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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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화이트삭스 투수 에릭 페디. |
지난해 KBO 리그를 평정한 뒤 메이저리그로 복귀한 에릭 페디(31·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단숨에 1선발로 입지를 다질 전망이다.
페디는 1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아메리칸 패밀리 필즈 오브 피닉스에서 펼쳐진 밀워키 브루어스와 2024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캑터스리그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 4이닝 동안 7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무4사구 3실점(3자책)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는 페디의 올해 세 번째 시범경기였다. 페디는 3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5.00을 마크했다. 총 9이닝 동안 13피안타(1피홈런) 5실점(5자책) 1몸에 맞는 볼 2볼넷 4탈삼진 피안타율 0.382,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67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1회초 2점을 선취한 가운데, 페디는 1회말 마운드를 밟아 살 프렐릭을 상대했다. 그러나 우전 안타를 허용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이어 후속 윌리엄 콘트레라스 타석 때 프렐릭의 2루 도루를 저지하며 주자가 사라졌다. 계속해서 페디는 콘트레라스를 유격수 앞 땅볼로 유도한 뒤 개리 산체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1회를 실점 없이 마무리 지었다.
페디의 투구에 이어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2회에만 5점을 올리며 7-0까지 달아났다. 공교롭게도 홈런 3방이 터졌다. 선두타자 라파엘 오르테가가 솔로포, 코레이 리가 투런포, 앤드류 본이 역시 투런포를 터트리며 7-0을 만들었다.
페디는 7점 차의 리드를 등에 업은 가운데, 2회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페디는 2회 실점하며 고전했다. 선두타자 타일러 블랙에게 좌전 안타, 조이 비머에게 좌전 안타를 각각 허용하며 순식간에 무사 1, 3루 위기에 몰렸다. 이어 앤드루 모나스테리오를 3루 땅볼로 유도했으나, 이 사이 3루 주자였던 타일러 블랙이 득점에 성공하며 팀에 첫 점수를 안겼다. 계속된 1사 1루에서 오웬 밀러를 3루 땅볼로 아웃시킨 페디. 2아웃. 그러나 브루어 히클렌에게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얻어맞으며 점수는 7-3, 4점 차가 됐다. 페디의 시범경기 첫 피홈런이었다. 흔들린 페디는 루이스 라라에게 중전 안타를 얻어맞으며 또 위기를 맞이하는 듯했으나, 2루 도루를 포수 코레이 리가 저지하며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3회초에도 3점을 추가하며 10-3까지 도망갔다. 그리고 3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페디. 이번 이닝은 좋았다. 선두타자 살 프렐릭을 중견수 뜬공으로 유도한 뒤 윌리엄 콘트레라스에게 중전 안타를 내줬다. 하지만 개리 산체스를 중견수 직선타, 타일러 블랙을 유격수 앞 땅볼로 각각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어 4회에도 페디는 무실점 투구를 해냈다. 선두타자 조이 비머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으나, 후속 앤드루 모나스테리오를 유격수 앞 병살타로 솎아냈다. 이어 오웬 밀러마저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이날 자신의 투구를 모두 마쳤다.
그런데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큰 변수가 발생했다. 미국 매체 ESPN은 14일 소식통을 인용,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트레이드에 합의했다"면서 "선발 투수인 딜런 시즈가 샌디에이고로 향한다"고 보도했다. ESPN과 MLB.com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시즈가 떠나는 대신,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우완 드류 소프를 포함해 유망주 4명을 영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즈는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대표하는 1선발이었다. 2019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뒤 2021시즌과 2022시즌에는 2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따냈다. 2022시즌에는 14승 8패 평균자책점 2.20으로 맹활약하며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최정상급 투수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그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올해 시범경기에서도 3차례 등판, 8⅓이닝 동안 2실점만 기록하면서 14개의 삼진을 뽑아냈다. 그런데 이런 시즈가 떠나면서 페디가 당장 1선발로 격상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페디를 비롯해 마이클 코펙, 마이클 소로카, 크리스 플렉센으로 이어지는 1~4선발 자원이 있으며, 5선발은 가렛 크로셋이 맡을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페디로서는 메이저리그에 복귀하자마자 중책을 맡게 된 셈이다. 이대로라면 영광의 메이저리그 개막전에 선발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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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페디의 아버지 스캇 페디, 임선남 NC 다이노스 단장, 페디, 통역 한동희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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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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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디의 아버지 스캇 페디(왼쪽)와 페디. /사진=뉴스1 |
페디는 지난 시즌 KBO 리그를 평정한 뒤 미국 메이저리그로 복귀했다. 페디는 지난 시즌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20승 6패(승률 0.769) 평균자책점 2.00의 성적을 올렸다. 아쉽대 1점대 평균자책점을 놓친 페디는 총 180⅓이닝 동안 투구하면서 137피안타(9피홈런) 35볼넷 209탈삼진 46실점(40자책)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95, 피안타율은 0.207.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하) 투구는 21차례 성공했다.
이런 맹활약을 바탕으로 평균자책점과 다승 및 탈삼진(209탈삼진) 부문을 모두 석권하며 대망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20승과 2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한 건 1986년 선동열(해태) 이후 37년 만이었는데, 외국인 투수로는 최초의 역사를 쓴 페디였다. 이전까지 투수 트리플크라운은 선동열(1986·1989·1990·1991년)과 류현진(2006년), 윤석민(2011년)만 달성한 기록이었다. 결국 페디는 평균자책점과 다승, 탈삼진 타이틀상을 비롯해 올해 신설된 투수 부문 수비상 MVP 트로피까지 품에 안았다.
그리고 2024시즌을 앞두고 페디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으며 빅리그에 복귀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페디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총액 1500만 달러(한화 약 196억 9000만원)의 계약을 맺었다. 한국서 단 13억원의 연봉을 받았던 페디의 대반전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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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화이트삭스 투수 에릭 페디.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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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화이트삭스 투수 에릭 페디. /AFPBBNews=뉴스1 |
사실 페디는 한국 무대를 밟기 전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었다. 네바다 주립대학교를 졸업한 페디는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8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의 지명을 받았다. 2017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페디는 빅리그 통산 102경기(선발 88경기)에 출장해 21승 33패 평균자책점 5.41의 성적을 거뒀다. 총 454⅓이닝을 소화했다. 특히 2019시즌 워싱턴 내셔널스가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때 5선발로 뛰었다.
MLB.com은 메이저리그 복귀 당시 페디에 대해 "빅리그에서 압도적이지 못한 6년(2017시즌~2022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자신의 재능을 KBO 리그로 가져갔고, KBO 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가 됐다"면서 한국에서 거둔 성적을 설명했다. 이어 MLB.com은 페디의 성적을 전하면서 "한국에서 사이영상과 같은 최동원상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페디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뛰고 있는 메릴 켈리의 최근 성공을 따라 밟기를 기대하고 있다. 페디는 마이클 코펙, 마이클 소로카와 함께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계획이다. 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돌아온 5명 중 한 명인 좌완 재러드 슈스터와 우완 닉 나스트리니 역시 선발진 후보"라고 했다. 크리스 게츠 시카고 화이트삭스 단장은 "우리는 선발 로테이션에 다양한 선발 자원을 추가하려 한다. 확실히 선발 자원은 뎁스가 두텁지 않은 편"이라면서 페디를 영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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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시절 에릭 페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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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시절 에릭 페디.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
계속해서 MLB.com은 "MLB 파이프라인에 따르면 페디는 2016년과 2017년 톱 100 안에 드는 유망주였다. 그러나 부상으로 인해 140이닝을 넘긴 시즌이 없었다. 또 6시즌 동안 단 한 번도 평균자책점을 4.29 아래로 떨어트린 적이 없다. 2022시즌에는 워싱턴 소속으로 27경기에 선발 등판, 평균자책점 5.81을 기록했다. 127이닝 동안 98탈삼진, 58볼넷, 12피홈런을 마크했다"고 전했다. 이어 "KBO에서 페디는 29.5%의 탈삼진율을 기록,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의 탈삼진율(17.5%) 기록을 뛰어넘었다. 또 KBO 리그에서 4.9%의 볼넷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이 기록했던 볼넷률(9.5%)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였다. 또 땅볼 유도 비율은 70%로 굉장히 뛰어나다"면서 일취월장한 모습을 기록으로 상세하게 소개했다.
앞서 메이저리그 이적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MLB 트레이드 루머스는 "대체로 타자 친화적인 다른 리그에서 빼어난 경기력은 메이저리그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또 페디는 자신의 투구 패턴을 전면적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it seems he overhauled his pitch mix)"고 했다. 페디는 워싱턴 포스트에서 워싱턴 내셔널스 담당을 맡고 있는 제시 도허티 기자와 인터뷰에서 "슬라이더에 수평적인 움직임을 더욱 많이 가미했으며, 체인지업의 그립을 수정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올 시즌 KBO 리그에서 위력적인 구종 가치를 보였던 스위퍼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시범경기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시즈가 떠나면서 결국 1선발 자리를 맡을 것으로 보이는 페디. 과연 그가 2024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역수출 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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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화이트삭스 투수 에릭 페디. |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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