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한용섭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은 지난해 말 그대로 '우승 청부사'로 활약했다. LG의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끊고, 4번타자로 맹활약하며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우승 후 오스틴은 지난해 보다 약 2배 이상된 총액 130만 달러에 LG와 재계약했다. 2년차 시즌, 팀을 위한 헌신적인 플레이는 변함이 없다.
오스틴은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NC와 경기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로 팀의 연패 탈출에 앞장섰다. 오스틴은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고, LG는 NC를 5-0으로 꺾고 3연패에서 탈출했다.
연패 탈출을 위한 투혼과 열정이 1회 첫 타석부터 빛났다. 선수단에게 활력 넘치는 에너지를 가득 불어넣었다.
1회 2사 3루에서 오스틴은 유격수 옆 땅볼 타구를 때렸다. 유격수 김주원이 잡아서 1루로 던졌고, 1루로 전력질주한 오스틴은 몸을 날리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해 세이프가 됐다. NC가 비디오판독을 신청했지만, 원심 그대로 세이프로 판정됐다. 3루주자 홍창기가 득점, 오스틴의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로 선취점을 뽑았다. 3연패에 빠져 있던 LG에 귀중한 선취점이었다.
LG는 2회 박동원의 투런 홈런, 홍창기의 2사 후 적시타로 4-0으로 앞서 나갔다. 이후 LG 투수진이 실점없이 막았으나, 중반까지 추가점을 뽑지 못했다. 오스틴이 다시 해결사가 됐다. 7회 오스틴은 4번째 타석에서 1사 2루에서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5-0으로 달아나는 쐐기점이 됐다.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나눈 오스틴의 유니폼 무릎에는 핏자국이 제법 크게 있었다. 오스틴은 “1루 슬라이딩을 하다가 묻은 것이다. 괜찮다”고 웃으며 말했다.
1회 첫 타석 상황에 대해 오스틴은 “타석에서 바깥쪽 투구가 왔는데 그걸 당겨쳤다. 또르르 굴러가는 타구였는데, 타구 속도나 수비 위치를 보니까 승부를 보면 세이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평소보다 열정적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최근에 안타가 잘 안 나오고 있다. 안타 치고 싶은 마음과 팀에 도움도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보니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했는데, 마침 결과가 좋게 안타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자칫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코칭스태프들은 이를 말리는 편이다. 그러나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막상 중요한 상황에서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곤 한다. 1년 계약으로 큰 부상을 당하면, 곧장 퇴출되는 외국인 선수가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을 보인 것.
혹시 이후에 감독이 ‘(부상 위험으로) 앞으로 하지 말라’는 얘기를 했는지 묻자, 오스틴은 “그런 말을 해주셨다 해도 조절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어떻게든 팀에게 도움되려고 하다 보니까 나온 거고, 작년에 항상 얘기하고 항상 보여줬던 모습처럼 팀에 헌신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다시 한 번 되돌아가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틴은 경기 전까지 타율 2할5푼7리 2홈런 5타점 OPS .779였는데, 3안타를 몰아치며 타율 3할8리, OPS .873으로 끌어올렸다. 오스틴은 타격감에 대해 "오늘 같은 경기를 좀 많이 원하고 있었다. 야구가 하다 보면 내려갈 때도 있고 올라갈 때도 있는데, 항상 꾸준하게 하는 것을 원하고 있고 지금 어느 정도 그 시점이 다시 온 것 같다. 시즌이 길기 때문에 잘 유지해야 된다”고 말했다.
또 오스틴은 "꾸준하게 하면서 작년처럼 항상 팀에 헌신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려고 한다. 이제 좀 어려운 순간들이 오기 때문에 작년처럼 계속 팀에 헌신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기복을 갖지 않고 계속 이 느낌을 꾸준히 가져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주로 외야수로 뛴 오스틴은 LG에 와서 1루수로 뛰고 있다. 올해 1루 수비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오스틴은 "김일경 수비 코치님과 많은 얘기를 나누며, 코치님이 타구 처리나 수비 위치 등에 많은 조언을 해주신다. 내 수비가 성장한 것은 김일경 코치님께 큰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오스틴은 항상 개인 목표는 없다고 한다. 우승이 목표다. 지난해에 이어 2연패. 오스틴은 "개인적인 성적에 대한 욕심은 없고 팀 성적에 대한 욕심으로 2연패가 확실히 있다. 아무래도 우리 팀 자체가 개인 기록에 욕심이 있는 선수들이 많지 않은 팀이다 보니까, 작년에 우리가 그런 욕심을 버렸기 때문에 팀으로서 더 단단하게 뭉쳐서 우승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작년처럼만 다시 할 수 있다면 작년처럼 다시 한 번 강한 팀이 되어서 올해 한 번 더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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