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백 주장에도 의문투성이…심란한 오타니, 그 옆에는 로버츠 감독과 동료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를 지지한다''
입력 : 2024.03.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이대선 기자]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 2024.03.16 /sunday@osen.co.kr[OSEN=이대선 기자] LA 다저스에서 도박 및 절도 혐의로 해고된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와 오타니 쇼헤이. 2024.02.13 /sunday@osen.co.kr

[OSEN=이상하 기자]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 스포츠 도박 및 절도 혐의로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이 사건에 연루된 혐의가 드러나면 징계를 받을 수도 있는데 오타니를 둘러싼 의문이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과 동료 선수들이 오타니를 지지하며 힘을 실어줬다. 

오타니는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미즈하라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약 70여명의 취재진이 몰릴 정도로 관심이 매우 높았다. 

여러모로 오타니에겐 달갑지 않은 자리였다. 12년을 알고 지낸 동반자에게 배신을 당한 것도 속쓰린데 대리 도박을 했거나 도박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바른 생활 사나이’ 명성에도 흠집이 났다. 미국 본토 개막 앞두고 야구에 집중해도 모자랄 시기에 이런 사건에 휘말렸으니 그 심정을 헤아리기 어렵다. 

미국 언론에선 대체로 오타니가 미즈하라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도 이날 ‘오타니가 도박 스캔들에서 깨끗함을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라는 제목하에 ‘오타니 변호인 측은 그가 절도의 피해자이고, 이번 주까지 분실된 돈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일 수 있고,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오타니가 무죄로 남을 수 있는 유일한 시나리오’라고 지적하면서 1970년 제정된 미국 은행비밀보호법에 따라 보통 송금 금액에 한도가 있으며 금융기관은 신분 확인과 서류 심사를 거쳐 계좌 소유자의 한도를 연장하거나 해제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를 위해선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에 통화 거래 보고서(CTR)를 제출해야 하는데 사회보장번호나 운전면허증, 기타 정부 발행 문서와 같은 개인 식별 정보가 필요하다. 포브스는 ‘오타니가 450만 달러를 송금한 사실을 정말 몰랐다면 미즈하라는 사기 및 신원 도용과 관련된 추가 혐의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오타니의 법적 서류를 훔치거나 위조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두 사람이 친밀한 관계였고, 미즈하라가 해당 문서에 접근할 수 있었을 가능성은 있지만 이렇게 큰 금액을 다른 사람의 계좌에서 수개월 동안 당사자 몰래 송금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미국 금융 시스템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한 뒤 ‘오타니가 계좌 잔고를 더 자주 확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간단한 설명은 오타니가 직접 돈을 보냈다는 것밖에 없다’고 정면 비판을 했다.

[OSEN=고척돔, 이대선 기자] 21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가 열렸다.다저스 오타니가 식전행사에서 입장하며 동료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4.03.21 /sunday@osen.co.kr[OSEN=고척돔, 지형준 기자] 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가 열렸다. 8회말 다저스 조 켈리가 투구하고 있다. 2024.03.20 /jpnews@osen.co.kr[OSEN=고척돔, 지형준 기자] LA 다저스가 한국에서 최초로 열린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 개막전에서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다. 다저스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개막전에서 5-2 역전승을 거뒀다.8회초 무사 만루에서 LA 다저스 키케 에르난데스가 희생타를 치고 있다. 2024.03.20 /jpnews@osen.co.kr

미국 금융 시스템상 미즈하라가 그 큰돈을 오타니 몰래 빼낼 수 있다는 것에 의구심이 가득하다. 이에 오타니의 미즈하라 도박 공모 또는 묵인을 의심하는 분위기. 이렇게 미국 내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도 오타니를 더욱 심란하게 만든다.

여러모로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에겐 든든한 지원군들이 있었다. ‘LA타임스’를 비롯해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타니의 기하회견장에는 스탠 카스텐 다저스 회장,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운영사장, 브랜든 곰스 단장, 데이브 로버츠 감독 등 구단 수뇌부뿐만 아니라 투수 조 켈리, 야수 키케 에르난데스가 투타 대표로 함께했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가 이번 일에 대해 매우 정직하게 말한 것 같다. 나와 구단은 오타니를 지지한다. 그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해 많은 답을 했다. 이제는 당국에 문제를 맡기고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길 바란다”면서 “이 자리에 앉아 자신의 견해를 말하는 오타니가 자랑스러웠다”고 힘을 실어줬다. 

구단 수뇌부와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날 기자회견은 취재진과 질의응답 없이 오타니가 자신의 준비해온 입장문을 말하는 것으로 끝났다. 임시 통역을 맡은 다저스 야구운영부서 윌 아이레튼이 오타니의 말을 옮기면서 약 12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회견장 내에선 사진 촬영이 불허됐고, MLB 네트워크와 스포츠넷LA 생방송으로 전달됐다. 

[OSEN=이대선 기자]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와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 2024.02.13 /sunday@osen.co.kr[OSEN=이대선 기자] LA 다저스에서 도박 및 절도 혐의로 해고된 미즈하라 잇페이와 오타니 쇼헤이. 2024.03.16 /sunday@osen.co.kr

오타니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잇페이는 내 계좌에서 돈을 훔쳤고, 거짓말을 했다. 개인적으로 내가 믿었던 사람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게 매우 슬프고, 충격을 받았다”고 미즈하라에 배신감을 표하며 “잇페이가 도박 중독에 빠져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다. 난 빚을 갚거나 도박업자에게 돈을 지불하는데 동의한 적 없다”는 말로 자신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미즈하라의 스포츠 도박 혐의는 지난 20~21일 한국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개막 2연전 중에 불거졌다. 개막전을 앞두고 미즈하라는 연방 당국이 관련 수사 중인 소식을 미리 파악한 ’ESPN’과 인터뷰에서 오타니가 최소 450만 달러에 달하는 자신의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불법 도박업체에 돈을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튿날 오타니 대변인은 오타니가 대규모 절도의 피해자라고 반박했고,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자신의 도박 빚부터 송금 사실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말을 바꿨다. 

오타니는 “잇페이가 개막전 경기 후 호텔에서 1대1로 대화를 하자고 말했다. 경기 후 클럽하우스에서 잇페이가 다저스 선수단에 연설을 했고, 그 자리에서 영어로 말했는데 그때 내 옆에 통역이 없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돌아보며 “그 미팅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잇페이가 도박에 중독돼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후 호텔로 돌아가서 1대1로 대화했을 때 그에게 엄청난 빚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자리에서 잇페이는 내 계좌를 이용해 도박업체에 돈을 보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후 대리인과 이야기할 때 잇페이가 계속 거짓말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다저스 구단과 나의 변호사에게 연락을 취했다. 변호사는 이건 사기이기 때문에 당국이 이 문제를 처리할 수 있게 권유를 했다”고 설명했다. 

[OSEN=이대선 기자] LA 다저스에서 도박 및 절도 혐의로 해고된 오타니 쇼헤이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 2024.02.13 /sunday@osen.co.kr[OSEN=이대선 기자] LA 다저스에서 도박 및 절도 혐의로 해고된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와 오타니 쇼헤이. 2024.02.13 /sunday@osen.co.kr

오타니는 2013년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에 입단했을 때 미즈하라를 처음 만났다. 12년을 알고 지낸 사이로 2018년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올해로 7년째 늘 옆에서 함께했다. 단순 통역이 아니라 훈련 보조부터 전력 분석, 야구장 밖에서 생활까지 매 순간 함께한 동반자 같은 존재였다. 오타니의 결백이 사실이라면 미즈하라가 그의 계좌에 손쉽게 접근해 돈을 빼낼 수 있었던 것도 두 사람이 이런 특수 관계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모든 걸 믿고 맡겼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오타니는 “충격 그 이상이다. 지금 내 기분을 말로 표현하기 너무 힘들다. 그런 상태로 지난 일주일을 지내왔다”며 “이제부터는 변호사에게 문제를 맡기려고 한다. 나도 당국의 조사에 전적으로 협력하겠다. 지금 상황에서 기분을 바꾸긴 어렵지만 시즌에 집중하고 싶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사건 조사에 착수했지만 오타니는 조사가 진행되는 기간에도 행정 휴가 처분을 받지 않고 정상 출장할 수 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친정팀’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나선 오타니는 2타수 무안타에 1볼넷을 기록했다. 다저스는 27일 에인절스전을 끝으로 시범경기를 마무리한 뒤 29일 다저스타디움 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상대로 미국 본토 개막전을 치른다.

[OSEN=고척돔, 지형준 기자] LA 다저스가 한국에서 최초로 열린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 개막전에서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다. 다저스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개막전에서 5-2 역전승을 거뒀다.8회초 1사1,2루에서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우전안타를 치고 있다. 2024.03.20 /jpnews@osen.co.kr[OSEN=고척, 지형준 기자]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LA 다저스와 팀 코리아의 경기가 열렸다.1회말 무사 1루 상황 다저스 오타니가 3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고 있다. 2024.03.18 /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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