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인천공항, 이후광 기자] ‘샌디에이고맨’ 고우석(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자신의 뒤를 이어 LG 마무리를 맡게 된 유영찬(27)의 성공을 점쳤다. 유영찬은 통산 1세이브가 전부인 이제 2년차를 맞이하는 신예다.
LG 염경엽 감독은 지난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 신년 인사회’에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고우석의 마무리 후임자로 유영찬을 전격 낙점했다.
염 감독은 “유영찬이 어느 정도 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야구는 생각대로 안 된다. 분명히 영찬이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그 어려움을 잘 이겨내도록 도와줘서 영찬이가 세이브 투수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한 해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만들어져야 내후년 시즌에 우리 팀이 더 실력적으로, 구성적으로 갖출 수 있는 팀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배명고-건국대 출신의 유영찬은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2차 5라운드 43순위로 프로의 꿈을 이뤘다. 그러나 2022년까지 유영찬의 이름을 아는 LG 팬들은 많지 않았다. 1군 데뷔 없이 퓨처스리그만 전전하다가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했기 때문. 소집해제 후 퓨처스리그 성적도 12경기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4.50으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유영찬은 2022년 2군 경험을 발판 삼아 작년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눈에 띄는 투구를 펼쳤다. 시범경기 기록은 5경기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0. 이에 힘입어 데뷔 처음으로 개막 엔트리에 승선했고, 4월 1일 KT와의 개막전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4월 한 달을 12경기 평균자책점 3.52로 마친 유영찬은 5월 2일과 3일 창원 NC전에서 이틀 연속 홀드를 수확하며 새로운 필승조의 탄생을 알렸다.
호투의 가장 큰 비결은 구속 상승이었다. 입대 전 시속 130km 후반대~140km 초반대의 밋밋한 공을 던졌던 유영찬은 소집해제 후 최고 150km의 직구를 구사하는 파이어볼러가 됐다. 캠프에서 하체 위주의 훈련법을 도입한 뒤 실전 경험이 쌓이면서 구속이 함께 상승했다.
데뷔 첫해를 67경기 6승 3패 1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3.44로 성공적으로 마친 유영찬은 역시 데뷔 처음으로 맞이한 한국시리즈에서 3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1.50의 강심장을 뽐내며 29년 만에 통합우승 주역으로 우뚝 섰다. 유영찬은 염경엽 감독이 자체적으로 선정한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 상금 1000만 원을 받았고, 2024시즌 연봉 협상에서 투수 파트 최고 수준의 고과를 받는 기쁨까지 안았다.
빅리거의 꿈을 이루며 미국으로 떠나는 고우석은 프로 3년 후배이자 한 살 형인 유영찬의 성공을 점쳤다.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마치고 지난 6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고우석은 “(유영찬이) 잘하지 않을까 싶다. 의심의 여지없이 잘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1차 지명된 고우석은 2019년부터 LG의 붙박이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7시즌 통산 354경기 19승 26패 139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고, 2022년 평균자책점 1.48과 42세이브로 세이브왕을 처음 차지하며 리그 최고 마무리로 등극했다.
지난해에는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목과 어깨 부상을 당하는 등 잔부상으로 인해 한해 성적이 44경기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에 그쳤다. 한국시리즈에서도 4경기 1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8.31로 부진했지만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팀의 통합우승에 일조하며 생애 첫 우승반지를 거머쥐었다.
LG는 지난해 신인 박명근을 비롯해 부상을 털고 재기한 함덕주, 파이어볼러 백승현 등 향후 10년을 책임질 필승조를 대거 발굴했다. 그런 가운데 고우석 후계자 경쟁의 최종 승자는 지난해 LG의 최고 히트상품으로 거듭난 유영찬이 됐다. 전임자 고우석이 인정한 그가 2024시즌 통합 2연패를 이끄는 클로저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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