대단하여 손흥민 카드는 글로벌 온라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서 수백만원에 거래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스포츠와 관련된 카드만 비싼 것이 아니다. 트레이딩 카드로 정해진 규칙에 따라 게임을 할 수 있는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이라는 놀이 문화가 있다. TCG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매직 더 개더링'은 2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약 2만 종 이상의 카드가 발매되어오고 있다. TCG라는 문화가 생긴 이래로 트레이딩 카드는 스포츠라는 한정된 장르에서 다양한 장르로 뻗어나가고 있다.

포켓몬스터 같은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도 카드로 발매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 카드들은 발매 종류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날이 갈수록 발매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1999년에 제작된 카드 초판의 가치는 더 커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초창기에 발매된 포켓몬 카드 박스가 우리나라 돈으로 46억에 낙찰되었다.


<46억원에 팔린 1999년 출시된 포켓몬 카드 세트 초판 / 출처=헤리티지 옥션>


이러한 트레이딩 카드의 인기에 힘입어 함께 성장하는 시장이 있다. 바로 카드 등급(그레이딩) 시장이다.

트레이딩 카드는 종이 재질로 되어있기 때문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 긁힐 수도 있고 접힐 수도 있고, 처음 생산될 때부터 상태가 좋지 못했을 수도 있다. 똑같이 만들어 제작한 카드라도 공정 과정이나 보관 상태에 따라 완전히 다른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카드의 상태가 서로 다르다는 것은 시장에서의 가치도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카드의 상태를 감정하여 점수를 매기는 등급 회사가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카드 컬렉터들은 주로 PSA(프로페셔널 스포츠 어센티케이터)나 BGS(베켓 그레이딩 서비스)에 등급을 의뢰한다. 이 회사에서 높게 채점된 카드는 가격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수십배로 상승하게 된다.

하단의 카드 2장은 같은 손흥민 카드지만 거래 가치는 서로 다르다. 상단의 카드는 카드 박스를 열어서 뽑은 상태 그대로의 상태로 143만원(1,234달러)에 팔렸다. 하지만 하단의 카드는 등급 회사 PSA에 의뢰를 하여 만점인 10점을 받았기 때문에 338만원(2923달러)에 팔렸다.


<상단은 손흥민 카드, 하단은 PSA 등급 만점을 받은 손흥민 카드 / 출처=이베이>


오래 전에 발매된 카드일수록 가치의 차이는 더 달라진다. 오래된 카드일수록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아래에 있는 카드 2장 또한 같은 카드지만 가치가 서로 다르다. 좌측에 있는 카드는 등급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70만원(600달러)에 팔렸다. 그러나 우측은 PSA라는 회사에 의뢰하여 만점인 10점을 받은 카드인데 무려 1800만원(15,500달러)에 팔렸다. 2.4배의 차이를 보여준 손흥민 카드와는 달리 이번 포켓몬 카드는 25배나 차이가 난다. 이유는 손흥민 카드는 발매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포켓몬 카드는 2002년에 발매가 됐기 때문이다.


<좌측은 2002 포켓몬 네오 데스니티 흑자몽, 우측은 동일 카드의 PSA 10점(만점) / 출처=이베이>


최근 국내에 카드 그레이딩 서비스를 하는 회사가 나타나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등급 회사가 생겼다는 사실에 응원을 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이제 막 오픈했으니 등급 기술이 의심되고 해외에서 등급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할 것이라는 냉정한 시선과 비판도 존재한다.

그런데 응원과 비판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국내의 많은 카드 컬렉터들은 카드 등급 문화가 생소하기 때문에 "왜 등급을 받아야해?" 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등급을 왜 받는지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대부분의 카드 컬렉터들이 등급을 받는 이유는 이 글에서 알아본 것처럼 거래 시장에서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등급을 받는 이유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우선 '보호'에 목적이 있다. 카드는 종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손상을 입기 너무 쉽다. 이런 카드를 케이스에 넣을 경우 물리적인 외부 충격을 막을 수 있다. 등급 회사가 카드를 봉인할 때 사용하는 케이스는 자외선을 차단하는 코팅이 되어있거나 방수 처리가 되어있는 경우도 있다. 카드가 상처를 입는 것을 반영구적으로 방지하는 것이다.

거래를 할 때 일어나는 '잡음도 불식'시킬 수 있다. 판매자가 설명한 카드의 상태와 구매자가 예상한 상태가 서로 다를 때 다툼이 일어난다. 환불을 해달라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등급 카드를 거래할 경우 이런 논란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트레이딩 카드는 '가품'도 계속 생산 및 유통된다. 스포츠 카드는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포켓몬 카드 같은 경우는 정품이 아닌 가품도 굉장히 많이 팔리고 있다. 중국의 온라인샵에서 가품을 대량으로 저렴하게 사온 후 중고 장터에서 정품으로 속여 비싸게 파는 판매자들도 있다. 하지만 등급을 받은 카드는 등급 회사로부터 '정품 인증'을 받았다는 뜻이기 때문에 안심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하면 등급 카드가 상대적으로 비싸게 팔리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물론 이 많은 장점들을 해당 등급 회사가 공신력을 인정받았을 경우에만 통용된다는 점을 명심하자.

또한 눈으로는 아무리 상태가 좋아보여도 기계를 통해 세밀하게 관찰해야만 보이는 단점들이 있을 수 있다. 이렇게될 경우 실제로 받은 등급 점수가 예상보다 낮게 나올 수도 있다. 따라서 카드 컬렉터들은 등급을 맡기기 전에 이러한 장단점들을 신중하게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에도 카드 등급 문화가 활발해지고 등급 카드 거래 시장이 형성되어 커질 수 있을까? 그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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