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후광 기자]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해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소속 내야수 전민재(25)는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범경기에 교체 출전해 영웅이 됐다.
선발 제외된 전민재는 3-1로 앞선 6회초 1루수 양석환의 대수비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전민재는 2루수, 앞서 5회말 2루수 강승호의 대타로 출전한 김민혁이 1루수 위치에 섰다.
두산은 6회초 박찬호, 최원준의 안타로 처한 2사 1, 2루 위기에서 소크라테스 브리토 상대 3점홈런을 맞으며 3-4 역전을 허용했다. 이후 6회말 선두 허경민이 사구 출루했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두산은 7회말 반격에 나섰다. 선두 조수행이 안타와 도루로 득점권에 위치한 가운데 장승현이 1타점 동점 적시타를 때려낸 것. 그러나 장승현의 도루 실패와 대타 박준영의 헛스윙 삼진으로 금세 기세가 가라앉았다.
영웅은 그 때 탄생했다. 첫 타석을 맞이한 전민재가 KIA 좌완 최지민의 초구 볼을 지켜본 뒤 2구째 가운데 직구(146km)를 받아쳐 좌월 역전 솔로홈런으로 연결한 것이다.
전민재는 대전고를 나와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2차 4라운드 40순위 지명된 백업 내야수로, 이날 전까지 6년째 1군 홈런이 없었고, 퓨처스리그 또한 통산 홈런 6개가 전부였다. 그런 그가 벼락같은 홈런을 쏘아 올리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시범경기이지만 전민재의 1군 첫 홈런을 축하한다. 이 기세를 정규시즌에도 이어주길 바란다”라고 칭찬했다.
경기 후 만난 전민재는 “1군에서 첫 홈런이다. 최근 홈런이 언제 나왔는지 기억도 안 난다. 오랜만이다”라며 “목표가 잠실에서 홈런을 쳐보는 거였는데 오늘 나올 줄은 몰랐다”라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첫 홈런 소감을 전했다.
전민재가 홈런을 친 투수는 KIA가 배출한 국가대표 좌완 필승조 최지민이었다. 그는 “빠른 공 하나 노리고 쳤다. 초구를 보고 공이 너무 빨라서 포인트를 앞에 두고 쳤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며 “1루를 밟고 2루 갈 때까지 몰랐는데 3루심 홈런 시그널 보고 그 때 홈런인 줄 알았다. 내가 잠실을 돌고 있어서 어색했다”라고 말했다.
전민재는 지난 2018년 곽빈, 정철원 등과 함께 두산 지명을 받은 내야 유망주였다. 그러나 두산의 탄탄한 내야진을 뚫지 못하며 지난해까지 통산 77경기 타율 2할8푼4리 21안타 5타점 3도루 17득점을 남긴 게 전부였다. 전민재는 올해도 1군이 아닌 2군 스프링캠프로 향해 시즌을 준비했고, 14일이 돼서야 이승엽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전민재는 “어제(14일) 2군에서 늦게 합류했는데 계속 준비를 잘해왔던 게 조금씩 나오는 거 같아서 좋다. 개막을 아직 안 했지만 그 전까지 열심히 해서 엔트리에 드는 게 목표다”라고 밝혔다.
비록 시범경기이지만 1군 첫 홈런을 발판 삼아 올해는 두산 팬들에게 이름을 조금은 알리고 싶다. 전민재는 “1순위 목표는 부상을 안 당하는 것이다. 다치지 않고 계속 하다보면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1군에서도 담장을 넘기는 그날을 꿈꿨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