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SSG 랜더스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23)가 KBO리그 3번째 등판에서 대어를 잡았다. 리그 최강 에이스로 군림하고 있는 KIA 타이거즈 '1선발' 제임스 네일(31)과 선발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선발 매치업만 봤을 땐 KIA의 우세가 예상됐다. 네일은 13일 경기 전까지 다승(7승) 공동 1위, 평균자책점 1위(1.82) 등 KBO리그 최고의 에이스로 군림하고 있었다. 반면 시라카와는 직전 등판이었던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⅓이닝 7피안타 3볼넷 8실점(7자책)으로 패전을 떠안으며 프로 무대에서 쓴맛을 본 상황이었다.
하지만 '180만 엔(약 1,580만 원)' 임시 대체 외국인 선수 시라카와는 '95만 달러(약 13억 원)' 외국인 에이스 네일을 상대로 밀리지 않았다. 시라카와는 1회 초 박찬호와 이창진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한 뒤 김도영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삼자범퇴 이닝을 가져갔다. 눈에 띄는 점은 주무기인 포크볼 대신 커브를 결정구로 땅볼 2개와 삼진을 잡아냈다는 것이었다.
2회에는 최형우를 커브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나성범을 7구 승부 끝에 패스트볼로 루킹 삼진 처리했다. 이어 이우성을 2루수 당볼로 처리해 2이닝 연속 삼자범퇴 행진을 이어갔다.
3회 위기가 찾아왔다. 선두타자 소크라테스를 3구 만에 삼진 처리한 뒤 김태군에게 볼넷을 내줬다. 서건창의 안타로 1사 1, 2루가 됐고, 박찬호를 땅볼로 처리하는 사이 2루 주자가 진루해 2사 1, 3루가 됐다. 결국 시라카와는 이창진에게 적시 2루타를 맞고 먼저 1점을 내줬다. 이어지는 2사 2, 3루 위기에서 시라카와는 흔들리지 않고 김도영을 유격수 땅볼로 막아 추가 실점 없이 3회를 정리했다.
4회도 쉽지는 않았다. 최형우를 1루수 직선타로 처리한 뒤 나성범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이우성은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소크라테스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줘 2사 1, 2루가 됐다. 시라카와는 김태군을 3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득점권 위기를 넘겼다.
시라카와는 5회 초 선두타자로 나선 서건창과 무려 9구까지 가는 힘든 승부 끝에 유격수 땅볼로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박찬호를 3루수 땅볼로 처리한 시라카와는 앞서 적시타를 기록했던 이창진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7구째 145km/h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 존 낮은 쪽 보더라인에 꽂아 넣어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시라카와가 네일과 대등한 투수전을 펼치자 SSG 타자들도 응답했다. 4회까지 네일에게 9개의 삼진을 당했던 SSG 타선은 정준재의 번트안타로 시작해 박지환의 안타, 1사 후 박성한과 에레디아의 연속 적시타로 2-1 승부를 뒤집었다. 그리고 1사 1, 2루에서 한유섬이 결정적인 스리런 홈런을 터뜨려 5-1까지 격차를 벌렸다. SSG는 7회 김민식의 밀어내기 볼넷 타점, 8회 최지훈의 솔로포로 7-1 승리를 거두고 위닝 시리즈를 가져갔다.
왼쪽 내복사근 부상으로 잠시 이탈한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임시 대체 선수로 지난 5월 22일 SSG와 6주 계약을 맺은 시라카와는 데뷔전이었던 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5이닝 3피안타 4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첫 승을 신고하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두 번째 등판이었던 7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원정 팬들의 응원에 압도당하며 1회 4실점, 2회 4실점으로 완전히 무너졌다(1⅓이닝 8실점 7자책).
절치부심한 시라카와는 홈 구장 첫 등판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총 91구(스트라이크 57구)를 던진 시라카와는 패스트볼(57구) 다음으로 커브(21구)를 많이 던졌고, 슬라이더(7구)와 주무기 포크볼(6구)의 비중을 낮게 가져갔다. 3회까지는 아예 포크볼을 봉인하고 커브로 KIA 타자들을 무력화 시키며 다른 변화구에도 강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날 시라카와는 SSG랜더스필드를 찾은 1만 8,290명의 관중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