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이별 1개월 후 기쁨의 눈물...켈리, 깜짝 빅리그 복귀→감격의 첫 세이브 ''아버지도 울고 나도 울었다''
입력 : 2024.08.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LG 트윈스와 6시즌 동행을 마무리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케이시 켈리(35·신시내티 레즈)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예상보다 빠르게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고, 복귀 첫 경기에서 데뷔 첫 세이브까지 수확했다.

켈리는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 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원정 경기에 7회 구원 등판해 3이닝 2탈삼진 퍼펙트 투구로 세이브를 기록했다. 신시내티는 12안타 10득점을 몰아친 타선을 앞세워 10-2 대승을 거뒀다.

지난 8일 신시내티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루이빌 배츠에서 선발투수로 2경기(8이닝 4실점)를 소화한 켈리는 예상보다 빠르게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헌트 그린, 앤드류 애봇 등 부상자가 속출한 신시내티는 앨런 부세니츠를 양도 지명(DFA) 처리해 로스터에 자리를 만든 뒤 켈리를 콜업했다.

실전 감각에 문제가 없던 켈리는 곧바로 실전에 투입됐다. 레즈가 10-2로 여유있게 앞선 7회 말 마운드에 오른 켈리는 브라이언 데 라 크루즈를 우익수 뜬공, 빌리 맥키니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루킹 삼진, 제러드 트리올로를 우익수 뜬공으로 막고 삼자범퇴로 기분 좋게 첫 이닝을 마쳤다.

8회 말 선두타자로 나선 ‘한국인 메이저리거’ 배지환을 상대한 켈리는 3구째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2루수 방면 땅볼을 유도했다. 다소 깊은 타구였으나 조나단 인디아가 빠르게 쫓아가 슬라이딩 캐치에 성공한 뒤 역동작 송구로 발 빠른 배지환을 1루에서 잡아냈다.

알리카 윌리엄스를 3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켈리는 브라이언 레이놀즈와 8구 승부를 펼친 끝에 빗맞은 뜬공을 유도했다. 행운의 안타가 될 수도 있는 타구였지만, 좌익수 스튜어트 페어차일드가 전력 질주해 슬라이딩 캐치로 타구를 처리해 켈리의 퍼펙트 행진이 이어졌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켈리는 오닐 크루즈를 유격수 뜬공, 조이 바트를 3루수 땅볼로 처리해 순식간에 2아웃을 잡았다. 마지막 타자 로우디 텔레즈를 상대로는 하이패스트볼로 우익수 뜬공을 유도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3이닝 세이브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2008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0위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켈리는 2012년과 2015년 샌디에이고에서 MLB 무대를 밟았다. 이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2016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2018년)에서 빅리그 마운드에 오른 켈리는 통산 26경기(선발 12경기) 2승 11패 평균자책점 5.46의 아쉬운 성적을 남기고 KBO리그 무대를 향했다.

2019년 LG 유니폼을 입은 켈리는 지난해까지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하는 등 통산 163경기 73승 46패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하며 LG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특히 켈리는 지난해 전반기 부진을 딛고 후반기 부활에 성공하며 LG의 정규시즌 우승에 기여했고, 한국시리즈에서는 2경기 1승 평균자책점 1.59의 뛰어난 활약으로 팀의 통합우승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19경기 5승 8패 평균자책점 4.51로 KBO리그 데뷔 이후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부활의 조짐을 보이다가도 다시 부진에 빠지는 등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우승 도전을 위해 '에이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LG는 오랜 시간 정들었던 켈리와 이별을 선택했다.

켈리는 방출이 결정된 후에도 마지막 경기 등판을 자청했다.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선 켈리는 2⅔이닝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고 있었지만, 비로 인해 경기가 중단됐고 결국 노게임이 결정됐다. 이후 켈리는 폭우 속에서 자리를 지킨 팬들에게 고별 행사를 통해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KBO리그 다른 구단으로부터 제의를 받지 못한 켈리는 미국으로 돌아가 신시내티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신시내티 산하 트리플A 구단인 루이빌 배츠는 켈리의 아버지 팻 켈 리가 감독을 맡고 있는 팀이었다.

AP통신에 따르면 켈리는 “(MLB 콜업 소식을 듣고) 우리는 그냥 몇 초 동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울기 시작했고, 나도 같이 눈물을 흘렸다”고 밝혔다. 2018년 이후 KBO리그를 거쳐 6년 만에 빅리그 복귀의 꿈을 이룬 기쁨 때문이었을 것.



무려 2,159일 만에 MLB 경기에 나선 켈리는 데뷔 첫 세이브까지 수확하는 감격을 누렸다. 그는 “한 달 사이에 모든 것이 급격하게 변했다”며 “마음속에는 '내가 MLB 무대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성공적인 복귀전을 마친 켈리는 “내가 원하는 곳에 모든 공을 던질 수 있는 최고의 상태인 것 같다”며 “물론 그렇지 않은 날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투수로서 내 실력에 자신감이 있다. MLB는 최고 중의 최고 리그이며 정말 치열한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야 한다”며 앞으로의 빅리그 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진=OSEN, 뉴스1, 루이빌 배츠 SNS, 신시내티 레즈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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