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고척=김우종 기자]

LG 임찬규가 18일 샌디에이고 타자들을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지난해 KBO 리그에서 토종 투수로는 최다승을 올렸던 임찬규(32·LG 트윈스)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강타선을 상대로 씩씩하게 자신의 공을 뿌렸다. 특히 체인지업이 압도적이었다.

임찬규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MLB 월드 투어 서울 시리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스페셜 매치로 치러진 연습 경기에서 5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7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호투했다.

그동안 LG의 샌디에이고전 선발로 누가 나설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이에 사령탑인 염경엽 LG 감독은 "외국인 투수보다는 그래도 토종 투수가 나가는 게 낫지 않겠나. 야구에서 선발 투수는 상징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염 감독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임찬규의 커브를 보면 너무 느려서 치지 못할 것"이라는 농담을 하면서도 "그러다가 속구를 던지면 155km처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선전을 기원했다. 이런 사령탑의 기대에 임찬규도 "다 오스틴 딘(LG 트윈스)이라 생각하고 던지겠다. 메이저리그에서 제 느린 공이 신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이런 느린 공을 봐야 한다"며 특유의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고 이날 임찬규는 패기와 관록 넘치는 투구를 보여줬다. 홈런 하나를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매우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줬는데, 하필 홈런을 허용한 타자가 같은 한국 사람인 샌디에이고의 '하성킴' 김하성이어서 의미가 남달랐다고 할 수 있겠다.

임찬규는 1회부터 삼진 3개로 'KKK' 쾌투를 펼치며 좋은 출발을 했다. 임찬규는 선두타자 잰더 보가츠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제이크 크로넨워스 역시 각각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에서 뿌린 결정구는 모두 임찬규의 장기인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이었다.

그렇지만 임찬규는 2회 위기를 맞이했다. 매니 마차도를 상대로 포심 패스트볼을 뿌렸으나 3루수 옆으로 빠져나가는 타구로 연결되면서 2루타가 되고 말았다. 다음 타자는 김하성. 임찬규는 볼 카운트 1-2에서 6구째 회심의 체인지업을 던졌다. 그런데 이 공을 김하성이 제대로 공략하며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투런포로 연결했다.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임찬규를 상대로 홈런을 ‹š려내는 순간. /사진=뉴스1

LG 임찬규가 18일 샌디에이고 타자들을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렇다면 KBO 리그에서 김하성과 임찬규의 상대 전적은 어땠을까. 김하성이 임찬규를 상대해 타율 0.353(17타수 6안타) 1홈런 6타점으로 강했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천적에게 홈런포를 허용한 셈이다.

그래도 임찬규는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투구를 계속해서 이어 나갔다. 임찬규는 주릭슨 프로파를 2루수 뜬공으로 잡은 뒤 에구이 로사리오와 카일 히가시오카를 연속 삼진으로 처리하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에도 결정구는 모두 체인지업이었다.

3회에도 임찬규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났다. 3회 선두타자 잭슨 메릴을 땅볼로 유도한 뒤 보가츠를 뜬공으로 아웃시켰다. 2아웃. 그렇지만 타티스 주니어에게 중전 안타, 크로넨워스에 연속 볼넷을 각각 내줬다. 2사 1, 2루 위기. 하지만 다음 타자 마차도를 3루 땅볼로 유도했고, 이 타구를 3루수 문보경이 잡은 뒤 1루로 정확하게 뿌리며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계속해서 팀이 1-2로 뒤진 4회초. 임찬규가 선두타자로 다시 마주한 타자는 김하성이었다. 그리고 이번 매치업의 승자는 임찬규였다. 임찬규는 볼카운트 1-2에서 5구째 87.8마일(약 141km)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며 김하성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계속해서 2사 후에는 로사리오가 좌중간 펜스 상단을 직접 때리는 2루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히가시오카를 유격수 땅볼로 아웃시키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책임졌다. 5회 역시 삼진 1개 포함, 삼자 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결국 임찬규는 6회부터 마운드를 정우영에게 넘겼다. 이날 임찬규는 탈삼진 7개를 기록했는데, 그중 5개의 결정구가 체인지업이었다. 샌디에이고 타자들은 임찬규의 완급 조절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임찬규는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선 이렇게 좋은 친선 경기를 펼치게 돼 정말 영광이다. 이렇게 MLB와 샌디에이고 그리고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해주신 감독님께도 너무 감사하다.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일들이 더 자주 생기고 많아져서, 한국 야구와 미국 야구가 세계적으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좋은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변화구로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을 요리한 것에 대해 "우선 저의 체인지업이나 커브와 같은 변화구로 미국 타자들과 승부를 겨뤄보고 싶었다. 결과가 일단 좋아서 기분이 좋다. 세계 최고의 타자들인 만큼 실투를 던지지 않겠다는 느낌을 갖고 던졌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우선은 (상대 타자 입장에서는 생소하기 때문에 좀 더 타자들이 중심에 잘 맞히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김)하성이에게 홈런을 내준 공은 실투였다. 그만큼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상대로 던지는 데 있어서 실투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그 이후에는 코너와 핀포인트를 보면서 던졌던 게 오히려 더욱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임찬규(오른쪽)와 오스틴. /사진=뉴스1

LG 임찬규가 18일 샌디에이고 타자들을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사진=뉴스1

LG 트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임찬규는 지난해 30경기에 등판해 14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42로 커리어 하이 성적을 냈다. 총 144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142피안타(10피홈런) 54볼넷 103탈삼진 63실점(55자책)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35, 피안타율은 0.252. 2018년 개인 최다승(11승) 및 2021년 개인 최저 평균자책점(3.87)보다 모두 좋은 성적을 거뒀다. 결국 2023 KBO 리그 토종 최다승 투수로 등극한 임찬규는 KBO 리그 전체 승률 2위, 다승 3위, 평균자책점 9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에는 뜨거운 눈물을 쏟기도 했다. 2023 시즌이 끝난 뒤에는 또 다른 기쁨이 찾아왔다. 바로 FA(프리에이전트) 계약. 임찬규는 지난해 12월 LG 트윈스와 계약기간 4년 총액 50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20억원, 인센티브 24억원)에 도장을 찍으며 FA 잭폿을 터트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팀을 대표해 선발 등판하는 영광을 안았다.

임찬규는 경기를 앞두고 했던 이미지 트레이닝에 관해 "속담에 빗대어 말씀드리면 개구리가 황소처럼 보이기 위해 몸을 부풀리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개구리로서 던지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전에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영상들보다 전날(17일) 팀 코리아와 다저스가 치렀던 경기를 봤다. 원태인과 문동주가 던지는 것을 보면서 조금 느끼는 바가 있었다. 또 LA 다저스와 키움 히어로즈전도 봤다. 역시나 김하성을 비롯해 핀포인트로 가지 않는 공들은 용서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핀포인트 제구를 하면서도, KBO 리그 시즌에 돌입하면 이런 느낌으로 던지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저는 일단 선발로 나갔을 때, 국내 투수들이 나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가 제게 있어서 가장 컸던 것 같다. 우리 팀은 우승팀이었다. 거기서 선발로 뛰면서 느꼈던 바를 오늘 꼭 던지면서 확인하고 싶었다. 저희보다 실력으로 한참 위에 있는 선수들이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치자는 마음을 먹고 던졌다. 또 5~6이닝을 던지자는 것보다, 우리 팀은 공 하나와 플레이 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분위기다. 시즌 개막 전에 좋은 경험을 했던 것 같다. 준비가 잘 된 것 같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LG 임찬규가 18일 샌디에이고 타자들을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사진=뉴스1

LG 임찬규가 18일 샌디에이고 타자들을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고척=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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