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솔직히 빼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왜 선발로 기용하냐가 문제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0일 오후 8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2-2로 비겼다.
이로써 한국은 승점 4점(1승 1무, 득실+2)으로 조 2위에 머물렀다. 요르단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승점 4점(득실 +4)으로 1위를 지켰다.
한국은 4-4-2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손흥민-조규성이 최전방에 자리했고 이재성-황인범-박용우-이강인이 중원을 채웠다. 이기제-김민재-정승현-설영우가 포백을 꾸렸고 조현우가 골문을 지켰다.
요르단은 3-4-3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알리 이야드 올완-야잔 알 나이마트-무사 알 타마리가 최전방에 나섰고 마흐무드 알 마르디-라자이 아예드-니자르 알 라시단-에흐산 하다드가 중원을 맡았다. 살렘 알 아잘린-야잔 아보 알아랍-압달라 나시브가 스리백을 꾸렸고 하산 아불라일라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출발은 좋았다. 전반 4분 손흥민이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과정에서 에흐산 하다드에게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처음엔 휘슬을 불지 않았지만, 비디오 판독(VAR) 후 페널티 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대범하게 가운데로 파넨카킥을 차 넣으며 득점을 기록했다.
아랍권 팬들의 야유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지만, 손흥민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골키퍼를 속여냈다. 이번 득점은 손흥민의 A매치 42번째 골이자 이번 대회 50호 골이다. 손흥민은 멋진 선제골을 부상으로 낙마한 김승규에게 바쳤다. 클린스만호의 주전 수문장 김승규는 지난 18일 훈련 도중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면서 이번 대회에서 조기 하차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후 급격히 휘청이기 시작했다. '요르단 살라' 알타마리를 앞세운 요르단의 측면 공격과 뒷공간 공략에 흔들리며 위기를 맞았다. 전반 38분엔 코너킥 상황에서 박용우의 헤더 자책골까지 나오며 동점을 허용했다.
불안 요소로 꼽히던 왼쪽 풀백 이기제도 알타마리에게 쩔쩔 맸다. 그는 전반 추가시간 5분 수비 뒤로 빠져나가는 알타마리와 속도전에서 완벽히 패했고, 발재간 한 번에 벗겨지며 일대일 기회를 내주기까지 했다. 김민재가 빠르게 달려와 몸으로 밀어내지 못했다면 꼼짝없이 실점할 위기였다.
한국은 전반이 끝나기 전 역전골까지 얻어맞았다. 알타마리가 우측에서 수비 3명을 달고 슈팅했고, 수비 맞고 나온 공을 알나이마트가 그대로 차 넣었다. 이번에도 이기제와 박용우가 뒤에서 들어오는 선수를 보지 못하고 알타마리에게만 시선을 뺏긴 게 실점으로 이어졌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칼을 빼 들었다. 그는 흔들리는 이기제와 박용우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김태환과 홍현석을 투입하며 반등을 꾀했다. 설영우가 왼쪽 수비로 이동했고, 김태환이 그 자리를 채웠다.
어떻게 보면 전반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인 두 선수이기에 클린스만 감독의 교체는 얼핏 합당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인 것은 분명하다. 이미 클린스만 감독은 이기제를 1차전 바레인과 경기서도 선발로 기용했다가 후반 8분 동점골을 내준 이후 교체한 바 있다.
누가 봐도 분명한 문책성 교체.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바레인전 이후 인터뷰서 "아니다.옐로 카드가 누적되는 것을 보면서 여기서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체는 순전히 또 다른 반칙을 할 경우 퇴장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아마 두 번째 옐로 카드를 주고 레드 카드가 나왔을 수도 있다"라고 부인했다.
이어 "선수들의 폼을 올려야 한다. 심판이 너무 빠르게 많은 옐로 카드를 줬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우리 선수들이 모두 경고를 받을 필요는 없었다. 그게 내가 이기제와 김민재 교체를 택한 이유다. 파울을 판단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안전하게 플레이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말대로 바레인전에 이어 요르단전도 이기제가 선발로 나섰다. 김진수의 몸상태가 안 좋은데다가 클린스만 감독이 이기제에 보인 신뢰를 보인 이상 당연한 선택.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선제골 이후 이기제-박용우 부진했던 선수들이 무너지며 2실점했다.
그러자 클린스만 감독은 다시 한 번 이기제를 빼고 김태환, 박용우를 빼고 홍현석을 투입했다. 누가 봐도 문책성 교체로 경기장 내에서 선수의 현 폼이 정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증거였다. 클린스만 감독이 본인 말과는 상반되는 선택이었다.
실제로 바레인전 직후 폼이 좋지 않은 이기제에 대해 옹호하면서 선발로 기용을 강행한 것은 클린스만 감독이었다. 1차전 교체 이후 문책석 교체가 아니라고 했으나 2차전도 이어가면서 자신의 말이 사실이 아닌 것을 입증했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