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후광 기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특급 신인투수 김택연(19)이 홈구장인 잠실구장마저 접수했다. 이날도 9회 마운드에 올라 1점의 리드를 완벽하게 지켜내며 이승엽 감독의 행복한 고민을 가중시켰다.
김택연은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범경기에 마무리투수로 나서 1이닝 1탈삼진 무실점 12구 완벽투로 두 번째 세이브를 신고했다.
김택연은 5-4로 근소하게 앞선 9회 홈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마운드에 올랐다. 19세 신인투수의 잠실구장 데뷔전이었다.
김택연은 공 2개로 첫 타자 박정우를 손쉽게 2루수 땅볼 처리했다. 이후 최형우의 대타로 나선 김석환을 만나 1B-1S에서 3구째 직구를 던져 좌익수 뜬공을 유도했다. 박정우, 김석환에게 던진 5개의 공이 모두 직구였다.
압권은 마지막 승부였다. 10년 전 201안타를 치며 정규시즌 MVP를 거머쥔 서건창을 루킹 삼진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 볼 3개를 연달아 던지며 불리한 카운트에 처했으나 연속 파울에 이어 7구째 스트라이크를 던져 삼진을 잡아냈다. 몸쪽 낮은 코스에 꽉 찬 직구를 꽂으며 경기 종료를 알렸다.
김택연은 경기 후 “많은 홈팬들 앞에서 처음 던져봤다. 기대도 됐고 설렘도 컸다”라며 “1이닝 동안 잘 막았다고 생각한다. 홈팬들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런 거 같아서 좋았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베테랑 서건창을 삼진 처리한 소감도 들을 수 있었다. 김택연은 “불리한 카운트라서 떨리기도 했는데 낮은 존을 잘 이용했다. 계속 낮은 공을 잘 안 잡아줘서 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다행히 들어왔다. AI가 도와줬다”라고 밝혔다.
인천고를 나와 2024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1라운드 2순위로 지명된 김택연은 최고 150km 초반대의 포심패스트볼을 구사하는 우완 파이어볼러다. 구속과 함께 안정적인 제구력까지 갖췄다는 평가. 지난해 아마추어 무대에서 13경기 64⅓이닝 동안 7승 1패 평균자책점 1.13 97탈삼진 WHIP 0.66의 압도적 투구를 선보였고, U-18 야구 월드컵에서 8일 동안 5연투 247구를 던지는 투혼을 펼치며 한국 청소년대표팀의 동메달을 견인했다.
투혼보다 혹사 논란으로 주목받은 김택연은 두산 구단의 철저한 관리 속 팔꿈치 및 어깨 회복에 집중했다. 다행히 빠르게 상태가 회복됐고, 동기 전다민(외야수, 6라운드 지명)과 함께 호주 시드니 1군 스프링캠프로 향해 데뷔 시즌을 준비했다. 연습경기 위주로 진행된 일본 미야자키 2차 스프링캠프에서 남다른 구위와 배짱을 선보인 그는 2024년 스프링캠프 MVP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김택연은 현재 기존 마무리 정철원과 2024시즌 클로저 보직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김택연이 9일 이천 키움전 1이닝 무실점, 11일 사직 롯데전 1이닝 무실점(세이브), 이날 KIA전 1이닝 무실점(세이브) 호투를 선보였고, 정철원도 이에 뒤질 세라 10일 이천 키움전 1이닝 무실점(세이브), 14일 잠실 KIA전 1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김택연은 “잘 던지는 선수가 마무리를 비롯해 좋은 보직을 맡아야 한다. (정)철원이 형도 워낙 잘 던지고 있다”라며 “마무리 욕심보다는 팀이 우선이다. 팀 상황에 맞추는 걸 1번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경쟁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한편 두산은 김택연의 완벽 마무리에 힘입어 KIA를 5-4로 잡고 시범경기 5전 전승 행진을 달렸다. 선발 최원준이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1실점을 남겼고, 3-4로 끌려가던 7회 장승현이 동점 적시타, 전민재가 깜짝 역전 솔로홈런을 때려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경기 후 “선발투수 최원준이 자신의 역할을 다해줬다. 1점차 상황에 처음으로 잠실 홈팬들 앞에 선 김택연도 자신의 공을 잘 던졌다”라며 “타선에서는 라모스가 타석에서 조금씩 결과를 내는 점이 고무적이다. 시범경기이지만 전민재의 1군 첫 홈런도 축하한다. 이 기세를 정규시즌에도 이어주길 바란다”라고 경기를 총평했다.
그러면서 “이틀 연속 많은 팬분들께서 잠실구장을 찾아와주셨는데 좋은 경기로 보답할 수 있어 만족한다. 늘 감사드린다”라고 팬들을 향한 마음을 덧붙였다.
잠실구장은 평일 시범경기임에도 무려 6500명의 관중이 입장해 경기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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