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짜고 치는 몰래 카메라인 줄 알았다.”
LG 트윈스 우완 투수 이종준(23)에게 지난해 11월22일 열린 2024 KBO 2차 드래프트 이적은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다. 당시 LG는 3라운드 전체 20순위로 NC 다이노스 투수 이종준을 지명했다.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2020년 2차 9라운드 전체 81순위로 NC에 뽑힌 이종준은 1군 경기 기록이 하나도 없고, 퓨처스리그 등판도 2021년(8경기 3승 19⅔이닝 무실점)이 전부였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 안 됐고,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선수라 LG의 지명을 두고 모두가 의외라고 했다. 이종준도 같은 생각이었다. 지난달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캠프에서 만났던 이종준은 “2차 드래프트 이적은 아예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정식 등록 선수도 아니었고, 2021년 이후 퓨처스리그 기록도 없었다. 남 일처럼 생각하고 있었고, NC에 같은 투수만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런데 LG가 이종준을 깜짝 지명했다. 지난해 10월 교육리그 때 NC 이종준의 투구를 직접 보고 가능성을 확인했다. 당시 2이닝 동안 6타자 상대로 140km대 후반 빠른 공을 뿌리며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그때가 야구 인생에서 공이 가장 좋을 때였다”는 이종준의 표현대로 LG도 그날 경기를 잊지 않았다. 이종준 지명을 예상 못한 NC도 무척 아쉬워했다는 후문.
LG의 지명 사실을 전달받은 이종준은 어안이 벙벙했다. “갑자기 형들이 축하한다고 해서 짜고 치는 몰래 카메라인 줄 알았다”는 이종준은 “LG는 투수가 좋기로 유명한 팀이라 막막한 마음도 있었다. NC에서 교육리그부터 이제 좀 뭐가 보여줄까 싶었는데 새로운 팀에서 처음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지금은 “잘 왔다 싶다”며 LG에 온 것을 행운으로 여기고 있다. LG는 마무리투수 고우석(샌디에이고)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함덕주가 팔꿈치 두주골 미세골절로 핀고정술을 받아 전반기 등판이 어렵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정우영도 개막 초반에는 어려울 수 있어 새로운 불펜 발굴이 절실한데 염경엽 LG 감독은 여러 투수 중 이종준을 새로운 카드로 눈여겨보고 있다. 191cm 큰 키에 낮은 팔 각도에서 나오는 140km대 중후반 공이 꽤 매력적이다.
염경엽 감독은 이종준에 대해 “기대감이 드는 투수 중 하나다. 키우고 싶은 욕심이 나는 선수로 기회를 주려 한다”며 “팔 각도가 낮아 공에 테일링이 있다. 팔이 낮은 것을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극대화하고 있다. 직구는 우타자 몸쪽과 좌타자 바깥쪽으로, 변화구는 반대 쪽으로 슬라이더, 커브를 쓰게 피칭 디자인을 맞춰줬다”고 설명했다. 이것저것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보다 몸쪽과 바깥쪽을 나눠서 쓰는 피칭 디자인을 통해 짧은 이닝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활용 방안을 잡았다.
염 감독의 관심에 이종준도 힘이 난다. 그는 “첫 불펜 피칭 때부터 감독님이 뒤에서 봐주셨다.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에 감사하다”며 “감독님이 공에 테일링이 걸리는 것을 살려 승부하는 게 좋다고 하셨다. 원래도 공에 테일링이 있는 편이었는데 구속이 빨라지면서 효과가 더 커지지 않았나 싶다. 어릴 때 어깨가 아파서 팔을 낮춰 던지기 시작했다. 지금 팔 높이가 힘 쓰기에 좋다”고 설명했다.
1군 스프링캠프뿐만 아니라 미국에 온 것도 처음이었다고 밝힌 이종준은 “LG에서 TV로만 보던 선배님들을 상대로 라이브 피칭을 할 수 있어 좋았다”며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1군 무대를 꿈꾼다. 여태까지 꿈에 그려왔던 순간의 출발점에 도달한 것 같다. 위축되지 않고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