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후광 기자] 하필이면 FA 계약 첫해를 준비하던 도중 손가락에 예상치 못한 부상이 찾아왔다. 두산 베어스 트레이드 복덩이의 강속구를 개막시리즈부터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프로야구 두산 이승엽 감독은 지난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필승조 홍건희의 개막 엔트리 합류 전망을 어둡게 바라봤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홍건희는 2차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미야자키에서 훈련 도중 우측 검지에 불편함을 느꼈고, 검진 결과 염좌 소견을 받았다. 통증은 경미했지만 온전치 않은 몸 상태에 훈련이 지연되며 지난 11일이 돼서야 라이브피칭 24구를 소화했다. 개막이 열흘도 남지 않은 가운데 홍건희가 개막 엔트리에 합류해 뒷문을 지킬 가능성은 낮다.
이 감독은 “홍건희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확실한 몸이 돼야 한다. 선수에게 시간을 맡기려고 한다”라며 “개막이 열흘 안쪽으로 다가왔는데 조금 더 실전경기를 하고 올라와야하지 않을까 싶다. 급하기보다 천천히 준비시키려고 한다. 투수코치와 꾸준히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라고 홍건희의 정확한 몸 상태를 전했다.
홍건희는 지난 1월 25일 원소속팀 두산과 2+2년 최대 24억5000만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총액 21억 원, 인센티브 5000만 원)에 생애 첫 FA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데뷔 첫 FA 권리를 행사할 때만 해도 설렘과 희망이 가득했지만 11월 30일 첫 만남을 시작으로 구단과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며 협상이 난항에 난항을 거듭했다. 에이전시까지 교체한 홍건희는 스프링캠프 출국을 불과 나흘 앞두고 최종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홍건희의 계약 조건은 다소 독특한 구조다. 두산에서 첫 2년 동안 최대 9억5000만 원(인센티브 포함)을 받으며, 2년 계약 만료 후 두산 잔류를 선언하면 2년 15억 원의 연장 계약이 자동적으로 이뤄지고, 그렇지 않을 경우 자유로운 신분으로 다시 시장에 나오게 된다.
홍건희는 스프링캠프 출국에 앞서 “준비를 잘해서 한 번 더 기회가 오면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 작년 보직변경에 대한 아쉬움도 많았다. 다시 마무리 자리를 차지해서 잘 지켜내고 싶은 마음과 목표가 있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지만 불행하게도 개막 엔트리 합류가 어려워졌다. 뒤늦게 FA 계약을 하며 1차 스프링캠프 때부터 페이스가 조금 더뎠는데 2차 캠프에서 경미한 부상이 찾아왔다.
홍건희의 낙마로 두산의 시범경기 마무리 경쟁은 정철원과 '전체 2순위 신인' 김택연의 2파전으로 좁혀진 상황이다.
화순고를 나와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IA 2라운드 9순위 지명된 홍건희는 2020년 6월 류지혁과의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으로 이적해 인생을 바꿨다. KIA에서 강속구를 보유하고도 제구 난조로 인해 방황을 거듭했던 그는 두산 이적과 함께 제구가 되는 강속구를 힘차게 뿌리며 리그 정상급 뒷문 요원으로 거듭났다.
2011년 프로 데뷔 후 트레이드 전까지 약 10년 동안 347이닝을 담당한 홍건희는 두산 이적 후 지난해까지 불과 4시즌 만에 254⅔이닝을 달성했다. 2020시즌 68⅔이닝을 시작으로 2021년 74⅓이닝, 2022년 62이닝, 2023년 61⅔이닝을 소화하며 두산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이 기간 12승 44세이브 39홀드를 수확했다.
한편 최근 2년 연속 75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1군이 아닌 2군 스프링캠프로 향했던 김명신은 다행히 빠르게 상태를 회복, 14일 KIA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1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다소 흔들렸지만 개막 엔트리 합류는 문제없을 전망이다.
이 감독은 “워낙 제구가 좋고 경험이 많아 잘 준비했을 거라고 본다. 시범경기를 하면서 시즌을 같이 시작해야하지 않나 싶다. 본인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라고 반색했다.
2024시즌 4선발로 낙점됐다가 팔꿈치 부상으로 낙마한 최승용의 근황도 들을 수 있었다. 이 감독은 “다음 주 검진 예정이다. 그 전까지는 나머지 운동을 한다. 검진 결과를 보고 다시 스케줄을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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