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연휘선 기자] 기라성 같은 선배 연기자들 틈에서 에너지로 지지 않는 법을 배웠다. 이제는 극한 감정을 욕심 내는 배우 배인혁을 만나봤다.
배인혁은 9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최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약칭 열녀박씨)'과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열녀박씨'는 죽음을 뛰어넘어 2023년 대한민국에 당도한 19세기 유교 걸 박연우(이세영 분)와 21세기 무감정 끝판왕 강태하(배인혁 분)의 금쪽같은 계약 결혼 스토리를 그린 드라마다. 이 가운데 배인혁은 남자 주인공 강태하 역을 맡아 활약했다.
"마지막 방송 두 편을 앞두고 시상식 시즌이라 결방 이슈가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기다려주시고 시청해주신 시청자 분들께 감사하다"라고 운을 뗀 그는 "그 안에서 태하라는 캐릭터를 예뻐해주시고 배인혁이라는 배우를 알아주셔서 감사하다. '열녀박씨'를 통해 소중한 인연을 얻게 돼 뜻깊고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이어 조선과 현대를 넘나들며 1인 2역을 소화한 것에 대해 "조선의 태하와 현대의 태하 모두 다른 인물,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그래도 보시는 분들 입장에서 같은 배우가 연기해도 차이점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서적인 부분에 차이를 두려고 했다. 조선 태하는 어릴 때 본 연우를 다시 만나 그리워 하고 죽기 전에 애절함에 중점을 뒀다면, 현대 태하는 '강드로이드', 무감정 끝판왕 이런 이미지가 있지만 본인이 어릴 때 가진 트라우마나 아픈 상처 때문에 있는 거라 그 부분에 중점을 많이 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강태하라는 인물이 가진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 대해 "조선 태하 같은 경우 연우를 그리워하는 마음이지 누군가에 대해 상처를 받거나 이런 건 없다고 생각했다. 조선의 태하는 죽을 때도 그렇고 본인이 아파서 죽는다는 걸 알고 죽었을 거다. 현대 태하는 본인의 엄마가 죽은 게 새엄마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상처도 받고 결핍이라고 생각한 거라 다른 류의 결핍이라고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배인혁은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타임슬랩을 떠나 소재들에 천명, 나비 같이 중간중간 들어간 소재들이 재미있었다. 또 대분이 빠르게 전개돼 훅훅 읽혔다. 세영 누나가 같이 캐스팅이 돼 있어서 같이 해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작은 대본을 받고 알았다. 그 때 원작을 읽어봤다"라며 "웹툰을 먼저 보진 않는 편이다. 대본을 받고 먼저 상상을 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원작을 보는 편이다. 웹툰은 특히 글만 있는 게 아니라 그림도 있어서 설명이 되는 게 있더라. 태하를 설명할 때 집에 있는 부분에서 옷 같은 것들을 정직하게 입을 줄 알았는데 고급진 느낌에서 스타일리시하게 나오는 게 있어서 참고했다"라고 말했다.
같이 호흡한 이세영이 아역 시절부터 경력을 쌓아온 대선배인 바. 둘의 호흡은 어땠을까. 배인혁은 "같이 편하게 촬영했다. 너무 좋았다. '선배님'이 맞고 '누나'도 맞지만 그걸 인지하게끔 만들지 않았다. 선배, 누나가 아니라 친구처럼 다가와주시고 동료로서 제 의견도 물어봐 주시고 의견도 반영해서 같이 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그는 '2023 MBC 연기대상'에서 손을 잡았다는 이유로 열애설이 난 것에 대해서도 "웃겼다. 일단 몰랐다. 반나절 정도 지나고 '진짜냐'라고 연락 받았다. 뭐가 진짜인가 했는데 웃겼다. 결국 시상식 때 했던 부분들을 케미적으로 좋게 봐주셔서 해프닝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쁘게 좋게 생각하는 것도 없고 재미있던 경험이었다"라며 웃었다. 또한 "일단 후보 영상이 나갈 때 우리끼리 좀 붙어 앉자고 하면서 붙어 앉았다. 영상 인터뷰가 나올 때 불쑥 잡길래 저도 반응했다. 당황하거나 '누나 원래 이래' 이런 건 없었다. 워낙 편하게 지내다 보니까 그런 열애설 반응이 나온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베커상을 놓친 건 아쉽다. 개인이 받는 게 아니라 둘 간의 케미스트리를 인정해주는 상이다 보니까 욕심이 났다. 그런데 워낙 후보작들이 쟁쟁해서 아쉬움은 어쩔 수 없더라. 그래도 저희를 인정해주시는 또 다른 시청자, 팬 분들이 있어서 충분히 만족한다. 후보 영상 보니 저희가 제일 케미 좋아보이더라"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또한 "열애설 그 자체로 좋게 봐주신 거라 생각했다. 드라마 밖에서도 그렇게 봐주시는 걸 보면 우리가 태하와 연우로 시청자 분들이 집중할 수 있게 했다고 생각했다"라고 자평했다.
'슈룹'에 이어서 다시 한번 한복을 입은 '열녀박씨'. 배인혁은 "'슈룹' 할 때는 일찍 죽기도 했고, 아파서 누워있는 씬이 많다 보니까 대사하고 호흡 맞추는 씬도 많았지만 사극에 대한 궁금증, 호기심 같은 갈증은 조금 있었다. 그런데 '열녀박씨'를 하게 돼서 갈증이 조금은 풀린 것 같다. 플래시백 느낌으로 나오긴 했는데 '슈룹'에서 느낀 갈증은 해소가 됐는데 또 이것 만의 갈증이 생겼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극이라는 장르를 제대로 소화해보면 어떨까 하는 갈증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극은 워낙 시대 자체가 다르다 보니까 이해도 부분에서 세영 누나가 많이 조언을 해줬다. 행동, 말투, 제스처, 앉는 거 다 다르지 않나. 그런 디테일 부분에서 누나를 보고 많이 배웠다"라고 했다. 이어 "이래서 아역 때부터 이 자리를 유지하고 연기하는 구나라는 걸 많이 느낀 작품이고 상대 배우였다. 누나가 '옷소매 붉은 끝동'도 잘 되면서 저도 의심 없이 누나를 보고 배웠다. 좋은 경험으로 남아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대장금'을 보긴 봤는데 거기 나온 아이가 누나라는 건 처음엔 몰랐다. 나중에 뒤늦게 알았다. 어릴 때 봐서 뚜렷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그게 누나였구나, 진짜 오래 했구나, 진짜 오랜 경력자구나 라는 걸 새삼 느꼈다. 같이 한 게 영광이었다"라고 했다.
이세영 외에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배인혁은 "정말 많은 분과 호흡했는데 세영 누나 못지않개 홍성표 비서 역의 조복래 형과 호흡을 많이 맞췄다. 너무 재미있고 편하게 했다. 유일하게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촬영 외에도 친해져서 서로 집에도 놀러가고 대화도 많이 하고 조언도 많이 구했다. 띠동갑인데 전혀 불편한 점을 느낀 적이 없었다. 서울예대 학교도 같아서 공통점이 많아서 대화할 때 나이 차이를 느끼진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형은 조언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제가 느꼈을 때 도움이 됐으면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맘먹고 조언을 하진 않지 않나. 제가 초반에 캐릭터 설정하고 말투 같은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니까 옆에서 계속 지켜본 성표로서 많이 이야기도 하고 '괜찮다'고 얘기도 해주시고 격려도 많이 해주셨다. 소스도 주시고"라 했다.
배인혁은 "서준이 역할을 맡은 정시율이라는 어린 친구가 나오는데 너무 귀엽더라. '형 잘생겼어요' 이런 말을 대놓고 하는데 싫지 않더라. 이래서 안 하는 것보다 말 하는게 낫구나, 적극적으로 해서 싫어할 사람이 없구나 많이 느꼈다. 이야기 하다가 마지막에 시율이랑 태민이 태하랑 게임하는 씬이 나오는데 촬영 끝나고 롯데월드 가자고 했는데 이 친구가 안 까먹고 크리스마스 때 롯데월드 빨리 가자고 하더라. 우리는 흘러가는 대화일 수 있는데 그 친구한테는 기대되는 뭔가였구나 생각에 어머님께 연락 드려서 저희가 데리고 갔다 올게요 하고 셋이 다녀왔다. 같이 밥도 먹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이 알아보셨다. 그래도 다행히 많이 타고 올 수 있었다"라고 했다. 더불어 그는 "같이 작품한 분들은 기회가 되면 자주 만나려고 한다. '간 떨어지는 동거' 팀은 연에 한 두번은 꾸준히 만나려고 한다. '열녀박씨'도 다음주나 다다음주에 한번 다같이 밥 먹기로 했다"라고 덧붙였다.
극 중 선배 연기자들과도 호흡한 배인혁은 "또래 연기자들과 할 때도 좋지만 선배님들과 할 때도 좋더라. 세영 누나는 선배님이지만 친근감 있게 다가갈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오래된 선배님들은 조금 어렵긴 한데 너무 재미있었다. 천호진 선배님, 진경 선배님, 김여진 선배님 다 같이 하면서 너무 재미있고 또 같이 하고 싶다고 느꼈다"라고 밝혔다. 이어 "확실히 호흡을 끌고 가는 에너지가 정말 대단하시더라. 화면으로만 보다가 눈앞에서 보니까 호흡, 숨 하나 하나, 미세한 떨림과 표정들도 다 느껴졌다. '대박이다'라고 감탄하면서 연기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포스가 있는 분들이지만 힘든 점은 없었다"라는 그는 "그에 눌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약간의 긴장감 때문에 오히려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에너지로 지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진경 선배님도 '대부분 나 무서워해서 못 다가오는데 너는 그렇게 없니?'라고 하시더라. 배우고 싶고 좋으니까 말 걸고 물어봤다. 사실 저도 어렵다. 그래도 다가가면 싫어할 분들이 있을까 싶더라. 성향 차이로 낯 가리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다가가서 하나라도 더 물어보려고 한다. 연기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배울 점이 있었다. '이런 걸 배우고 싶다'라고 목표성을 가진 건 아니었지만 배우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사람으로 성숙해지고 싶고, 깊어지고 싶고 그런 욕심은 있는데 경험에서 생기는 거다 보니 이것저것 선배님들하고 수다 떨고 이야기하다 보면 확실히 생각하는 게 다르시고, 그런 부분에서 자연스럽게 배울 점을 느끼게 되더라"라고 밝혔다.
특히 배인혁은 전작들을 통틀어 기억에 남는 선배 연기자에 대해 "허준호 선배님"이라고 했다. 그는 "경력 높은 선배님과 함께 한 게 처음이 허준호 선배님이었던 것 같다. 계속 기싸움해야 하는 씬이 많았는데 그때 성장 많이 하고 사람으로서도 성장을 많이 한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항상 만나면 감사하다고 말씀드린다. 극 중 아들이었다 보니까 유치하게 투정부리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기싸움에서 밀리고 싶지 않았다. 되게 노력하고 에너지 쏟으려고 했는데 그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걸 배우게 되더라. 같이 얼굴을 마주 보고 눈빛을 느끼고, 호흡을 느끼고, 에너지를 느끼는 게 엄청 컸다. 선배님이 아무 말도 안 하고 저를 쳐다보는데 뭐라고 하는지 들리는 것 같았다. 말을 뱉고 뭔가를 한다고 연기가 아니라는 걸 정말 많이 느꼈다.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혼나기도 많이 혼났다. 연기적인 건 절대 터치 안하셨다. 입술 색깔 바르지 말라고 하시더라. 본질에 집중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가진 캐릭터가 꽃미남이 아니라 그런 식으로 조언해주신 것 같다"라고 말하셨다.
연말 시상식에서 남자 우수상을 받은 소감은 어땠을까. 배인혁은 "저의 어떤 점 때문에 상을 받은 것 같지는 않다. 저희 '열녀박씨' 같이 한 배우 분들이 태하라는 캐릭터를 잘 만들어주신 것 같다. 사실 혼자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절대 아니다. 주변 SH 식구들부터 연우, 선배님들이 만들어주신 게 컸다"라고 겸손을 표했다. 다만 그는 배우로서 만족했던 연기에 대해 "그래도 선배님들 앞에서 에너지로 지지 않으려 한 게 보인 것 같다.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러지 않고 잘 집중한 것 같다. 그 점은 나에 대해 칭찬해주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가장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처음에 태하가 가진 '무감정의 끝판왕', '강드로이드' 두 개의 소개 타이틀이 너무 어려웠다. 태하도 감정이 있는데 그걸 숨기는 거고, 말의 톤이나 억양이 없는 느낌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 톤 잡는 게 어렵긴 하더라. 신장 아픈 것도 그렇고. 아파보질 않아서 더 그랬다. 참고할 수 있는 캐릭터도 없는 것 같더라. 그래서 감독님, 작가님과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다. 태하라는 캐릭터는 무언가를 참고했을 때 다른 느낌이 날 것 같더라. 독보적인 캐릭터라 참고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감독님, 작가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라고 설명했다.
원작 작가가 커피 차도 선물하고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던 터. 배인혁은 "처음 뵀다. 깜짝 놀랐다. 커피차까지 보내주셔서. 태하를 연기해줘서 감사하다고 해주셨는데 제가 더 감사했다. 매력있게 태하라는 캐릭터를 써주셨는데 제가 잘 담지 못할 것 같아서 죄송하다고 했다. 촬영 중간에 잠깐 짬내서 인사를 드려서 엄청 급하게 인사드렸는데 그런 대화를 나눴다"라고 밝혔다.
시청률 10% 목전에서 최고 시청률 9.6%, 최종회 9.3%로 종영한 '열녀박씨'. 배인혁은 "아쉽긴 한데 그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시청률도 결국 결과의 하나지만, 그래도 앞에 '연인' 팀도 잘 됐고, 저희도 촬영할 때 시청률에 대해 인지하거나 말하진 않았다. 돌이킬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물을 보시는 시청자 분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만족한다"라고 했다.
인기 드라마 '연인'의 성공 후 이어 방송했다는 부담감은 없었을까. 배인혁은 "좋게 생각하면 좋은 점이 될 수도 있고, 안 좋게 생각하면 부담감이 될 수도 있었다"라며 "그냥 우리 할 거 하자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때 이미 저희도 촬영을 많이 달린 상태라서 그랬다"라고 덧붙였다.
엔딩에 대해서도 그는 "저는 만족스럽다. 태하로서 새드엔딩도 겪고 해피엔딩도 겪었다. 두 가지 엔딩을 겪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배우로서 겪어보지 못할 일이겠더라. 한 작품에서 같은 캐릭터로서 너무 극과 극이지 않았나. 조선에선 죽고 현대에선 결혼하고. 그게 신선하고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우리 작품이 조금 더 길게 나왔으면 다시 연우가 조선에 가서 조선 태하를 만났을 때의 관계성 같은 것들을 조금 더 스토리 적인 부분을 더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더라"라고 털어놨다. 또한 "원작에는 많은 스토리가 풀려있는데 저희가 드라마로 표현하다 보니까. 16부작이었으면 어땠을까 아쉽긴 했다. '연인'처럼 시즌제로 했으면 어땠을까 그 생각도 들었다. 보시는 분들도 궁금해 하는 이야기가 많을 거라 아쉬운 부분이 있으셨을 것 같다. 조금 더 섬세한 씬들이 많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물론 전개가 빨라서 재미있게 봐주신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도 빠른 전개에 매력을 느껴서 선택을 결정했다. 고구마가 없긴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작품의 판타지적인 요소에 대해 그는 "사실 판타지에 집중되진 않다고 생각했다. 한 요소일 뿐 주가 되진 않았다. 조선과 현대를 오가는 이야기 때문에 이뤄지는 관계들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 이뤄지는 스토리가 재미있는 거지 판타지가 주가 됐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왜냐하면 조선에서 현대로 온 걸 인지하는 인물은 연우 한 명 뿐이라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나머지 인물들을 현대에 살고 있었고. 사월이(주현영 분)는 인정을 하고 너무 잘 살지 않았나. 연우는 조선에 돌아가고 싶어하고. 만약에 모든 인물들이 조선에서 온 걸 알고 있다면 판타지가 주가 됐다고 봤을 수도 있는데 그렇진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판타지 장르는 어려울 것 같다. 저는 모든 장르 다 해보고 싶고 경험하고 싶은데 어렵더라. 안 보이는 걸 상상해서 봐야하고 초록벽을 보고 크로마 연기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 내가 영화관에서 보는 거랑 정말 다른 작업이라는 걸 생각했다. 나비가 안 날아가는데 나비가 날아간다고 봐야하니까"라며 혀를 내둘렀다. 다만 그는 "변해가는 부분은 따라가야 하는 것 같다. 어렵다고 하기 싫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어려워서 재미있을 수도 있고"라 덧붙였다.
2019년 웹드라마로 데뷔해 햇수로 5년째를 맞은 배인혁.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그는 "단계를 잘 밟고 있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계속 여러 작품을 하고 부딪히는 이유가 결국 주인공을 맡았지만 이 롤을 맡기에는 내공도, 경험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남들보다 경험도 없다 보니까 중간 과정이 없이 점프된 기분이라 중간 과정을 채우려고 작품을 여러개 하고 욕심 내려고 했다"라고 고백했다.
이번 작품에 대해서도 "정말 많이 배웠다"는 배인혁은 "개인적으로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서움보다는 부담감이 생길 때도 있고 무게감이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 상황들이 확실히 있긴 하다. 드라마 자체를 이끌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확실히 다른 것 같다. 매 작품마다 느끼겠지만, 주인공일 때 더 생각도 많이 해야 하고. 조연일 때는 캐릭터로 봤을 때 부딪히는 사람이 한정적일 수 있는데 주인공은 다 부딪히니까 확실히 생각할 것도 맞더라. 현장에서 리더십도 필요한 것 같고"라고 했다.
그는 "극복할 방법은 딱히 없던 것 같다. 현장 가서 상대 배우와 호흡하고 즐겁게 촬영하니까 많이 없어지더라. 걱정도 많고 나름 마음 고생도 하고 심적으로 힘들고 그랬는데 결국 같이 맞춰나가다 보니까 답도 많이 찾게 되고 부담이 없어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데뷔 직후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열일' 중인 그는 "번아웃은 안 왔다. 오히려 '열녀박씨' 끝나고 왔다. 쉴 때 오히려 그런 생각이 들더라. 제가 선택해서 한 거고 제가 욕심 부려서 바쁘게 살았던 거니까 그에 대한 번아웃은 없다. '열녀박씨' 끝나고는 공허하긴 했다"라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배인혁은 "처음으로 기약 없는 쉼을 갖게 되니까 공허하기도 하고, 달려오다가 갑자기 뭔가 쉴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불안하기도 하다.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게 정상인데 내가 지금까지 휘몰아쳐서 당연히 느껴야 할 감정들을 못 느꼈나 싶기도 하다. 쉬는 게 뭔가 게을러지고 나약해지고 이런 생각이 들어서 못 쉬었는데 쉬는 것도 저한테 투자하는 거라 생각한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열녀박씨'는 배인혁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배인혁은 "저한테는 '열녀박씨'가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작품이다. 앞서 했던 작품들을 보면 다 대학생, 청춘, 학생 신분을 갖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사회인인 어른의 모습을 표현해야 했다. 그래서 고민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 도전했던 작품이다.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뜻깊게 남은 작품이다. '열녀박씨'를 통해 소중한 사람을 많이 얻었다. 좋은 형, 좋은 누나, 좋은 선배님. 진짜 좋았다. 배우 분들 뿐만 아니라 같이 하는 카메라팀, 조명팀 다 친했다. 너무 좋았다"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개인적인 하고 싶은 욕심은 감정이 극대화 돼있고, 극한의 상황에 처해있는 캐릭터들을 하면 좋겠다고 느꼈다. '열녀박씨'를 하면서도 느꼈다. 어렵고 힘든데 재미있더라. 그걸 느끼고 나서부터는 이런 캐릭터나 장르를 해도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액션도 데뷔 초부터 하고 싶더라. 어려운 작업이고 힘든 작업인데 활동적인 거나 몸쓰는 걸 좋아하다 보니까 해보고 싶다"라고 했다. / monamie@osen.co.kr
[사진] OSEN 지형준 기자 /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