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알와크라(카타르), 고성환 기자] 파울루 벤투 아랍에미리트(UAE) 감독이 월드컵에 이어 아시안컵에서도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번에도 장소는 카타르였다.

벤투 감독이 지휘하는 아랍에미리트(UAE)는 19일 오전 2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팔레스타인과 1-1로 비겼다.

이로써 UAE는 1승 1무, 승점 4점으로 한 경기 덜 치른 이란(승점 3점)을 제치고 조 1위가 됐다. 이번 대회는 각 조 3위 중 상위 4개 팀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다만 마지막 상대가 이란이기에 어려운 승부가 예상된다.

경기 전만 해도 UAE의 낙승이 예상됐다. UAE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4위인 데다가 아시안컵 무대에서 2015년 3위, 2019년 4위를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FIFA 랭킹 99위로 아시안컵 조별리그를 통과한 경험이 없다.

하지만 경기는 생각과 다르게 전개됐다. UAE는 전반 23분 술틴 아딜이 선제골을 터트릴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수많은 아랍권 팬들이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을 향해 압도적 응원을 보내긴 했지만, 잘 이겨냈다.

전반 34분 대형 사고가 터졌다. 중앙 수비수 칼리프 알하마디가 상대 공격수 유니폼을 무리하게 잡아끌면서 넘어뜨린 것. 비디오 판독(VAR) 끝에 페널티킥과 다이렉트 레드카드가 주어졌다. 

UAE는 골키퍼가 페널티킥을 완벽히 막아내며 한숨 돌렸다. 그러나 이후로는 쭉 팔레스타인에 주도권을 내준 채 실점하지 않는 데 급급했다. UAE로서는 팔레스타인의 마무리도 결정력이 모자란 게 다행이었다.

잘 버티던 UAE는 또 실수로 무너졌다. 후반 5분 수비수 바데르 나세르가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머리로 걷어내려다가 골문 안으로 집어넣어 버렸다. 멋진 다이빙 헤더 득점처럼 보이는 황당한 장면이었다.

심지어 벤투 감독까지 퇴장당했다. 그는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벗어나 화를 내다가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았다. 그는 이미 전반에 추가시간 8분이 주어지자 항의하다가 경고를 한 장 받은 상태였다.

결국 벤투 감독은 그대로 벤치를 떠나 관중석으로 올라가 경기를 지켜봤다. 그는 전반 선제골을 넣었을 때엔 골키퍼를 불러서 따로 지시를 내릴 정도로 냉철함을 유지했다. 하지만 막판에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이란과 마지막 3차전을 지휘할 수 없게 됐다.

벤투 감독이 카타르에서 레드카드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퇴장당한 전례가 있다.

당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이끌던 벤투 감독은 가나와 조별리그 2차전이 끝난 뒤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받았다. 그는 주심이 마지막 코너킥을 주지 않고 경기를 끝내자 달려가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그 결과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3차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대신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가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휘했다. UAE와 이란의 3차전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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