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 포수 어쩌나’ 로봇심판 공개, ‘프레이밍’ 효과없고 ‘덮밥’해도 문제없다…ABS 도입으로 포수 트렌드 바뀌나
입력 : 2024.03.0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창원, 이석우 기자]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 2023.09.09 / foto0307@osen.co.kr

KBO 제공

[OSEN=양재동, 한용섭 기자] 올해부터 KBO리그는 로봇 심판(ABS)을 도입한다. 

ABS로 인해 포수의 중요 덕목이었던 프레이밍은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미트질을 제대로 못해 ‘덮밥’으로 비난받은 포수는 걱정을 안 해도 될 듯하다.  

KBO는 7일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2024 KBO 규정·규칙 변화 미디어 설명’를 열었다. 올해부터 도입되는 자동투구 판정시스템(ABS), 피치클락(시범운영), 수비 시프트 제한, 베이스 크기 확대, 투수 세 타자 상대 규정(퓨처스리그 제한) 등을 설명하고 질의 응답으로 궁금증을 풀어줬다. 

가장 관심사항은 ABS다.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에 앞서 KBO리그가 세계 최초로  로봇 심판을 도입한다. 미국은 마이너리그에서 로봇심판을 시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로봇 심판이 일관되고 정확하게 볼 판정을 한다면, 투수나 타자 모두 잘못된 스트라이크/볼 판정으로 손해보는 일은 없게 된다. 로봇 심판의 S존에 적응만 하면 된다. 그런데 포수의 능력 평가 척도 중 하나였던 프레이밍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게 된다. 프레이밍은 포수가 투수의 공을 포구할 때 볼을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능력이다. 포수가 스크라이크존을 살짝 벗어나는 공을 미트로 잡자마자 끌어올리거나 끌어당겨서 심판의 눈을 속이는 기술이다. 

프레이밍의 반대 의미로 야구팬들은 ‘덮밥’이라고 표현한다. 주로 낮은 코스의 스트라이크를 끌어올리지 않고, 덮어서 잡으며 끌어내리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심판이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스트라이크가 볼로 판정받은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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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회에서 KBO는 2023년 KBO리그 심판 판정과 퓨처스리그 로봇 판정(PTS)을 비교한 수치를 공개했다. 지난해 심판 판정의 정확도는 91.3%였다. KBO는 "한 경기 평균 투구 수는 약 300개다. 이 중 심판이 판정을 내린 공은 약 166개다. 파울이나 인플레이 타구, 사구 등을 제외한 숫자다. 심판과 PTS 불일치 횟수는 약 14.4개였다”고 설명했다. 

심판이 경기당 14.4개 볼 판정을 잘못했다는 것이다. 스트라이크를 볼로 판정한 것이 약 7개, 반대로 볼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한 것이 약 7개였다. 심판이 경기당 14.4개의 공을 잘못 판정한 것은 순간적인 실수도 있지만, 포수의 프레이밍에 속거나 ‘덮밥’으로 놓친 경우도 있다. 

KBO는 지난해 심판이 볼로 판정한 공이 ABS에서 스트라이크로 판정되는 몇몇 사례들을 영상으로 설명했다. 주자 도루 때 포수가 송구를 빨리하려고 포구하자마자 갑자기 일어서는 경우, 투수의 반대 투구, 포수의 포구 방식이나 포구 위치가 달라서 스트라이크가 볼로 판정받은 사례들이 있었다. 

이제 포수가 심판을 가리면서 일어서도, ‘덮밥’으로 포구를 해도, 프레이밍으로 볼을 스트라이크존으로 끌어올려도, ABS는 스트라이크와 볼을 정확하게 판정하게 된다. 프레이밍이 뛰어난 유강남(롯데)은 ABS가 달갑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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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의 청백전은 로봇 심판(ABS)의 볼 판정이 실시됐다. 경기 후 류현진은 ABS 볼 판정에 대해 “(46구를 던졌는데) 공 1개 정도 빼고는 대부분 내 생각대로 콜이 나왔다”고 말했다. 

류현진이 2회 하주석 상대로 한가운데 낮은 코스로 던진 공(체인지업)을 포수 최재훈이 프레이밍으로 끌어올렸지만, 볼로 판정됐다. 프레이밍으로 ABS 로봇 심판을 속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반대로 한화 청백전에서 포수가 ‘덮밥’으로 공을 잡았는데도, ABS는 정확한 트래킹을 근거로 스트라이크를 선언한 장면도 있었다. 

포수는 프레이밍 보다 베이스 크기 확대로 주자들의 도루가 늘어날 전망이라 송구, 블로킹 능력이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간혹 크게 떨어지는 변화구(커브)가 ABS 스트라이크존의 상하 기준을 충족하면 스트라이크가 된다. KBO가 소개한 영상 자료 중 LG 켈리가 SSG 박성한 상대로 던진 낮은 커브를 포수가 미트가 땅에 닿으면서 잡았고 심판은 볼로 판정했다. 그런데 ABS는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 스트라이크로 판정했다. 타자가 황당할 수 있겠지만, 낙차 큰 커브는 포수의 포구 위치와 관계없이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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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경우엔 판정 결과에 대해 항의나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 다만 시스템 오류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 요청 절차가 필요하다는 현장의 의견에 따라, KBO는 경기 도중 양 팀 덕아웃에 ABS 볼 판정 확인을 위한 태블릿PC를 1대씩 제공할 계획이다.

태블릿PC는 타자별로 투구 구마다 볼/스트라이크 정보를 제공한다. KBO는 "평균 4∼5초 딜레이가 되는데, 스트라이크존 통과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태블릿PC에 나온 정보와 심판의 콜이 일치하지 않는 등 시스템 오류 가능성이 명백히 의심되는 경우에는 감독이 심판에게 확인 요청할 수 있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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