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대전=안호근 기자]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관록의 투구로 감탄을 자아냈다. 선발 맞대결을 벌인 문동주(21)는 아쉬움 속에도 좋은 결과를 남겼다. 한화의 청백전이 뜨거운 관심 속에 많은 볼거리를 남겼다.
류현진은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홈팀의 선발 투수로 등판, 3이닝 동안 46구를 던지며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투구를 마쳤다.
결과적으론 패전 투수가 됐지만 중요한 건 내용이었다. 2012년 10월 4일 넥센 히어로즈전을 끝으로 한화 팬들과 작별을 고한 류현진은 비공식 경기기는 했지만 11년 5개월, 4172일 만에 다시 대전 마운드에 올라 클래스를 증명하는 투구를 뽐냈다.
홈팀 유니폼을 입는 '팀 류현진'은 최인호(좌익수)-요나단 페라자(중견수)-안치홍(1루수)-노시환(3루수)-김인환(지명타자)-최재훈(포수)-이도윤(유격수)-황영묵(2루수)-이상혁(우익수)-장규현(지명타자) 순으로 타선을 꾸렸다. 청백전의 특성상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점검해 보는데 목적이 있기에 이례적으로 9명이 아닌 10명으로 타순을 짰다. 선발 투수는 류현진이다.
어웨이 유니폼을 입는 '팀 문동주'는 정은원(중견수)-문현빈(2루수)-김태연(3루수)-채은성(1루수)-이진영(우익수)-하주석(유격수)-이재원(포수)-이명기(좌익수)-박상언(지명타자)-김강민(지명타자)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선발 투수는 문동주.
이날 경기엔 1군 경기에 도입되는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를 활용했다. 본격적인 시즌 개막을 앞두고 류현진과 문동주 등 투수들의 공이 어떻게 적용될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시범운영 예정인 피치 클락도 활용했다. 적용은 되지 않지만 선수들이 참고삼아 볼 수 있도록 전광판 옆에 카운트가 됐다.
1회초 류현진이 먼저 마운드에 올랐다. 초구는 시속 138㎞ 스트라이크. 2구째는 슬로우 커브를 던져 다시 한 번 카운트를 잡았다. 3,4구는 볼로 기록됐지만 5구는 시속 142㎞ 높은 속구가 존을 통과했다. 루킹삼진.
2번째 타자는 문현빈. 볼 카운트 2-2에서 바깥쪽 공으로 문현빈을 유혹해냈고 3루수 땅볼로 가볍게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최고 구속 144㎞ 공도 뿌렸다. 3번 타자 김태연을 상대로는 볼카운트 2-2에서 바깥쪽 백도어 커터로 김태연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1회말 문동주는 최인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그러나 새 외국인 타자 페라자에게 우측 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맞았다. 한화 팬들로선 지난해 외국인 타자의 악몽을 떨칠 수 있는 기분 좋은 2루타였다.
3번 안치홍이 강하게 때린 타구가 3루 선상 옆으로 향했다. 올 시즌 외야 경쟁 후보 중 하나인 이진영이 펜스에 충돌하면서도 잘 잡아내 강한 송구로 페라자를 2루에 묶어두는 호수비를 펼쳤다.
2회초 류현진은 첫 타자로 채은성을 만났다. 한화 주장이기도 한 채은성은 앞서 류현진과 다른 팀에서 직접 상대해보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향후 류현진을 상대로 타석에 나설 일이 없기에 뛰어난 공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뜻이었지만 채은성은 류현진의 공을 강하게 잡아당겨 좌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작렬했다.
한화 구단 유튜브 이글스TV에서 객원 해설위원으로 나선 이태양은 "(채)은성이 형이 앞서 계속 현진이 형 공을 쳐보고 싶다고 말했다"며 "안타 공을 챙겨줘야 할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주석의 타석 때 변화구를 최재훈이 막아냈지만 순간 공을 잃어버렸고 그 사이 채은성이 3루로 뛰었다.
다음 타석엔 류현진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이재원이 나섰다.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전신)이 2006시즌을 앞두고 지역 연고 선수를 뽑는 1차 지명에서 동산고의 류현진 대신 인천고의 이재원을 뽑은 것. 류현진은 데뷔 시즌 투수 트리플크라운과 함께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차지했고 이재원은 2014년 이후에야 주축 포수로 자리잡으며 팬들 사이에서는 '류거이(류현진 거르고 이재원)'이라는 웃지 못할 말이 나오기도 했다.
베테랑이 된 후 한화에서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된 둘은 이번엔 적으로 만났다. 이재원은 류현진의 공을 걷어올려 중견수 방향으로 보냈다. 페라자의 글러브에 빨려들어갔지만 3루 주앞자 채은성이 여유있게 득점할 수 있었던 타구였다.
백전노장은 실점 후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이명기를 2루수 땅볼로 가볍게 잡아내며 2회를 마무리했다.
류현진은 3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너무 쉽게 보였다. 박상원을 2루수 뜬공으로 돌려세운 류현진은 김강민에게 3구 삼진을 잡아냈다. 0-2로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던 김강민은 류현진의 커터에 속수무책으로 방망이를 헛돌렸다. 이어 정은원의 타구도 좌익수 최인호의 글러브에 빨려들어가며 12구 만에 이닝을 마쳤다.
3회 투구를 마친 류현진은 외투를 걸친 뒤 외야로 빠져나갔다. 불펜으로 이동하기 위함이었다. 이날 투구의 마무리를 알리는 장면이었다.
적극적이고 노련한 투구가 일품이었다. 46구를 뿌려 30구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정은원과 김태연은 류현진의 정교한 제구에 배트도 휘두르지 못하고 꼼짝 없이 서서 삼진을 당했고 김강민은 바깥에서 들어오는 커터에 맥없이 스윙삼진으로 돌아섰다.
속구 최고 시속은 143㎞였고 46구 중 절반을 포심 패스트볼로 장식했다. 김강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커터는 4구(평균 137㎞), 슬로우 커브(평균 112㎞)는 10구, 체인지업(평균 125㎞)은 9구를 뿌렸다. 채은성에게 2루타를 맞기는 했지만 위기가 이어지진 않았다. 류현진 특유의 위기 관리 능력을 확실히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이후 불펜으로 이동한 류현진은 20구를 더 던진 뒤에야 이날 일정을 마쳤다. 투구 과정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다시 확인하고 가다듬는 과정이었다.
류현진은 지난달 22일 한화와 8년 170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의 오퍼가 있었으나 스스로 다년 계약도 거절하고 친정팀 복귀를 택했다. 조금이라도 건강한 몸으로 돌아와 한화에 가을야구, 나아가 계약 기간 8년 안에 우승을 이끌겠다는 의지가 담긴 결정이었다.
23일 곧바로 일본 오키나와 한화 스프링캠프지로 떠난 류현진은 그날 곧바로 불펜피칭을 했다. 45구를 던졌고 2번째 투구 땐 60구를 뿌렸다. 이어 지난 2일엔 라이브 피칭에서 65구를 뿌렸다. 그리고 이날 4이닝, 50구 정도로 계획을 잡고 청백전에 나섰다.
팬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결국 한화가 구단 유튜브를 통해 중계를 결정한 배경이었다. 중계진으로는 정우영 SBS스포츠 캐스터를 중심으로 이태양, 최홍성 구단 전략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날 최고 동시 시청자수는 무려 7만 997명에 달했다. 류현진 영입 후 KBO 구단 유튜브 채널 중 최다 구독자(24만) 채널로 떠오른 이글스TV의 자체 생중계 최다 동시 시청자수이기도 했다.
그만큼 류현진에 대한 관심이 컸다. 경기 후 최원호 감독은 류현진에 대한 질문에 "날씨가 쌀쌀해서 그런지 불펜 피칭이나 라이브 피칭 때보다 제구가 조금 흔들렸다"며 "라이브 때보다 구속은 더 나왔다. 144㎞(공식 집계 143㎞)까지 찍혔다. 경기를 더 하고 시즌 때 긴장감도 생기고 하면 140㎞ 중반까지 던질 것 같다"고 낙관했다.
류현진은 "편하게 던졌다. 50구 정도 예상한 만큼 던졌다. 불펜에 가서 20개 정도 더 던졌다"며 "힘이 괜찮고 경쟁력 있을 때 온 것 같아서 만족한다. 특별하진 않았다. 개막을 해봐야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범경기가 시작해 응원 소리를 들으면 다르다고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시범경기에선 4일 휴식 후 등판을 이어간다. 그는 "아직까지는 개수가 적은 편이고 해서 시즌 때는 6일, 5일 턴으로 가겠지만 시범경기에서는 하루 정도 빨리 나서는 게 전혀 문제 될 것 같진 않다. 해오던 게 있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청백전을 마친 류현진은 4일 휴식 후 오는 12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펼쳐질 KIA 타이거즈와 시범경기에 등판한다. 이후 17일 롯데 자이언츠 원정을 치른 뒤 5일 휴식을 취한 뒤 23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질 LG 트윈스와 시즌 개막전에 등판한다는 계획이다. 다시 5일을 쉰 뒤 오는 29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 파크에서 열릴 홈 개막전까지 등판이 예정돼 있다.
문동주는 3이닝 53구 2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 투구를 했지만 경기 내용면에선 류현진에 비해서는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1회말 1사에서 2번 타자 페라자에게 대형 2루타를 맞고 4번 타자 노시환은 볼넷으로 내보내며 2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다행히 김인환을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다.
2회말엔 선두 타자 최재훈에게 2루타를 맞고 이도윤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으나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황영묵에게 2루수 땅볼을 유도해 아웃카운트 하나를 늘렸고 이상혁에게 짧은 중견수 뜬공, 이어 장규현을 2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매조졌다.
3회말엔 안정을 찾았다. 최인호를 중견수 뜬공, 페라자를 2루수 땅볼, 안치홍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속구 최고 시속은 148㎞를 찍었고 커브(평균 116㎞)는 12구, 커터(평균 142㎞)는 2구, 슬라이더(평균 129㎞)는 3구, 체인지업(평균 128㎞)은 1구를 뿌렸다.
류현진과 문동주가 물러난 후에도 경기는 투수전으로 진행됐다. 그 중에서도 김민우의 투구가 돋보였다. 올 시즌 5선발 후보로 신인 전체 1순위 황준서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민우는 류현진에 이어 홈팀 2번째 투수로 4회초부터 등판해 3이닝 동안 31구를 던지며 피안타와 사사구 없이 4탈삼진 퍼펙트 피칭을 해냈다.
문현빈과 김태연을 상대로 묵직한 속구로 연속 루킹삼진을 잡아내는 등 삼자범퇴로 4회를 마쳤고 5회에도 이진영과 이재원에게 각각 삼진을 솎아냈다. 6회엔 탈삼진은 없었지만 이명기를 좌익수 뜬공, 박상언을 유격수 땅볼, 김강민을 3루수 직선타로 잡아냈다.
이날 경기는 7회까지 진행됐는데 7회초엔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7이닝 퍼펙트 피칭을 펼친 정이황이 등판했다. 2회 선취점을 낸 뒤 잠잠했던 타선은 정이황을 두들겼다. 팀 주장 채은성이 앞장섰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태연이 볼넷으로 걸어나갔고 채은성은 볼카운트 2-0에서 한복판 속구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작렬했다. 이날 경기에서 총 5안타가 나왔고 어웨이팀의 안타는 3개였는데 이 중 채은성이 쐐기 홈런과 선제 득점이 된 2루타를 작렬하며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했다.
어웨이팀에서는 투수들도 호투 릴레이를 펼쳤다. 문동주에 이어 4회말부터 등판한 장시환-한승혁-장민재-이충호가 1이닝을 모두 실점 없이 막아냈다.
5선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민우에 대한 칭찬이 빠지지 않았다. 최 감독은 "김민우가 좋았다. 직구가 살아나면 좋은 피칭을 할 수밖에 없다. 오키나와 때도 KT 위즈전 때 좋은 투구를 펼쳤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5선발 경쟁에 더욱 고민이 많아졌겠다는 이야기에 "좋은 고민이다. (김민우는) 선발 경험이 있고 지난해에만 어깨부상으로 못 던졌다"며 "150이닝(2021년) 이상 던졌던 투수다. 회복해서 좋은 공을 던지면 그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안 좋았을 때에 대비하는 것이다. 황준서는 좋은 선수지만 아마추어 때와는 타자도, 존도, 긴장도 등 무게감이 다를 것이다. 시범경기 끝까지 지켜보고 (5선발을) 결정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타자 중에서 으뜸은 단연 채은성. 최 감독은 "채은성 선수가 타격감이 좋다"고 칭찬했다. 채은성도 "(류현진의 공이) 다른 느낌은 없었고 처음 보는 투수라서 정말 경기처럼 신중하게 타석에 임했다. 지금 선배의 공을 평가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고 TV에서 보던 선배와 대결하게 돼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면 문동주는 3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고도 사령탑에겐 합격점을 얻지 못했다. 최 감독은 "동주는 조금 별로였다. 조금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동주 또한 "만족스럽진 않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날씨가 추웠는데 (류)현진 선배님은 잘 던져서 날씨 핑계를 댈 수는 없다"며 "(결과는 류현진의 패배임에도) 피칭 내용으로 봤을 땐 제가 졌다. 이런 경기는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 과정 속에서 많이 부족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화는 8일 하루를 쉬어간 뒤 9일부터 삼성 라이온즈와 시범경기 일정을 시작한다.
대전=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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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류현진(왼쪽)과 문동주가 7일 청백전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류현진은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홈팀의 선발 투수로 등판, 3이닝 동안 46구를 던지며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투구를 마쳤다.
결과적으론 패전 투수가 됐지만 중요한 건 내용이었다. 2012년 10월 4일 넥센 히어로즈전을 끝으로 한화 팬들과 작별을 고한 류현진은 비공식 경기기는 했지만 11년 5개월, 4172일 만에 다시 대전 마운드에 올라 클래스를 증명하는 투구를 뽐냈다.
홈팀 유니폼을 입는 '팀 류현진'은 최인호(좌익수)-요나단 페라자(중견수)-안치홍(1루수)-노시환(3루수)-김인환(지명타자)-최재훈(포수)-이도윤(유격수)-황영묵(2루수)-이상혁(우익수)-장규현(지명타자) 순으로 타선을 꾸렸다. 청백전의 특성상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점검해 보는데 목적이 있기에 이례적으로 9명이 아닌 10명으로 타순을 짰다. 선발 투수는 류현진이다.
어웨이 유니폼을 입는 '팀 문동주'는 정은원(중견수)-문현빈(2루수)-김태연(3루수)-채은성(1루수)-이진영(우익수)-하주석(유격수)-이재원(포수)-이명기(좌익수)-박상언(지명타자)-김강민(지명타자)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선발 투수는 문동주.
이날 경기엔 1군 경기에 도입되는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를 활용했다. 본격적인 시즌 개막을 앞두고 류현진과 문동주 등 투수들의 공이 어떻게 적용될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시범운영 예정인 피치 클락도 활용했다. 적용은 되지 않지만 선수들이 참고삼아 볼 수 있도록 전광판 옆에 카운트가 됐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7일 청백전에서 홈팀 선발 투수로 등판해 투구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2번째 타자는 문현빈. 볼 카운트 2-2에서 바깥쪽 공으로 문현빈을 유혹해냈고 3루수 땅볼로 가볍게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최고 구속 144㎞ 공도 뿌렸다. 3번 타자 김태연을 상대로는 볼카운트 2-2에서 바깥쪽 백도어 커터로 김태연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1회말 문동주는 최인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그러나 새 외국인 타자 페라자에게 우측 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맞았다. 한화 팬들로선 지난해 외국인 타자의 악몽을 떨칠 수 있는 기분 좋은 2루타였다.
3번 안치홍이 강하게 때린 타구가 3루 선상 옆으로 향했다. 올 시즌 외야 경쟁 후보 중 하나인 이진영이 펜스에 충돌하면서도 잘 잡아내 강한 송구로 페라자를 2루에 묶어두는 호수비를 펼쳤다.
2회초 류현진은 첫 타자로 채은성을 만났다. 한화 주장이기도 한 채은성은 앞서 류현진과 다른 팀에서 직접 상대해보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향후 류현진을 상대로 타석에 나설 일이 없기에 뛰어난 공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뜻이었지만 채은성은 류현진의 공을 강하게 잡아당겨 좌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작렬했다.
한화 구단 유튜브 이글스TV에서 객원 해설위원으로 나선 이태양은 "(채)은성이 형이 앞서 계속 현진이 형 공을 쳐보고 싶다고 말했다"며 "안타 공을 챙겨줘야 할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화 이글스 채은성이 7일 청백전에서 어웨이팀으로 나서 7회말 정이황에게 투런 홈런을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다음 타석엔 류현진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이재원이 나섰다.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전신)이 2006시즌을 앞두고 지역 연고 선수를 뽑는 1차 지명에서 동산고의 류현진 대신 인천고의 이재원을 뽑은 것. 류현진은 데뷔 시즌 투수 트리플크라운과 함께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차지했고 이재원은 2014년 이후에야 주축 포수로 자리잡으며 팬들 사이에서는 '류거이(류현진 거르고 이재원)'이라는 웃지 못할 말이 나오기도 했다.
베테랑이 된 후 한화에서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된 둘은 이번엔 적으로 만났다. 이재원은 류현진의 공을 걷어올려 중견수 방향으로 보냈다. 페라자의 글러브에 빨려들어갔지만 3루 주앞자 채은성이 여유있게 득점할 수 있었던 타구였다.
백전노장은 실점 후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이명기를 2루수 땅볼로 가볍게 잡아내며 2회를 마무리했다.
류현진은 3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너무 쉽게 보였다. 박상원을 2루수 뜬공으로 돌려세운 류현진은 김강민에게 3구 삼진을 잡아냈다. 0-2로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던 김강민은 류현진의 커터에 속수무책으로 방망이를 헛돌렸다. 이어 정은원의 타구도 좌익수 최인호의 글러브에 빨려들어가며 12구 만에 이닝을 마쳤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7일 청백전에서 홈팀 선발 투수로 등판해 투구 후 스트라이크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적극적이고 노련한 투구가 일품이었다. 46구를 뿌려 30구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정은원과 김태연은 류현진의 정교한 제구에 배트도 휘두르지 못하고 꼼짝 없이 서서 삼진을 당했고 김강민은 바깥에서 들어오는 커터에 맥없이 스윙삼진으로 돌아섰다.
속구 최고 시속은 143㎞였고 46구 중 절반을 포심 패스트볼로 장식했다. 김강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커터는 4구(평균 137㎞), 슬로우 커브(평균 112㎞)는 10구, 체인지업(평균 125㎞)은 9구를 뿌렸다. 채은성에게 2루타를 맞기는 했지만 위기가 이어지진 않았다. 류현진 특유의 위기 관리 능력을 확실히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이후 불펜으로 이동한 류현진은 20구를 더 던진 뒤에야 이날 일정을 마쳤다. 투구 과정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다시 확인하고 가다듬는 과정이었다.
류현진은 지난달 22일 한화와 8년 170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의 오퍼가 있었으나 스스로 다년 계약도 거절하고 친정팀 복귀를 택했다. 조금이라도 건강한 몸으로 돌아와 한화에 가을야구, 나아가 계약 기간 8년 안에 우승을 이끌겠다는 의지가 담긴 결정이었다.
23일 곧바로 일본 오키나와 한화 스프링캠프지로 떠난 류현진은 그날 곧바로 불펜피칭을 했다. 45구를 던졌고 2번째 투구 땐 60구를 뿌렸다. 이어 지난 2일엔 라이브 피칭에서 65구를 뿌렸다. 그리고 이날 4이닝, 50구 정도로 계획을 잡고 청백전에 나섰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7일 청백전에서 홈팀 선발 투수로 등판해 투구 후 아쉬운 판정에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그만큼 류현진에 대한 관심이 컸다. 경기 후 최원호 감독은 류현진에 대한 질문에 "날씨가 쌀쌀해서 그런지 불펜 피칭이나 라이브 피칭 때보다 제구가 조금 흔들렸다"며 "라이브 때보다 구속은 더 나왔다. 144㎞(공식 집계 143㎞)까지 찍혔다. 경기를 더 하고 시즌 때 긴장감도 생기고 하면 140㎞ 중반까지 던질 것 같다"고 낙관했다.
류현진은 "편하게 던졌다. 50구 정도 예상한 만큼 던졌다. 불펜에 가서 20개 정도 더 던졌다"며 "힘이 괜찮고 경쟁력 있을 때 온 것 같아서 만족한다. 특별하진 않았다. 개막을 해봐야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범경기가 시작해 응원 소리를 들으면 다르다고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시범경기에선 4일 휴식 후 등판을 이어간다. 그는 "아직까지는 개수가 적은 편이고 해서 시즌 때는 6일, 5일 턴으로 가겠지만 시범경기에서는 하루 정도 빨리 나서는 게 전혀 문제 될 것 같진 않다. 해오던 게 있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청백전을 마친 류현진은 4일 휴식 후 오는 12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펼쳐질 KIA 타이거즈와 시범경기에 등판한다. 이후 17일 롯데 자이언츠 원정을 치른 뒤 5일 휴식을 취한 뒤 23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질 LG 트윈스와 시즌 개막전에 등판한다는 계획이다. 다시 5일을 쉰 뒤 오는 29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 파크에서 열릴 홈 개막전까지 등판이 예정돼 있다.
한화 이글스 문동주가 7일 청백전에서 어웨이팀 선발 투수로 등판해 투구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2회말엔 선두 타자 최재훈에게 2루타를 맞고 이도윤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으나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황영묵에게 2루수 땅볼을 유도해 아웃카운트 하나를 늘렸고 이상혁에게 짧은 중견수 뜬공, 이어 장규현을 2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매조졌다.
3회말엔 안정을 찾았다. 최인호를 중견수 뜬공, 페라자를 2루수 땅볼, 안치홍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속구 최고 시속은 148㎞를 찍었고 커브(평균 116㎞)는 12구, 커터(평균 142㎞)는 2구, 슬라이더(평균 129㎞)는 3구, 체인지업(평균 128㎞)은 1구를 뿌렸다.
류현진과 문동주가 물러난 후에도 경기는 투수전으로 진행됐다. 그 중에서도 김민우의 투구가 돋보였다. 올 시즌 5선발 후보로 신인 전체 1순위 황준서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민우는 류현진에 이어 홈팀 2번째 투수로 4회초부터 등판해 3이닝 동안 31구를 던지며 피안타와 사사구 없이 4탈삼진 퍼펙트 피칭을 해냈다.
문현빈과 김태연을 상대로 묵직한 속구로 연속 루킹삼진을 잡아내는 등 삼자범퇴로 4회를 마쳤고 5회에도 이진영과 이재원에게 각각 삼진을 솎아냈다. 6회엔 탈삼진은 없었지만 이명기를 좌익수 뜬공, 박상언을 유격수 땅볼, 김강민을 3루수 직선타로 잡아냈다.
이날 경기는 7회까지 진행됐는데 7회초엔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7이닝 퍼펙트 피칭을 펼친 정이황이 등판했다. 2회 선취점을 낸 뒤 잠잠했던 타선은 정이황을 두들겼다. 팀 주장 채은성이 앞장섰다.
한화 이글스 문동주(오른쪽)가 7일 청백전에서 어웨이팀 선발 투수로 등판해 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을 향하며 이재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어웨이팀에서는 투수들도 호투 릴레이를 펼쳤다. 문동주에 이어 4회말부터 등판한 장시환-한승혁-장민재-이충호가 1이닝을 모두 실점 없이 막아냈다.
5선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민우에 대한 칭찬이 빠지지 않았다. 최 감독은 "김민우가 좋았다. 직구가 살아나면 좋은 피칭을 할 수밖에 없다. 오키나와 때도 KT 위즈전 때 좋은 투구를 펼쳤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5선발 경쟁에 더욱 고민이 많아졌겠다는 이야기에 "좋은 고민이다. (김민우는) 선발 경험이 있고 지난해에만 어깨부상으로 못 던졌다"며 "150이닝(2021년) 이상 던졌던 투수다. 회복해서 좋은 공을 던지면 그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안 좋았을 때에 대비하는 것이다. 황준서는 좋은 선수지만 아마추어 때와는 타자도, 존도, 긴장도 등 무게감이 다를 것이다. 시범경기 끝까지 지켜보고 (5선발을) 결정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타자 중에서 으뜸은 단연 채은성. 최 감독은 "채은성 선수가 타격감이 좋다"고 칭찬했다. 채은성도 "(류현진의 공이) 다른 느낌은 없었고 처음 보는 투수라서 정말 경기처럼 신중하게 타석에 임했다. 지금 선배의 공을 평가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고 TV에서 보던 선배와 대결하게 돼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면 문동주는 3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고도 사령탑에겐 합격점을 얻지 못했다. 최 감독은 "동주는 조금 별로였다. 조금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동주 또한 "만족스럽진 않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날씨가 추웠는데 (류)현진 선배님은 잘 던져서 날씨 핑계를 댈 수는 없다"며 "(결과는 류현진의 패배임에도) 피칭 내용으로 봤을 땐 제가 졌다. 이런 경기는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 과정 속에서 많이 부족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화는 8일 하루를 쉬어간 뒤 9일부터 삼성 라이온즈와 시범경기 일정을 시작한다.
한화 이글스 김민우가 7일 청백전에서 홈팀 2번째 투수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
대전=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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