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광주=김동윤 기자]
약 한 달에 걸친 미국 단기유학의 효과가 이정도일 줄 누가 알았을까. 시즌 초반 KIA 타이거즈 마무리 정해영(23)이 예년과 다른 빠른 구속과 뛰어난 구위로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KIA는 26일 광주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7328명 입장)에서 펼쳐진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리그 홈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2-1로 승리했다.
선발 양현종이 5⅓이닝(90구) 5피안타 4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버티고, 최형우의 6회 말 동점 솔로포와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8회 말 결승타로 거둔 신승이었다. 롯데 선발 투수 찰리 반즈의 6이닝 1실점 호투와 최준용의 1이닝 무실점 쾌투로 경기는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더욱이 롯데는 지난 24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9회 초에만 대거 6점을 올린 전적이 있었다.
하지만 롯데는 24일 경기와 달리 9회 초 정해영을 상대로 좀처럼 분위기를 가져오기 힘들었다. 오히려 던질 때마다 전광판에 시속 150㎞, 151㎞의 구속이 찍히는 통에 롯데 타자들이 위축돼 갔다.
선두타자 나승엽이 좌익수 뜬 공으로 물러났고, 박승욱은 몸쪽 아래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 처리됐다. 정보근의 빗맞은 타구를 우익수 이우성이 잡지 못해 안타를 허용했으나, 고승민을 3구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가볍게 세이브를 따냈다. 중계를 맡은 이대형 SPOTV 해설위원은 "좌타자 나승엽, 박승욱이 나왔는데 좌측으로 파울 타구가 나온다. 그만큼 (정해영의) 구위에 힘도 있고 제구가 잘 된다는 뜻"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고승민 등 롯데 타자들은 정해영의 제구된 묵직한 공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다.
지난 23일 키움 히어로즈와 개막전 1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에 이어 탈삼진쇼를 벌이며 올린 2연속 세이브다. 그동안 정해영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광주대성초-광주동성중-광주제일고를 졸업한 정해영은 2020년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했다. 데뷔 첫해부터 11홀드로 1군에 자리 잡은 정해영은 이듬해인 2021년부터 3년 연속 20세이브 이상을 올리며 KIA의 마무리로 활약했다. 통산 성적은 220경기 16승 19패 12홀드 92세이브 평균자책점 2.86, 211이닝 157탈삼진.
그러나 2021년 깜짝 활약 이후 안정감과 거리가 먼 투수로 여겨졌다. 통상 마무리에는 인플레이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뛰어난 삼진 능력이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선 아무래도 빠른 직구와 뛰어난 변화구 한두 개가 필요하기 마련인데 정해영에게는 빠른 직구와 탈삼진 능력이 부족했다.
시속 150㎞의 빠른 공은 1년에 몇 번, 가뭄에 콩 나듯 보였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한국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평균 직구 구속이 시속 143.2㎞에 불과했다. 9이닝당 삼진 비율도 지난해 5.47개로 커리어 최저치를 찍었고,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은 2021년 1.18에서 지난해 1.48까지 치솟았다. 그래도 동 나이대에서는 보기 드문 성과로 연령 제한이 있던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에서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류중일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프로에 처음 들어왔을 때랑 왜 기량이 달라진 것이 없냐?"는 쓴소리도 들었다.
변화의 계기가 된 것이 지난겨울 미국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 센터로 단기 유학을 떠난 것이었다. 이의리, 윤영철, 곽도규, 황동하 등 팀 내 영건들과 함께 33박 34일의 일정으로 떠난 그곳에서 정해영은 구속, 수직 무브먼트, 투구 메커니즘 등 자신의 현재 몸 상태와 기량을 측정하고 점검했다. 호주 스프링캠프로 떠나기 전 만난 정해영은 "정말 좋았다. 정확한 측정을 통해 내 강점과 단점을 더 확실히 알게 됐다. 측정한 것을 바탕으로 내가 어떤 걸 보완하고 운동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많이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표적인 문제점이 투구 메커니즘에서 '꼬임' 동작이었다. 정해영은 야구계 관계자들로부터 '상체만 활용한다', '뻣뻣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몸을 100%로 활용하지 못하는 탓에 구속도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다. 정해영은 "요즘 말로 난 '꼬임' 동작이 많이 안 되는 투수였다. 그래서 공을 내가 가진 힘만큼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단점을 듣다 보니 바꿔야겠다 느꼈고 아마 눈에 띄게 티는 나지 않을 텐데 계속해서 바꿔 나가려 한다"고 다짐했었다.
그곳에서 들고 온 자신만의 훈련 프로그램을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반복된 훈련을 통해 체화했다. 또한 국가대표 경험을 통해 달라진 마음가짐과 준비과정도 예년과 다른 스타트를 가능케 했다. 22일 KBO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정해영은 "지난해에는 몸을 끌어올리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시즌 초반에 헤맸다. 올해는 미국을 다녀온 뒤 배운 것으로 컨디션을 잘 끌어올렸다"며 "멘털적으로도 최대한 신경을 썼다. 기복을 줄여 블론세이브를 최소화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정해영은 많은 세이브 숫자에도 느린 직구 구속과 맞춰 잡는 피칭으로 마무리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종종 받아왔다. 하지만 시즌 초반 그동안의 부정적인 시선을 한 번에 깨부수는 심상치 않은 피칭을 선보이면서 우승 후보라 평가 받는 팀에 걸맞은 강력한 마무리의 탄생을 예고했다.
광주=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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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영. /사진=KIA 타이거즈 |
KIA는 26일 광주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7328명 입장)에서 펼쳐진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리그 홈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2-1로 승리했다.
선발 양현종이 5⅓이닝(90구) 5피안타 4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버티고, 최형우의 6회 말 동점 솔로포와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8회 말 결승타로 거둔 신승이었다. 롯데 선발 투수 찰리 반즈의 6이닝 1실점 호투와 최준용의 1이닝 무실점 쾌투로 경기는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더욱이 롯데는 지난 24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9회 초에만 대거 6점을 올린 전적이 있었다.
하지만 롯데는 24일 경기와 달리 9회 초 정해영을 상대로 좀처럼 분위기를 가져오기 힘들었다. 오히려 던질 때마다 전광판에 시속 150㎞, 151㎞의 구속이 찍히는 통에 롯데 타자들이 위축돼 갔다.
선두타자 나승엽이 좌익수 뜬 공으로 물러났고, 박승욱은 몸쪽 아래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 처리됐다. 정보근의 빗맞은 타구를 우익수 이우성이 잡지 못해 안타를 허용했으나, 고승민을 3구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가볍게 세이브를 따냈다. 중계를 맡은 이대형 SPOTV 해설위원은 "좌타자 나승엽, 박승욱이 나왔는데 좌측으로 파울 타구가 나온다. 그만큼 (정해영의) 구위에 힘도 있고 제구가 잘 된다는 뜻"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고승민 등 롯데 타자들은 정해영의 제구된 묵직한 공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다.
지난 23일 키움 히어로즈와 개막전 1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에 이어 탈삼진쇼를 벌이며 올린 2연속 세이브다. 그동안 정해영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광주대성초-광주동성중-광주제일고를 졸업한 정해영은 2020년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했다. 데뷔 첫해부터 11홀드로 1군에 자리 잡은 정해영은 이듬해인 2021년부터 3년 연속 20세이브 이상을 올리며 KIA의 마무리로 활약했다. 통산 성적은 220경기 16승 19패 12홀드 92세이브 평균자책점 2.86, 211이닝 157탈삼진.
정해영(왼쪽)이 /사진=KIA 타이거즈 |
그러나 2021년 깜짝 활약 이후 안정감과 거리가 먼 투수로 여겨졌다. 통상 마무리에는 인플레이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뛰어난 삼진 능력이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선 아무래도 빠른 직구와 뛰어난 변화구 한두 개가 필요하기 마련인데 정해영에게는 빠른 직구와 탈삼진 능력이 부족했다.
시속 150㎞의 빠른 공은 1년에 몇 번, 가뭄에 콩 나듯 보였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한국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평균 직구 구속이 시속 143.2㎞에 불과했다. 9이닝당 삼진 비율도 지난해 5.47개로 커리어 최저치를 찍었고,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은 2021년 1.18에서 지난해 1.48까지 치솟았다. 그래도 동 나이대에서는 보기 드문 성과로 연령 제한이 있던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에서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류중일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프로에 처음 들어왔을 때랑 왜 기량이 달라진 것이 없냐?"는 쓴소리도 들었다.
변화의 계기가 된 것이 지난겨울 미국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 센터로 단기 유학을 떠난 것이었다. 이의리, 윤영철, 곽도규, 황동하 등 팀 내 영건들과 함께 33박 34일의 일정으로 떠난 그곳에서 정해영은 구속, 수직 무브먼트, 투구 메커니즘 등 자신의 현재 몸 상태와 기량을 측정하고 점검했다. 호주 스프링캠프로 떠나기 전 만난 정해영은 "정말 좋았다. 정확한 측정을 통해 내 강점과 단점을 더 확실히 알게 됐다. 측정한 것을 바탕으로 내가 어떤 걸 보완하고 운동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많이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표적인 문제점이 투구 메커니즘에서 '꼬임' 동작이었다. 정해영은 야구계 관계자들로부터 '상체만 활용한다', '뻣뻣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몸을 100%로 활용하지 못하는 탓에 구속도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다. 정해영은 "요즘 말로 난 '꼬임' 동작이 많이 안 되는 투수였다. 그래서 공을 내가 가진 힘만큼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단점을 듣다 보니 바꿔야겠다 느꼈고 아마 눈에 띄게 티는 나지 않을 텐데 계속해서 바꿔 나가려 한다"고 다짐했었다.
그곳에서 들고 온 자신만의 훈련 프로그램을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반복된 훈련을 통해 체화했다. 또한 국가대표 경험을 통해 달라진 마음가짐과 준비과정도 예년과 다른 스타트를 가능케 했다. 22일 KBO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정해영은 "지난해에는 몸을 끌어올리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시즌 초반에 헤맸다. 올해는 미국을 다녀온 뒤 배운 것으로 컨디션을 잘 끌어올렸다"며 "멘털적으로도 최대한 신경을 썼다. 기복을 줄여 블론세이브를 최소화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정해영은 많은 세이브 숫자에도 느린 직구 구속과 맞춰 잡는 피칭으로 마무리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종종 받아왔다. 하지만 시즌 초반 그동안의 부정적인 시선을 한 번에 깨부수는 심상치 않은 피칭을 선보이면서 우승 후보라 평가 받는 팀에 걸맞은 강력한 마무리의 탄생을 예고했다.
광주=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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