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한화' 김강민 만난 'SSG' 김광현, 결정구 커브로 2삼진 '완승'
입력 : 2024.06.1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인천 야구를 주름잡았던 두 전설의 투타 맞대결, 결과는 투수 김광현(36)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김광현은 1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5피안타 3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5승째를 거뒀다. SSG는 조병현-한두솔-최민준-문승원이 나란히 1이닝 무실점으로 뒷문을 단단히 잠근 가운데, 타선에서 박지환과 고명준이 나란히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하며 9-1 대승을 거뒀다.

승패를 떠나 경기 전부터 가장 큰 관심사는 SSG 김광현과 한화 김강민의 만남이었다. 2001년 SK 와이번스(현 SSG)에 입단한 김강민과 2007년 입단한 김광현은 지난해까지 5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합작하며 SSG 투타 레전드로 평가받았다.



김광현과 김강민은 SK 왕조를 구축하고 SSG 랜더스의 창단 첫 우승을 함께 일군 끈끈한 사이였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김강민이 2024 KBO 2차 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한화의 지명을 받으며 갑작스럽게 이별의 순간이 찾아왔다.

당시 김광현은 김강민의 이적 소식을 접한 뒤 SNS를 통해 "누군가의 선택은 존중하지만 23년 세월은 무시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잘 가요 형... 아 오늘 진짜 춥네"라며 복잡한 심경을 표현했다. 그렇게 7개월이 지난 뒤, 영원히 같은 유니폼을 입을 것 같았던 두 선수도 뜻하지 않게 적으로 마주하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두 전설은 2회 말 처음으로 맞붙었다. SSG가 2-1로 앞선 가운데 1사 1루에서 9번-중견수로 선발 출장한 김강민이 타석에 들어섰다. 베테랑 김광현은 6살 많은 선배 김강민이 등장하자 이례적으로 마운드 위에서 모자를 벗고 인사하며 예우를 갖췄다. 만원관중을 이룬 한화와 SSG팬들 또한 김강민의 응원가를 부르며 두 사람의 대결에 관심을 가졌다.




감상에 젖을 법한 순간이었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 김광현은 슬라이더 두 개로 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3구째 유인구도 슬라이더를 선택하며 치열한 수 싸움을 벌였다. 이후 볼카운트 1-2의 유리한 상황에서 110km/h의 낙차 큰 커브를 던져 김강민의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두 번째 맞대결도 비슷했다. 김광현은 5회 선두타자로 등장한 김강민을 상대로 이번엔 패스트볼,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골고루 던지며 다시 볼카운트 1-2의 우위를 점했다. 그리고 결정구를 다시 한번 108km/h 커브로 선택하며 두 번째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슬라이더가 주무기인 김광현은 이날 6개의 삼진 중 3개(김강민 2개, 노시환 1개)를 커브로 잡아내며 한화 타자들과 심리전에서 승리했다. 이날 중계를 맡은 MLB 통산 28승 투수 출신의 SPOTV 서재응 해설위원 또한 "오늘 키포인트는 커브였다. 김광현은 슬라이더를 많이 쓰지만 결정적인 순간 커브로 타자의 타이밍을 뺏으며 삼진을 잡아냈다"며 김광현의 노련한 피칭을 칭찬했다.

김광현은 SSG가 5-1로 앞선 6회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김광현과 김강민의 첫 만남은 2타수 2삼진을 기록한 김광현의 승리로 끝났다. 김강민은 김광현이 마운드에서 내려간 7회 세 번째 타석에서 좌중간 1루타를 기록한 뒤 8회 초 수비를 앞두고 하주석과 교체돼 3타수 1안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는 SSG가 7회와 9회, 각각 2점을 추가하면서 9-1로 승리했다.




같은 날 SSG 출신 한화 포수 이재원은 김광현에게 2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2006년부터 SK와 SSG에서 활약했던 이재원은 2018년과 2022년 우승 당시 김광현이 던지는 공을 받으며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김광현은 이재원의 이적 당시에도 아쉬움을 표현하며 새 출발을 응원했다.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두 사람의 대결은 이재원이 체인지업과 커브를 차례대로 공략해 완승을 거뒀다.

앞서 9일 롯데 자이언츠전(6이닝 무실점)에서 두 달 만에 승리를 챙긴 김광현은 두 경기 연속 좋은 피칭으로 2연승을 거뒀다. 4월(1승 1패 평균자책점 4.56)과 5월(3패 평균자책점 7.20) 침체된 모습으로 우려를 자아냈지만 2군에서 잠시 재정비 시간을 가진 뒤 다시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김광현은 올해 14경기 5승 4패 평균자책점 4.71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김강민은 지난 2일 삼성 라이온즈전 코너 시볼드에게 머리에 공을 맞은 뒤 후유증으로 대략 열흘간 휴식을 취했다. 이날 경기를 통해 13일 만에 선발 출전하며 완전 회복을 알렸다. 올해 주로 대타 내지 대수비로 출장하며 타율 0.293(58타수 17안타) 1홈런 6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신희재 <쓰다> 객원기자

사진=OSEN, 한화 이글스 제공, SPOTV2·티빙 중계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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