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게 하나 없다'' ML 찬사+전설의 극찬, 두산 19세 복덩이→개막 엔트리 합류
입력 : 2024.03.2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소공동(서울)=안호근 기자]
두산 신인 투수 김택연이 지난 3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연습경기에서 투구 도중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두산 신인 투수 김택연이 지난 3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연습경기에서 투구 도중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떨어지는 게 하나 없다, 틀림없이 신인왕."

두산 베어스가 수년간 꿈꿔왔던 신인이 당당히 개막전을 준비하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강타자들을 상대로도 당당히 쾌투를 펼쳤던 김택연(19)이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김택연 얘기만 나오면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김택연은 23일 오후 2시 창원 NC파크에서 열리는 NC 다이노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김택연을 포함해 총 13명의 신인이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김택연은 그 중에서도 단연 빛난다.

인천고 출신의 김택연은 지난해 9월 열린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의 지명을 받았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르며 신인 드래프트에서 후순위에 머물렀던 두산은 전체 지명권 2순위를 김택연에게 행사했다. 고교 시절부터 '두택연(두산+김택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상 가능했던 픽이다. 그만큼 두산은 진작부터 김택연의 진가를 알아보고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전체 1순위는 황준서(한화 이글스)였지만 지난해 고교 투수 중 최고의 완성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은 건 김택연이었다. 지난해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선 결승전까지 5일 연속 마운드에 오르는 투혼을 발휘하며 팀에 동메달을 안겼다.

이후 두산은 김택연 특별관리에 돌입했다. 마무리캠프는 물론이고 비활동기간에도 가급적 공을 던지지 않도록 했다. 두산에서 7,8년 이상 마운드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야 할 투수이기에 조급하게 가지 않기로 한 것이다.
두산 베어스 신인 투수 김택연(오른쪽)이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고 김태룡 단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신인 투수 김택연(오른쪽)이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고 김태룡 단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스프링캠프 때부터 그를 향한 평가가 남달랐다. 공을 받아 본 포수들은 물론이고 지켜보던 이들까지도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투구였다.

시범경기에서 그러한 평가가 괜한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3경기 3이닝 동안 승패 없이 2세이브 평균자책점(ERA) 0을 기록했다. 피안타는 단 하나도 없었고 볼넷만 단 하나 기록했고 삼진은 4개나 잡아냈다. 시속 150㎞를 웃도는 묵직한 속구와 완성도 높은 변화구에 선배 타자들의 방망이는 연신 헛돌았다.

압권은 지난 1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펼쳐진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LA 다저스와 스페셜 매치였다. ⅔이닝만 투구했지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제임스 아웃맨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감탄을 자아냈다.

6회말 팀 코리아의 4번째 투수로 나선 김택연은 에르난데스와 2연속 헛스윙을 유도했고 5구몸쪽으로 붙는 시속 151㎞ 포심 패스트볼로 삼진을 잡아냈다.

다음 타자는 아웃맨을 상대로는 3-0으로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으나 4구째 한 가운데로 공을 꽂아넣더니 5구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유도했고 풀카운트에서 한복판 빠른 공을 꽂아 다시 한 번 삼진을 낚았다.

경기 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한국 대표팀에 빠른 볼을 뿌리는 인상적인 우완 투수가 있었다"며 "아웃맨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91~92마일 정도 되는 공이 실제로는 95~96마일의 공으로 느껴졌다고 하더라. 좋은 어깨와 함께 팔을 정말 잘 쓰는 투수"라고 극찬했다.

샌디에이고와 서울시리즈 스페셜매치에서 투구를 마친 뒤 밝은 미소로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김택연.
샌디에이고와 서울시리즈 스페셜매치에서 투구를 마친 뒤 밝은 미소로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김택연.
단순히 결과만 좋은 건 아니었다. 이날 스탯캐스트 상으로 김택연의 직구 회전수는 평균 2428rpm, 최고 2483rpm이 찍혔다. 2483rpm은 이날 양 팀 투수 통틀어 최고 기록이었다. 경기 후 만난 김택연은 높은 회전수에 대한 질문에 "그 선수(아웃맨)가 헛스윙한 건 나에 대한 정보가 없어 내가 유리한 상태이다 보니 나온 결과 같다. 그래도 좋은 메이저리그 선수들 사이에서도 회전수가 가장 높았던 건 기분 좋다"고 웃었다.

다저 블루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엔 "김택연은장래의 LA 다저스 선수"라고 적었다. 아직 KBO리그에서조차 데뷔를 하지 않은 선수에게 이보다 더한 극찬이 있으랴.

이날 미디어데이엥서도 김택연에 대한 질문이 빠지지 않았다. 이승엽 감독은 "김택연이 두산과 함께 하게 됐는데 2월초부터 본 바로는 정말 어느 선수들과도 차별화되는 선수"라며 "떨어지는 게 하나도 없을 정도라는 생각이 드는 투수다. 적응할 수 있도록 잘 도와주면 신인왕은 틀림없이 김택연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일본 언론에서도 김택연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일본 매체 풀카운트는 "아직 데뷔도 하지 않았는데, 한국의 김택연이 주목을 받았다"면서 "특히 다저스의 주력 타자 2명을 모두 삼진 처리했다. 김택연의 투구가 충격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아직 프로 무대에 데뷔하지 않은 투수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일본은 이미 김택연의 가치를 알아봤다. 김택연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4차례 등판해 4⅓이닝 동안 1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완벽투를 펼쳤는데 이 중에서도 지난 3일 일본 후쿠오카 페이페이돔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친선 경기가 백미였다. 김택연은 두산이 1-3으로 뒤진 4회말 2사 1, 2루에 야마카와 호타카(33)를 상대했다. 야마카와는 퍼시픽리그 홈런왕을 3차례(2018년, 2019년, 2022년) 차지하고 2018년 리그 MVP에도 오른 적 있는 대표적인 거포 1루수이자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과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한국과 만난 적 있어 야구팬들에게도 친숙한 선수다.

김택연은 그런 야마카와를 단 2구 만에 포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하고 위기를 잠재웠다. 뒤이어 최고 시속 152㎞의 빠른 공으로 5회도 무실점으로 순식간에 삭제했다. 1⅓이닝을 공 15개로 퍼펙트 이닝을 만들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두산 베어스 신인 투수 김택연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서울시리즈 스페셜매치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신인 투수 김택연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서울시리즈 스페셜매치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당시 이승엽 감독은 의도적으로 김택연에에 어려운 상황을 맡겨봤는데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김택연의 강점은 구위도 구위지만, 대담한 성격 같다. 소프트뱅크전에서 위기 상황에서 일부러 홈런왕 출신 4번 타자 상대로 붙여봤다. 그런데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위기 관리하는 걸 보면서 예사롭지 않다 생각했다. 구위 면에서도 회전수가 좋은 투수이기 때문에 빠른 공을 노리고 있는 타자들에게 쉽게 공략당하거나 난타당하는 유형은 아닌 거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MLB 네트워크의 저명 기자인 존 모로시도 "김택연이라는 이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는 제임스 아웃맨으로부터 삼진을 뽑아냈다. 김택연은 가까운 미래에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에서 선발 투수로 뛸지 모른다"며 치켜세웠다.

경기 전 "김택연은 직구가 오승환급이라고 하더라. 아직 보진 못했다. 오늘 등판할 것 같다. 투수 코치는 두 신인이 1이닝 한 번 맡겨볼까 말했다. 웬만하면 한 번씩 마운드에 올라가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던 류중일 대표팀 감독도 "(김)택연이와 (황)준서, 이 두 어린 선수가 많은 관중들 앞에서 메이저리거를 상대로 자기 공을 던진 게 기특했다"면서 "이 선수들이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될지 궁금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승엽 감독은 김택연을 '미래의 다저스 선수'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당연히 봤다. '역시 메이저리그이고 언론 또한 메이저구나. 립서비스가 대단하구나'라고 느꼈다"며 "정말 좋은 선수이기에 잘 성장하도록 도와준다면 7,8년 뒤엔 미국에서 뛸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제로는 다치지 않고 본인이 야구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택연의 더 큰 무기는 자신감과 겸손함이다. 샌디에이고와 경기 후 그는 "성인 대표팀에서는 처음으로 공을 던졌다. 피해 가는 승부보다 내 공을 후회 없이 던진 뒤 내려오고 싶었다. 그렇게 돼 만족스럽다"며 "한가운데로 던진 건 '칠 테면 쳐봐라' 하고 던진 것보다는 그냥 제 공을 테스트해 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첫 경기를 치르고 나에 대한 정보가 없다 보니까 조금 유리한 상태에서 승부를 했다. 그래서 헛스윙도 많이 유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이 22일 KBO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이 22일 KBO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아직 프로에 데뷔도 하지 않은 선수에게 쏟아지는 이례적 극찬에 들뜰 수도 있었지만 이승엽 감독의 말처럼 김택연은 모든 면에서 빠지는 게 없었다. 거기엔 성숙한 태도 또한 포함돼 있었다.

김택연은 두산의 불펜 투수로 활약할 예정이다. 당장은 정철원이 있고 부상에서 돌아올 홍건희도 있지만 시범경기와 샌디에이고전과 같은 투구를 이어간다면 머지 않아 두산의 주전 마무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김대감을 심어준다.

한편 22일 KBO가 공개한 10개 구단 개막전 엔트리에는 김택연 외에도 LG 트윈스 투수 정지헌과 외야수 김현종, KT 위즈 투수 원상현, SSG 랜더스 박지환, 롯데 자이언츠 전미르, 한화 이글스 황영묵, 키움 히어로즈 김연주, 김윤하, 손현기, 전준표, 고영우, 이재상이 포함됐다.

선발 수업을 받았던 전체 1순위 황준서는 일단 2군에서 시작한다. 류현진과 문동주, 펠릭스 페냐와 리카르도 산체스로 리그에서 가장 탄탄한 선발을 구축한 한화의 마지막 한 자리가 2021년 14승 투수 김민우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최원호 감독은 당장은 김민우의 컨디션이 가장 좋다고 밝혔다. 앞서 최원호 감독은 선발에 자리가 없을 경우 황준서를 불펜으로 활용할 계획도 있다고 전했다. 일단은 2군에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며 최원호 감독의 콜업을 기다릴 전망이다.

이번 개막 엔트리엔 올드보이들도 대거 합류했다. 특히 리그 최고령인 1982년생 3인방이 모두 엔트리에 포함됐다. 올 시즌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SSG 랜더스 추신수(7월 13일생)는 이틀 차이로 최고령 선수가 됐다. 또한 삼성 라이온즈의 뒷문을 책임질 오승환(7월 15일생), 23년 동안 뛴 SSG를 떠나 한화 이글스로 이적하는 김강민(9월 13일생)도 개막전부터 볼 수 있다.

'제2의 오승환'이라 불리는 김택연이 스무살 이상 차이가 나는 오승환과 벌일 정면승부도 올 시즌 또다른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 신인 투수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두산 신인 투수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소공동(서울)=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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