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세계 최초' 로봇 심판 성공적 데뷔 '팬들도 대만족'... '갸우뚱' 애매했던 장면에서는 어땠나? [수원 현장]
입력 : 2024.03.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수원=김우종 기자]
차정구 KBO 심판위원이 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이어폰을 착용한 채 경기에 나서고 있다.
차정구 KBO 심판위원이 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이어폰을 착용한 채 경기에 나서고 있다.
박종철 KBO 심판위원이 9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펼쳐진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이어폰을 착용한 채 경기에 나서고 있다.
박종철 KBO 심판위원이 9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펼쳐진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이어폰을 착용한 채 경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 이른바 '로봇 심판'이 정식 1군 경기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KBO 리그 시범경기가 드디어 막을 올렸다. 수원 KT 위즈파크에서는 지난해 우승 팀인 LG 트윈스와 준우승 팀인 KT 위즈가 격돌했다. 경기는 LG가 장단 9안타를 뽑아내며 5-2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 중 하나는 바로 로봇 심판, ABS였다. 이날 경기에서는 오류 없이 어떠한 말썽도 부리지 않은 채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경기에 앞서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날씨가 추워서 주전급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하려고 했으나, 본인들이 ABS를 경험해보겠다면서 출전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또 염 감독은 "박해민 같은 경우는 일단 2스트라이크까지 선언된 이후 타격을 하겠다고 그러길래, 그러지 말고 그냥 자신의 야구를 하라고 했다. ABS에 흔들리면 안 된다. 자신의 야구를 펼치라고 했다"고 말했다.

쌀쌀한 날씨 속, 1루 쪽 KT 팬들과 3루 쪽 LG 팬들이 1층 관중석 대부분을 채웠다. 총 7537명의 관중이 입장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겨우내 야구를 그리워했던 팬들의 뜨거운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ABS가 도입됐지만,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인간 심판이 판정했을 때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어떤 시간적인 딜레이(지연)도 없었다. 주심은 ABS가 판정한 볼·스트라이크 판정 여부를 이어폰을 통해 들은 뒤 판정을 내렸다. 큰 시간적인 공백은 두지 않은 채 비교적 신속하게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내렸다.

일체의 항의도 없었다. 로봇 심판이 판정을 내리기에 항의할 주체가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다만 투수 입장에서는 대단히 잘 던진 공이었지만, 타자로서는 아무래도 '갸우뚱'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있었다. LG가 3-0으로 앞선 3회말. KT의 2사 1루 기회. LG 선발 엔스를 상대로 KT 타자 배정대가 볼카운트 2-2 상황을 맞이했다. 5구째는 파울. 이어 6구째. 엔스의 커브가 우타자인 배정대의 먼 바깥쪽으로부터 곡선을 그리며 들어온 뒤 바깥쪽에 꽂혔다. 박동원이 잠시 프레이밍을 시도하는 듯했으나, 미트를 그 자리에서 멈춘 재 잡았다.

2024 ABS 스트라이크 존 기준. /그래픽=KBO 제공
2024 ABS 스트라이크 존 기준. /그래픽=KBO 제공
이날 중계방송사인 KBSN스포츠가 제공한 KBO ABS존에 따르면 바깥쪽 존에 살짝 높게 걸친 것으로 표시됐다. 그리고 ABS 역시 스트라이크를 선언하며 배정대는 루킹 삼진 아웃을 당했다. 배정대 입장에서는 다소 애마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순간일 수도 있었으나, 분명 ABS가 스트라이크로 판독을 내렸기에 항의는 할 수 없었다. 배정대는 천천히 더그아웃으로 걸음을 옮겼다. 반면 엔스는 자신의 바깥쪽 존으로 걸쳐 들어간 결정구에 기쁨을 표현했다.

7회초에도 ABS의 섬세한 판정이 나왔다. 무사 1루 상황에서 LG 구본혁이 타석에 섰다. 초구는 높은 코스의 볼. 그리고 2구째 속구 역시 비슷한 코스로 향했는데 볼 판정을 받았다. 다만 중계방송 ABS 그래픽에는 스트라이크 존에 살짝 걸친 것으로 나왔다. 그렇지만 볼 판정이 내려진 건 2D 기준으로 스트라이크 존에 걸쳤다고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오각형인 홈플레이트 상공의 3차원적 기둥의 끝면 부분에는 걸치지 않았다고 판독한 것이다.

팬들은 대만족이라는 반응이다. 야구 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심판과 감정 소모가 사라져서 좋다", "속도가 빨라져서 좋다", "선수도, 팬들도, 심판도 좋다", "이 좋은 걸 왜 이제 했는가"라는 등의 열띤 반응을 보였다.

KBO가 발표한 ABS 관련 운영 개요 및 시행세칙에 따르면 스트라이크 존 설정은 '홈 플레이트 중간 면과 끝면 두 곳'에서 상하 높이 기준을 충족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 상단은 선수 신장의 56.35%를 적용하며 하단은 선수 신장의 27.64%를 적용한다. 이에 신장 180cm 선수를 예로 들면 상단은 101.43cm, 하단은 49.75cm를 적용하게 되는 것이다. 타격 자세는 따로 고려하지 않는다. 타격 자세에 따라 스트라이크 존이 달라지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스파이크의 높이 역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신장은 맨발 기준으로 측정할 예정이다.

이민호 KBO 심판위원이 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의 경기에서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이어폰을 착용한 채 경기에 나서고 있다.
이민호 KBO 심판위원이 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의 경기에서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이어폰을 착용한 채 경기에 나서고 있다.
한편 KBO는 지난해 볼·스트라이크 판정 데이터를 공개한 뒤 ABS 도입에 따른 기대 효과를 설명했다. KBO에 따르면 한 경기당 평균 투구 수는 양 팀 합쳐서 약 300개였다. 이 중 타격과 파울 등의 상황을 제외하면 심판이 볼·스트라이크를 판정한 횟수는 166개였다. 이 중 PTS(피치 트래킹시스템)와 심판의 판정이 일치하지 않은 건 약 14.4개였다. PTS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는데, 심판이 볼 판정을 내린 경우는 약 7개였다. 반대로 PTS가 볼 판정을 내렸는데, 심판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한 건 7.4개였다.

KBO는 "2024시즌 적용될 ABS의 좌우 기준은 홈 플레이트 양 사이드를 2cm씩 확대해 적용한다. 이 같은 설정은 규칙상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ABS의 정확한 판정으로 볼넷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존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현장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심판과 선수단이 인식하고 있는 기존의 스트라이크 존과 최대한 유사한 존을 구현하기 위한 조정"이라면서 "MLB 사무국이 마이너리그에서 ABS를 운영할 때 양 사이드 2.5cm씩 확대 운영한 사례 등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하단 기준은 홈 플레이트의 중간 면과 끝면 두 곳에서 공이 상하 높이 기준을 충족하여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 포수 포구 위치, 방식 등에 상관없이 좌우, 상하 기준을 충족하여 통과했는지 여부에 따라 스트라이크가 판정된다"고 강조했다.
2024 ABS 스트라이크 존 기준. /그래픽=KBO 제공
2024 ABS 스트라이크 존 기준. /그래픽=KBO 제공
2024 ABS 스트라이크 존 기준. /그래픽=KBO 제공
2024 ABS 스트라이크 존 기준. /그래픽=KBO 제공
ABS 운영 개요도. /사진=KBO 제공
ABS 운영 개요도. /사진=KBO 제공



수원=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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