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안타 5타점 폭발' KIA 하위타선 강할 줄은 알았다, 그런데 그 안에 201안타 MVP가 있을 줄이야
입력 : 2024.04.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수원=김동윤 기자]
서건창. /사진=KIA 타이거즈
서건창. /사진=KIA 타이거즈
시즌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있었을까. 지난 3년간 하락세를 겪었던 서건창(35·KIA 타이거즈)이 과거 201안타로 MVP를 수상할 때가 떠오르는 타격감으로 타선을 이끌고 있다.

사실 시즌 전부터 KIA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진출팀 LG 트윈스, KT와 함께 3강으로 분류됐다. 1번부터 9번까지 쉴 틈 없는 강력한 타선이 첫 번째 이유로 꼽혔다. 지난해 KIA는 주축 타자 최형우(41), 나성범(35) 등이 오랜 시간 빠졌음에도 리그 팀 타율 2위(0.276), 홈런 2위(101개), OPS 2위(0.735) 등 우승팀 LG에 견주는 화력을 자랑했다. 그 때문에 올해 KIA 타선은 타율 0.370으로 타격왕을 차지했던 김선빈(35)이 7번 타자로 뛸 수밖에 없었던 2017년에 비교되기도 했다.

2017년 KIA에 오자마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최형우는 올해 1월 스타뉴스와 만나 "다들 우리가 올해 기대되는 이유로 지난해 9연승(2023년 8월 24일 수원 KT 위즈전~9월 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때 타선의 폭발력을 이야기한다. 나도 그때가 기억에 남지만, 그보단 부족한 선수가 없다는 것이 크다고 봤다. 1번부터 9번까지 타순이 도는 걸 보면 상대 입장에서 쉬어갈 선수가 없다. 그걸 보며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때만 해도 KIA의 강력한 타선에 서건창의 자리가 있다고 자신하긴 어려웠다. 서건창은 2014년 128경기 타율 0.370(543타수 201안타) 7홈런 67타점 135득점 48도루, 출루율 0.438 장타율 0.547로 타격 3관왕, 골든글러브, 정규시즌 MVP 등 상을 싹쓸이한 슈퍼스타다.

치명적인 무릎 부상 이후 차츰 빛을 잃었고 2021년 7월 LG 트윈스로 트레이드된 후에는 지난해까지 약 3시즌 동안 189경기 타율 0.229(564타수 129안타), OPS 0.614로 부진했다. 결국 지난 시즌 종료 후 LG에서 웨이버 공시됐고, FA 신분으로 지난 1월 15일 고향 팀 KIA와 연봉 5000만 원, 옵션 7000만 원 등 총액 1억 2000만 원의 조건으로 1년 계약을 체결했다. 그 때문에 계약 당시 기대되는 역할도 2루와 1루 백업에 지나지 않았다.

KIA 서건창이 3일 수원 KT전 4회초 2사 1루에서 투런포를 때려내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KIA 서건창이 3일 수원 KT전 4회초 2사 1루에서 투런포를 때려내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반면 기존의 KIA 타선은 지난해처럼 박찬호, 김도영의 발 빠른 테이블세터를 나성범, 최형우, 소크라테스 브리토로 이뤄지는 중심 타선이 불러들였다. 그 뒤를 콘택트 능력이 좋은 김선빈, 김태군, 이우성, 최원준 등이 빠르게 상위 타순으로 이어주는 탄탄한 하위 타선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됐다. 여기에 백업 역할을 잘해주던 고종욱, 이창진이 건재하고 김도영의 중·고교 라이벌로 불렸던 윤도현이 새롭게 등장했다. 만년 기대주 황대인 역시 올해 시범경기 10경기서 타율 0.368(19타수 7안타), 4홈런 12타점, 출루율 0.429 장타율 1.053을 때려내며 백업마저도 탄탄해 서건창이 들어갈 자리는 한없이 좁아 보였다.

그러나 시즌 시작부터 시작된 부상 악몽이 서건창에게는 기회가 됐다. 개막 5일을 앞두고 나성범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고 황대인마저 지난달 27일 주루 도중 당한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졌다.

서건창은 커리어 처음으로 1루수로 출전하며 기회를 받기 시작했다. 차츰 안타를 생산하던 그는 3일 수원 KT전에서는 사이클링히트에서 3루타만 빠진 3안타 경기로 시즌 타율이 5할(14타수 7안타)에 도달했다.

이날 KIA는 6번 김선빈, 7번 서건창, 8번 김태군, 9번 최원준으로 이어진 하위 타선은 10안타 5타점을 합작하며 어느 팀 클린업이 두렵지 않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서건창의 활약은 이날만큼은 최형우 못지않았다. KIA가 0-1로 뒤진 2회 초 동점 적시타, 1-1로 맞선 4회 초 2사 1루에서 비거리 115m의 결승 투런포를 쳐내는 등 영양 만점의 활약으로 KIA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서건창은 "어렸을 때보다 더 야구가 어려워졌다. 그 상황에 너무 빠져 나 자신을 힘들게 한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고향 팀에 와서 편한 것 같다. 그게 첫 번째 이유"라며 "사실 그동안 부진했었고 자신감이 많이 결여된 상태였는데 이 홈런이 기폭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스로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홈런이었다. 정말 즐겁게 야구 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갈수록 커지는 응원가에) 팬분들도 내가 점점 익숙해지시는 것 같다. 내가 느끼기에도 조금씩 육성 응원이 커지는 것 같은데 정말 기분이 좋다. 이렇게 기분 좋게, 행복하게 야구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축 선수들이 아프고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이 시점에서 경험 많은 MVP 출신의 서건창이 살아나는 건 KIA 입장에서는 천군만마와 다름없다. 나성범이 빠지고 이우성의 타순이 조금은 올라가면서 KIA 하위 타선에는 찬스에서 해결해줄 타자가 부족해졌다. 김태군, 최원준 모두 콘택트 능력은 뛰어나지만, 타점 생산에는 능하다고 볼 수 없었다. 그에 반해 서건창은 장타력이 없음에도 전성기 시절 히어로즈에서 3번 타자로 활약했던 선수. 주축 선수들이 돌아올 때까지 서건창이 과거의 그 교수님 모드로 타선을 지탱해준다면 144경기 페넌트레이스에서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원=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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