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요즘 프로야구 현장에선 ‘돌아온 괴물 투수’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을 빼놓고선 대화가 되지 않는다. 통산 152승의 최고 잠수함 투수 출신 이강철 KT 위즈 감독도 지난 14일 대전 한화전 시범경기를 앞두고 류현진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면서 “그냥 구석으로만 던지더라”며 그의 칼같은 제구력을 칭찬했다.
류현진은 지난 12일 대전 KIA전 시범경기에 선발등판, 4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날 수원 SSG전 시범경기를 마친 뒤 류현진의 투구 영상을 본 이강철 감독은 4회 소크라테스 브리토 상대로 1~3구 모두 바깥쪽 보더라인에 걸친 3구 삼진을 두고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가 아니라 심판이 봐도 다 스트라이크를 줄 만했다”며 감탄했다.
이어 이 감독은 “바깥쪽 커터가 좋더라. 다른 투수들과 다르게 커터를 (원하는 곳으로) 일정하게 던진다. 제구가 너무 일정해서 졸릴 정도였다. (제구가) 왔다 갔다 해야 정신이 사나운데 볼이 너무 일정하니…”라는 재미있는 표현으로 류현진을 치켜세웠다.
이 감독 눈에 확 들어온 류현진의 공은 커터였다. 한국에 있을 때만 해도 던지지 않던 공이라 새로워 보였다. 2015~2016년 LA 다저스 시절 어깨 관절와순 수술과 팔꿈치 관절경 수술을 받고 오랜 시간 재활한 류현진이 재기를 위해 준비한 것이 바로 커터였다.
2015년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 수상자인 댈러스 카이클의 주무기 커터를 영상으로 보고 연습해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2017년부터 커터를 장착해 적극 활용하면서 새로운 핵심 구종으로 썼다. 좌우 타자를 구분하지 않고 바깥쪽 보더라인 끝에 걸치는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다. 12일 KIA전에도 총 투구수 62개로 직구(29개), 체인지업(12개), 커브(11개), 커터(10개)를 던졌는데 카운트를 잡고 범타를 유도하는 데 커터가 효과적이었다.
당시 3루 덕아웃에서 류현진의 투구를 지켜본 이범호 KIA 감독도 14일 잠실 두산전 시범경기를 앞두고 “여전히 제구가 좋더라. 구속도 미국 시절보다 더 좋아졌다. 148km가 나왔다는 것은 100% 몸 상태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경계가 된다”며 “타자들은 구속보다 제구 좋은 투수의 공을 더 치기 힘들어한다. 4개 구종의 제구가 완벽하다. 이날 다 보여주진 않았겠지만 아마 시즌 때 비슷하게 던질 것이다. 분석을 해야 할 것 같다”고 경계심을 표했다.
이범호 감독 말대로 류현진의 구속 상승도 눈에 띄었다. 직구 구속이 최고 148km, 평균 144km까지 나왔다. 5일 전 자체 평가전에서 던진 최고 143km보다 훨씬 빨랐다. 팔꿈치 토미 존 수술 이후 재활을 거친 류현진은 지난해 8월 메이저리그 복귀 후 직구 평균 구속이 88.6마일로 약 142.6km였다. 최고 구속은 91.1마일(146.6km)이었는데 올해는 벌써 더 빠른 공을 던지고 있다. 2월 중순까지 FA 신분으로 개인 운동을 했지만 그만큼 몸을 잘 만들었다.
적장들의 부러움 섞인 류현진 찬사 속에 최원호 한화 감독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난다. 최원호 감독은 14일 KT전을 앞두고 류현진의 12일 투구에 대해 “제구도 좋았지만 구속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나왔다. 시즌 들어가면 140km대 중반으로 올라오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시범경기에서 그렇게 구속이 올라갈 줄 몰랐다. (12일 관중) 3500명 앞에서 그 정도 던졌으니 3만명 앞에선 얼마나 더 빨라질지 모르겠다”고 웃으며 개막전을 기대했다.
류현진의 제구에도 감탄했다. 최 감독은 “나도 투수 출신인데 처음 왔을 때 투구하는 것을 보며 남다르다는 걸 느꼈다. 그동안 (메이저리그) TV 중계로만 봤지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진짜 제구가 좋더라. 감각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하는 것이 제구력인데 클래스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렇게 차원이 다른 투수를 최 감독은 최대한 아껴 쓰려 한다. 류현진을 향한 기대치가 커질수록 자칫 오버워크가 걸릴 수 있다. 최 감독은 “개막전부터 투구수 100구는 안 될 것이다. 수술과 재활을 해서 지난해 후반기 돌아왔고, 이후 제대로 된 시즌은 올해가 처음이다. 나이도 있고, 4월까지는 100구 안쪽으로 끊으려 한다. 그 이후에는 상태를 봐야겠지만 100구가 넘어가는 시점 마지막 타자 정도로 끊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시즌 전체) 30경기 던지려면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현진은 오는 17일 사직 롯데전 시범경기에서 투구수를 80구로 늘려 최종 점검을 할 예정이다. 당초 이날 오전 부산 지역에 비 예보가 있어 취소 가능성이 떠올랐지만 점점 비가 없는 것으로 예보가 바뀌고 있다. 이날 등판을 예정대로 소화하면 류현진은 5일 휴식을 갖고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에 정상 등판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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